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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인간승리' 이재우, “보직 상관없어”

작성일: 2015.02.08 08:44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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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박현철 기자] “내 프로 생활을 돌아보면 시작이 초라했던 데 비해 정말 이룬 것이 많다. 훈련 보조로 출발했는데 타이틀도 얻었고 국가대표팀에도 들어갔으니까.”

신고 선수도 아니고 훈련 보조 요원으로 출발했던 프로 생활. 그러다 선수 등록에 이어 1군 데뷔, 홀드왕,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승선까지 잘 나갔다. 그러다 두 번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인해 끊어졌던 선수 생활. 재기에도 성공하는 듯 했으나 지난해 아쉽게 제대로 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다. 기회가 얼마나 귀중한 지 아는 베테랑은 '무엇을 하고 싶다'가 아니라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두산 베어스 투수진 맏형 이재우(35)가 제대로 된 활약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이야기했다.

2000년 두산 입단 당시 이재우는 선수가 아닌 훈련 보조 요원으로 들어갔다. 휘문고 졸업 당시인 1998년 2차 12라운드 지명을 받은 뒤 탐라대에 입단했으나 내야수로 뛰다가 발목 골절상을 당해 사실상 선수 생활을 포기했기 때문. 지명권을 갖고 있던 두산에 훈련 보조 및 기록원으로 입단했으나 강한 어깨를 인정받아 이듬해 투수로 선수 등록에 성공했다.

2004년부터 두산 투수진에 본격적으로 힘을 보탠 이재우는 2005시즌 28홀드로 홀드왕 타이틀을 따냈다. 2008년에도 계투 11승을 거둔 이재우는 2009년 제2회 WBC 대표팀에도 올라 생애 처음 태극마크도 가슴에 달았다. 2010시즌 자신이 서고 싶어하던 선발로서 기회를 얻으며 SK와의 시즌 첫 경기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승리할 때만 해도 이재우의 야구 인생은 찬란했다. 그러나 다음 경기서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이재우는 깊숙한 터널 속으로 향했다.

2010년 8월 첫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으나 1년 후 인대가 끊어지는 불운으로 2011년 7월 팔꿈치 재수술을 받은 이재우. 2012년 10월까지 1군에서 출장 기록이 없던 이재우는 2013시즌 후반기 팀의 5선발로 출장하며 30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이닝 1실점 호투로 팀을 우승 직전까지 이끌었던 바 있다. 이미 그의 선수 생활은 여기까지만 정리해도 '입지전적', '인간 승리'라는 말로 꾸밀 수 있다.

“처음 프로에 들어왔을 때를 생각하면 내 시작에 비해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기회 자체가 소중해서 팔이 아파도 일단 경기에 나간다는 자체가 좋았고 타이틀도 땄고 태극마크도 달아봤다. 크게 아프기도 했지만 '잠실 마운드에 서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재활했고 재활 당시 날 붙잡게 했던 그 꿈도 이뤘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난 행복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난 시즌은 크게 아쉬움이 남았다. 몸은 큰 이상이 없었으나 젊은 투수를 중용하고자 하는 전임 감독의 전략 하에 갑자기 퓨처스팀으로 내려가고 트레이드 루머에도 얽히면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미 시즌 초반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전력에서 배제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던 이재우 입장에서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었다. 타 구단 좌완과의 1-1 트레이드 이야기도 진지하게 나왔으나 이는 두산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솔직히 지난해는 너무 아쉬웠다. 팔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던 만큼 선발로서 페이스를 서서히 올려가던 시점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아닌 젊은 투수를 중용하겠다'라는 전임 감독의 이야기에 속으로 화도 많이 났고 억울하기도 했다.” 후반기 막판 다시 선발로 가세해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3.52로 호투, 전임 감독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준 이재우였으나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다시 높이기는 무리가 있었다.

현재 이재우는 팀의 5선발 후보로 후배 이현승, 노경은과 함께 애리조나 전지훈련지에서 경쟁 중이다. 만약 선발진 막차에 승선하지 못한다면 이재우의 보직은 윤명준과 함께 셋업맨이 될 전망이다. 정재훈(롯데)의 이적으로 인해 경험 많은 투수가 계투진에도 반드시 필요한 올 시즌. 특히 홀드왕-계투 한 시즌 11승 전력의 이재우는 투수진의 만능 카드로서 아프지 않는 한 많은 쓰임새를 자랑할 전망이다.

“선발로 서지 못해도 괜찮다. 팀에서 계투 요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지 않은가. 예전만큼의 구위는 아니라서 마무리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7~8회 선발 투수에서 마무리로 잇는 역할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목표로 하는 보직을 정해놓지 않았다. 그저 팀이 필요한 보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꼭 해내겠다.”

전성 시절처럼 151~2km의 공을 던지는 선수는 아니지만 아직 이재우는 최고 147km의 속구와 예리한 포크볼을 구사할 수 있는 투수. 김태형 감독도 이재우의 경험을 높이 사며 “투수진 운용에 있어 꼭 필요한 선수다. 이재우에게 가능한 큰 기회를 주고 싶다”라며 믿음을 비췄다. 여러 차례 역경을 딛고 프로 무대 투수로 생존 중인 이재우는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까.

[사진] 이재우 ⓒ 두산 베어스

[영상] 이재우 2013년 한국시리즈 4차전 호투 ⓒ SPOTV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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