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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에 빠진 김현수의 방망이, 봄은 언제쯤?

작성일: 2016.03.09 15:00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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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상진 객원 기자] 18타수 무안타 3삼진 무 볼넷.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28)가 시범경기 6경기에 출전하면서 얻은 기록이다.

9일(이하 한국 시간)까지 시범경기에서 10타수 이상 타자 가운데 타율 0.000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4명 뿐이며, 그 가운데 볼넷마저 없는 타자는 김현수가 유일하다. 크리스티안 콜론(캔자스시티) 2볼넷, 테일러 데이비스(시카고 컵스) 3볼넷, 라이언 맥마흔(콜로라도) 1볼넷이다.

첫 경기 3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던 박병호는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천천히 적응해나 가고 있으며, 이대호 역시 첫 경기 첫 타석 초구 안타에 이어 애리조나전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두 선수의 활약으로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KBO 리그 출신 3명의 야수 가운데 유일하게 안타가 없는 김현수에게 모든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수많은 분석 기사가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부진의 원인에 대해 살펴봤다.

◆ 준비 과정의 차이

지난 1월 중순, 이미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정한 박병호는 넥센 히어로즈의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함께 훈련을 했다. 당시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은 이대호 역시 친정팀인 롯데 자이언츠의 캠프에서 함께 몸을 만들고 있었던 것과 달리 김현수는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해 짧은 개인 운동을 마친 후 2월 초 볼티모어 훈련장이 있는 플로리다로 가 구단 소집일 전까지 개인 훈련을 했다.

지난달 3일 출국해 미국에서 취재하고 있는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넥센, 롯데와 함께 익숙한 환경에서 타격과 수비 훈련을 병행하며 준비한 박병호, 이대호와 달리 낯선 환경에서 개인 훈련을 중심으로 일정을 소화한 김현수는 본격적인 타격 연습이 아무래도 늦어질 수밖에 없어 초반 페이스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허 위원은 "국내 일정이라면 자체 청백전, 다른 팀과 연습 경기 등을 거친 후 시범경기에 나서는 KBO 리그의 패턴과 다르게 2월 말 볼티모어 스프링 캠프 합류 후 불과 열흘 뒤 시범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29일부터 시범경기 일정이 시작된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 리그의 시범경기는 약 일주일 늦은 8일 일정이 시작됐다. 시범경기 전에는 1월 중순부터 1차 전지훈련에서 몸을 만들고 2차 전지훈련에서 많은 연습 경기 일정을 거치는 약 2달 정도의 준비 기간이 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팀 훈련이 지난달 20일 전후로 시작되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훈련 후 바로 시범경기가 개막된다는 점에서 KBO 리그의 시즌 준비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김현수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훈련했을지 몰라도, 익숙하지 않은 패턴 속에서 팀 훈련과 경기감각이 떨어진 상태로 바로 실전에 투입됐기 때문에 다른 두 선수에 비해 출발이 다소 느려지고 있는 것이다.

◆ 심리적인 요인 → 밸런스의 붕괴

많은 전문가가 분석하고 있는 대로 가장 큰 원인은 심리적인 면이다. 김현수는 KBO 리그에서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08년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8시즌 동안 시범경기에서 4번이나 0.250 이하의 타율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통산 성적은 86경기 타율 0.355 7홈런 51타점이다.

시범경기의 성적이 시즌과 크게 연결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두산 베어스에서 김현수는 '경쟁자'보다는 팀의 확고한 주전이었기 때문에 시범경기에서 부진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도전자'의 처지에서 경쟁 선수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은 지난 몇 년간 경험한 적이 거의 없으며, 여기에 낯선 환경과 무언가 보여 줘야 한다는 의욕까지 더해져 점점 쫓기고 있는 듯하다.

더군다나 새로운 외야 경쟁자로 떠오른 조이 리카드에 대해 벅 쇼월터 감독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외야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으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는 박병호와 이대호의 홈런 소식까지 모든 것이 김현수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아직 빠른 공이 눈에 익숙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심리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자신만의 스윙을 하지 못하고 쫓기듯이 공을 맞히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허 위원은 "김현수가 지난 몇 경기 안타가 나오지 않자 쫓기는 흐름에 자신의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균형이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미네소타전에서 나온 땅볼은 처음으로 좋은 느낌이 있었다'며 '오늘(9일) 휴식 후 첫 경기에서 첫 안타가 나오면 점차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시범경기 첫 경기 홈런, 두 번째 경기 2루타 등 장타력을 뽐내며 화려하게 출발했던 강정호 역시 이후 9경기에서 23타수 1안타에 그치는 극심한 부진을 겪은 뒤 마지막 4경기에서 홈런과 3루타를 포함해 12타수 4안타로 제 페이스를 찾으며 정규 시즌을 시작했다.

쇼월터 감독은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15타수 무안타(10삼진)로 부진했던 팀의 간판 타자 크리스 데이비스의 예를 들어 가며 김현수를 격려하고 있다. 쇼월터 감독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5월이면 바라는 활약을 보여 줄 것'이라며 기회를 충분히 줄 것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김현수는 시범경기 초반 부진의 늪에 빠져 있지만 말 그대로 '시범' 경기이기 때문에 부담은 내려놓고, 10일 열리는 필라델피아와 경기에서 안타를 치며 메이저리그 1루를 처음으로 밟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 기록 출처: MLB.com, KBO(www.koreabaseb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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