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파일] 이변의 FA컵, K리그 팀들이 고전했던 이유
작성일: 2019.07.06 09:0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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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FA컵은 8강 구성부터 다소 생소했다. K리그1 팀은 단 4팀. 그리고 K리그 팀들은 각각 내셔널리그와 K3리그 어드밴스에서 올라온 '한 수 아래' 팀들을 상대하게 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만만치 않다. 지난 2일 상주 상무가 창원시청을 2-1로 이기면서 '정상적으로' 4강에 올랐다. 나머지 3경기는 모두 예상과 다른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수원 삼성은 안방에서 경주한수원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며 겨우 4강행에 성공했다. 강원FC는 대전코레일에 0-2로 덜미를 잡히고, 경남FC도 화성FC에 1-2로 패하면서 FA컵 우승 도전을 접어야 했다.
유난히 이번 시즌 FA컵은 돌풍으로 가득하다. 지금같은 기세라면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기대해봐도 좋을 상황. 대체 왜 이런 돌풍이 계속 일어났을까.
◆ 기량 문제: 크지 않은 기량 차이
일단은 경기력에서 프로 팀들이 압도하지 못했다. 대전코레일의 베스트11 가운데 8명이 프로 경력이 있을 정도. 기본적인 기량 자체가 극심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장기적인 리그에선 그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지만 90분에 모든 것이 갈리는 단기전에서는 그 차이가 크지 않다.
경주한수원 서보원 감독은 "K리그가 1, 2가 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축구는 K리그1, 2 내셔널리그, K3리그 선수들이 용병을 빼면 크게 차이가 없다. 대표 선수는 물론 잘하지만, (다른 국내 선수들이) 한 단계 높은 수준을 가져야 하는데 그 선수들이 못해 주고 있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승리하고도 홍철 역시 쓴소리를 했다. 홍철은 "우리가 프로로서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며 "프로는 잘 해야 하고 그라운드에서 증명해야 한다. 경기력을 증명하려면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동기부여: "증명하고 싶다"
크지 않은 기량 차이를 메우는 요소는 바로 '의지'에 있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몸으로 겨루는 스포츠다. 더 많이 뛰거나 강하게 부딪히는 쪽에 유리하게 경기가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반란을 기다리는 하부 리그 팀들은 모두 간절하게 싸웠다.
화성FC 공격수 유병수는 "상위 팀과 경기를 해서 끓어오르는 게 있었다. 예전에는 나도 프로였지만 지금은 도전자다. 의욕이 정말 많이 생긴다. 우리가 증명할 수 있는 자리는 FA컵 뿐이다. 고참급 선수들을 포함해 모두가 간절하게 뛴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대전코레일 김승희 감독은 "하위 리그 팀들은 다 출신을 보면 프로에서 아픔이 있었던 선수들이 많다. FA컵에서 자신을 증명하려는 노력이 있다보니 선전하는 이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한수원 서보원 감독 역시 "K리그에서 실패한 선수, 5~6년 생활한 선수가 있다. 상위 리그 팀 상대로 도약하고 보여 주려고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프로 팀과 맞대결을 자신을 선보일 쇼케이스기도 하다. 강원을 울리는 선방쇼를 펼친 대전코레일의 수문장 임형근은 "프로는 확실히 다르지만 그래도 내셔널리그도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런 활약을 통해 기회가 열린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형근은 아직 프로 경력이 없는 선수다.

◆ 준비 상황: 전술 분석 그리고 로테이션
경기 준비 역시 '언더독'들이 더 철저하게 한다. 기량의 열세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대전코레일 김승희 감독은 "강원 경기 때문에 축구장에서 입장권도 끊고 춘천, 인천 많이 다녔다"고 밝혔다. 이어 "강원이 로테이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전술 자체는 비슷했다. 우리의 장점을 살리면서 상대의 것은 봉쇄하는, 나름대로 준비를 해온 것이 반 정도는 잘 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K리그 팀들의 상황이 또 하나 변수가 된다. 대전코레일은 경기는 정상적으로 운영했지만 수비 시엔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을 좁혀서서 강원을 밀어냈다. 강원은 수비 간격이 좁은 팀을 상대론 제리치 혹은 정조국을 기용하면서 선이 굵은 축구로 빈틈을 만든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엔트리에서 빠졌고 서명원이 선발로, 후반전엔 김지현이 교체로 출전했다. 힘과 높이보단 활동량이 장점인 두 선수는 대전코레일의 좁은 간격 사이에서 고전했다.
강원 김병수 감독은 경기 전 "이번 경기 결과가 장기적으론 팀에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원이 현재 강등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위 스플릿이란 확실한 목표가 있다. 순위 싸움에 결정적인 9월 중순과 10월 초순으로 예정된 홈 앤드 어웨이 경기나 결승전 일정이 K리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 강원은 FA컵에서 탈락했지만 오는 6일 FC서울전엔 정예 멤버 출격이 가능한 상황이됐다.
김승희 감독도 "지도자로서, 팀으로서 생각하면 정규 리그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팀에서는 그쪽에 치중하면서 로테이션을 하고 정예 멤버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인정했다.
경주한수원 서보원 감독도 "수원이 공격은 날카로운 데 득점하지 못했고, 수비는 특별히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공략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난 한 달간 수원 경기 비디오를 쉴 새 없이 분석했다고 밝혔다.
◆ 심리적 문제: "이겨도 본전, 압박감의 문제"
또 하나의 변수는 심리적 압박감이다. K리그 팀들은 하부 리그 팀들을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 뜻대로 경기가 흐르지 않으면 조바심이 날 수 있다. 강원 수비수 신광훈도 "강팀도 약팀한테 잡히는 이유가 선제골 먼저 먹고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니까 자기 플레이가 잘 되지 않는다"며 경계심을 나타낸 바 있다.
김승희 감독의 생각도 같다. 그는 "수원 삼성, 전남 드래곤즈해서 잡아본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을 선수들에게 전달해줄 때 도움이 된 것 같다. 경험이란 것은 심리적 압박감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부담 없이 했는데 4강이 걸려서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 압박감, 욕심을 가지면 우리가 가진 이점이 사라진다. 그런 점을 강조했다"며 선수들이 부담감 없이 도전하는 심리 상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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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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