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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르포] 대전코레일 FA컵 4강, '일상' 위에 꽃피는 '한밭'의 기적

작성일: 2019.07.04 18:0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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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과 함께 승리 기념사진을 찍는 대전코레일
[스포티비뉴스=대전, 유현태 기자] "한밭종합운동장으로 가주세요.", "오늘 야구 있어요?" 

대전역에서 FA컵 8강전이 열리는 3일 한밭종합운동장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나눈 대화다. 한밭종합운동장 옆엔 KBO리그 한화 이글스의 홈 구장 '한화생명 이글스파크'가 있다. 그 옆엔 KOVO V-리그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홈 구장인 대전충무체육관도 모여 있다. 말하자면 대전을 연고로 하는 스포츠 구단들이 모인 곳이란 뜻이다. 

하지만 축구로만 따지면 '퍼플아레나'라는 별칭이 붙은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성지로 여겨진다. 대전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는 주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다. K리그2 대전시티즈의 경기도 마찬가지고, 2017년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도 마찬가지였다.

대전코레일은 야구의 영향력이 큰 한밭종합운동장을 홈으로 쓴다. 대전코레일이 강원FC와 치른 2019 KEB하나은행 FA컵 6라운드(8강)를 치른 현장에선 대전코레일 팬들이 "홈런~ 홈런~ 강원FC 홈런. 여기는 축구장, 야구장이 아니다"라는 다소 기괴한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는 이글스파크의 영향은 아니었을까.

한밭종합운동장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새로운 체험이다. 관중과 취재진이 입구를 함께 사용한다. 입장료는 3000원. 카드 결제는 어렵고 계좌 이체는 가능하다는 설명도 들린다. 강원FC 팬들 역시 같은 입구로 들어와서 경기장 내부를 따라 골대 뒤로 이동한다. K리그 현장에선 흔히 보기 어려웠던 장면들.

대다수의 팬들에겐 대전코레일은 '정체불명의' 팀일지도 모른다. 또 대전코레일의 서포터라고 한다면 누군가에겐 괴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유명한 선수도 없고, 많은 관중이 찾지도 않는 축구 경기 아닌가. 하지만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마음까지 작다고 폄하할 수 없다. 팀을 아끼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는 대전코레일 팬들에게 한밭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경기는 익숙한 '일상'이다.

본부석 기준으로 왼쪽 좌석 일부에 걸개가 걸린다. 'AZULBLANCO' 스페인어로 파란색과 흰색을 뜻한다. 대전코레일의 홈과 원정 유니폼이 바로 각각 흰색과 파란색이다. 킥오프 직전 대전코레일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 3명이 모여 응원에 돌입하려고 한다. 대전코레일 서포터즈의 콜리더 이유성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전코레일의 경기를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 대전 코레일 팬 이유성 씨. 유니폼은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순수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이유성 씨의 대답은 명쾌하다. 이유성 씨는 대전코레일 서포터즈 팀이 대략 10명 정도 된다고 밝혔다. 평소 관중은 100명 정도. 그리 크지 않은 규모지만 팀을 응원하는 마음은 결코 작지 않다. 강원전에서도 "기적을 기대한다.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간절한 마음을 모았다.

서포터즈 뒤엔 스코틀랜드 출신의 데이비드 스피어스 씨가 친구들과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스피어스 씨는 "1년 전 대전에 왔다. 경기장에서 15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 별 일이 없으면 항상 경기장을 찾는다"고 말한다. 이역만리 축구 종가에서 날아온 이 팬은 대전코레일을 응원하는 이유로 "우리 지역 팀이잖아요. 대전시티즌은 대전 반대편에서 경기한다"고 답변했다.

대전코레일의 팬들의 '일상'엔 한바탕 '돌풍'이 일어나고 있다. 대전코레일은 FA컵 8강전까지 오르는 동안 대전코레일은 울산 현대와 서울이랜드FC를 꺾었다. 프로 팀을 연파하며 기대감을 높이더니 결국 강원FC까지 2-0으로 꺾으면서 4강에 올랐다. K리그 팀들을 꺾은 장소는 공교롭게도 모두 대전코레일의 안방인 '한밭종합운동장'이다.

대전코레일의 울고 웃는 일상을 지켜본 팬들에겐 더욱 값진 승리였다. 프로 팀을 연파하며 FA컵 4강에 오르는 일은 쉽사리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경기를 마치자 팬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피치까지 내려와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오히려 선수단이 팬들을 불러 함께 사진을 찍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대전코레일'은 선수단만이 아니라 팬들까지도 포함하는 것 같았다.

경기를 마친 뒤 대전코레일 선수단의 버스를 배웅하는 이유성 씨를 다시 만났다. 이유성 씨는 "승리를 믿을 수가 없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경기가 원정이든, 홈이든 사정만 허락하면 경기장을 찾겠다며 웃었다.

▲ 김승희 감독

김승희 감독의 말을 들어보면 대전코레일의 4강 진출은 '만들어진 돌풍'에 가깝다. 대전코레일이 더 간절히 경기를 준비한 덕분이다. 다만 수면 아래에서 바삐 움직이는 오리의 발처럼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김 감독은 "강원 경기 때문에 축구장에서 입장권도 끊고 춘천, 인천 많이 다녔다. 강원이 로테이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우리의 장점을 살리면서 상대의 것은 봉쇄하는, 나름대로 준비를 해온 것이 반 정도는 잘 됐다. 나머지 절반은 선수들이 믿고 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원동력은 대전코레일의 일상을 만들어주는 팬들을 위한 마음이다. 김 감독은 "서포터즈가 득점했을 때 저희보다 더 감격하는 모습을 보고 '아 오늘 또 올텐데 실망시키면 안되겠다' 생각하고 왔다. 그렇게 힘들 때, 어려울 때, 먼 곳 다 와서 응원해주는 힘이, 감독이 동기부여할 수 없는 곳까지 팬들이 해준다. 그것이 원동력이다.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리고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벌어질 때 우리는 '기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선 평범한 일상들이 존재해야 한다. 대전코레일 그리고 팬들은 다시 한번 평범한 일상에 기적이 될 FA컵 결승행을 노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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