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태의 축구를 읽다] 왜 전북은 시즌 중 '스리백'을 쓰기 시작했을까
작성일: 2019.09.28 11:0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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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백이 전북에 생소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이 긴 시간 팀을 이끄는 동안 주전술은 공격적이며 강력한 압박에 적합한 4-1-4-1 포메이션이 유지됐다. 모라이스 감독의 부임 이후에도 전형 자체엔 큰 변화가 없었다. 큰 틀이 유지된 가운데 짧은 패스가 가미된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질문 직후 오히려 인터뷰실에 비치된 종이컵을 동원해 스리백의 전술적 목표를 설명했다. 축구에서 '포메이션은 숫자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번 시즌에도 22경기에 나서며 중원에서 청소부를 맡았던 신형민이 9월 치른 경기에서 출전하지 못했다. 그간 전북의 기존 색을 크게 바꾸지 않았던 모라이스 감독이 시즌이 한창인 9월 급작스레 꽤 큰 변화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 전북의 스리백은 '김신욱 떠난' 9월 등장했다
FC서울과 28라운드 직전 취재진과 만난 모라이스 감독은 "(전북이) 포백을 쓸 때 스리백을 만나면 역습 형태를 많이 했는데 그런 방향이 싫다. 그래서 맞붙는 형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전북은 서울이 배치한 5명의 수비수에 맞서 이용-김진수를 전진 배치해 5명의 공격수로 압박하면서 효과를 봤다. 전북이 처음으로 스리백을 가동해 서울을 2-0으로 이겼다.
전북이 공격에 무게를 싣는 스리백으로 변화를 준 것은 시즌이 한창인 9월. 촘촘한 수비벽을 뚫을 '철퇴'가 사라진 뒤였다. 변화를 시도하게 된 이유는 김신욱의 이적으로 볼 수 있다. 압도적인 힘과 높이를 갖춘 김신욱은 직접 득점도 올렸지만 빠르고 기술적인 2선의 미드필더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제 김신욱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장점을 살려야 했다.
A매치 휴식기 직후 치른 상주 상무와 29라운드에서도 스리백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뒤이어 지난 25일 대구전에서도 선발 명단엔 홍정호, 최보경, 권경원까지 3명의 중앙 수비수가 이름을 올렸다. 킥오프를 앞두고 취재진이 스리백에 관한 질문을 던진 것도 당연했다.

◆ 숫자 싸움: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적응하기를 바란다."
"스리백으로 바꿨지만 수비적으로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스리백을 놓고 공격적으로 더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 1대1로 붙는 형태로, 수비할 때나 공격할 때 많이 이동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개인 능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 모라이스 감독(9월 1일 서울전을 앞두고)
김신욱 이적으로 새로운 밀집 수비 해법을 찾아야 했다. 전북의 가장 확실한 장점은 선수 개개인의 뛰어난 기량이다. 그래서 상대가 협력 수비하지 못하도록 공격 숫자를 늘리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된다. 측면 수비수인 이용과 김진수가 넓게 포진하면 상대 수비진의 좌우 간격을 벌릴 수 있다. 대신 로페즈-호사-문선민이 안쪽으로 좁혀서면 수비수들을 1대1로 괴롭힐 수 있다. 대구FC 안드레 감독도 "전북은 어느 위치에서든 기량이 있는 선수들이다. 1대1로 막긴 쉽지 않다"며 "간격을 좁히고 수적 우세를 점해서 수비해야 할 것 같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숫자 싸움'이 핵심이다. 전북은 공격수를 최대한 많이 배치하려고 한다. 그래서 상주 혹은 대구처럼 5-4-1 형태를 세우고 깊이 내려선 경우엔, 경기 내에서 포백과 스리백을 오갔다. 상주전에선 최보경이, 대구전에선 권경원이 중원으로 올라가 손준호를 보좌했다. 대신 이승기가 더욱 전진 배치되면서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로 움직였다. 손준호는 "저희가 처음 스리백을 서더라도 상대가 전부 내려가면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포백과 스리백을 혼합해서 쓴다. 그래야 미드필드 숫자 싸움에서 유리하고 세컨드볼도 따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역습 상황에서 핵심인 문선민과 로페즈의 수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공수를 오가는 임무를 주로 윙백에게만 맡긴다. 대신 공격수들이 전방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자 한다. 문선민과 로페즈가 수비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상대 수비수는 공격에 가담하기 어렵다. 어떤 팀도 전북 공격진과 숫자적으로 1대1로 맞서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포백에선 문선민 등 측면 공격수들이 수비에 깊이 내려와서 오히려 공격으로 나가는 속도가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숫자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선 상황에 따른 유연한 선수 배치가 필요하다. 실제로 전북은 스리백을 고집하지 않고, 포백 형태로 유동적인 변화를 취하고 있다. 모라이스 감독이 "스리백의 완성도는 계속 훈련하고 경기하면서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적응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이유다. 스리백 변화는 일리가 있는 전술 변화다.

◆ 전북의 과제: 크로스 외의 패턴도 찾아야
한계도 발견했다. 숫자를 극단적으로 늘린 수비를 상대론 더 세밀하게 공격을 펼쳐야 한다.
결과는 승리와 패배로 달랐지만, 상주전(2-1 승)-대구전(0-2 패)은 모두 쉽지 않은 경기였다. 공통적으로 전북을 상대로 5-4-1 포메이션을 썼다. 측면 미드필더들이 전북의 윙백을 수비하면서 수비 숫자를 극단적으로 늘리는 전략이다. 대구 수비수 정태욱은 구체적으로 "전북-상주전(29라운드) 경기를 보고 준비했다. 상주전을 감독님이 보여주셔서 많이 참고했다. (신)창무 형하고 (김)대원이가 수비로 많이 내려와줘야 한다. 그리고 가운데를 주지 않은 게 잘됐다"고 설명했다.
두 경기 모두 후반전 이동국 카드를 교체로 활용하면서 아예 포백으로 전환했다. 공격수를 늘린 것 자체는 '숫자 싸움'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디테일'에서 문제가 있었다. 특히 먼저 실점한 대구전에선 측면에서 크로스를 활용하거나, 로페즈의 개인 돌파를 활용해 공격 형태가 단순했다. 상주전에서 후반 37분 터진 이동국의 득점도 잘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한교원이 머리로 떨어뜨려준 것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모라이스 감독은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하려고 이동국을 활용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면서 "이동국이 들어가고 투톱이 되면서 크로스가 많아지면서 역습의 빌미가 많아졌다"고 인정했다.
김신욱의 이적은 갑작스러웠다. 더구나 계속 경기가 이어지는 시즌 중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공수에서 비중이 큰 이용, 김진수는 매번 대표팀까지 가야 한다. 발을 맞추기 쉽지 않다. 손준호는 "시즌 중이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호사나 (이)동국이 형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공격 패턴을 찾아서 더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라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이 대구에 패하긴 했지만 18경기 동안 12승 6무의 압도적인 성과를 올린 뒤 나온 결과다. 또 울산 현대의 추격이 거세다지만 아직 선두를 지키고 있다. 당장 전북의 부진을 예상할 이유는 없다. 여전히 전북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하지만 "전북과 하는 팀은 언제나 내려서서 한다. 그걸 뚫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손준호의 말대로 밀집 수비는 전북의 숙명과 같다. 대구전 고전으로 문제를 확인한 지금 밀집 수비를 어떻게 뚫을까. 모라이스 감독의 역량을 지켜볼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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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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