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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3년' 편견과 싸운 느림의 미학…'행복한 눈물'로 안녕

작성일: 2022.01.20 18:13 김민경 기자, 송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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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 송승민 영상 기자] "모든 분이 1~2년 하면 단 될 것이란 말을 많이 하셨어요. 남들 모르게 노력했고, 좋은 팀을 만나서 편견을 깰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유희관(36)은 2009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마운드에 오른 13년 동안 언제나 편견과 싸웠다. 직구 구속이 못해도 140㎞ 중반대는 넘어야 최정상급 투수로 인정받는 프로 무대에서 유희관은 시속 130㎞대 느린 공으로 싸워나갔다. 주 무기는 시속 120㎞대 싱커, 가끔 시속 70㎞짜리 커브까지 섞으며 느리게, 더 느리게 타자들과 싸워나갔다. 그런 유희관을 마뜩잖게 보는 이들이 꽤 있었다.  

개인 통산 101승은 그래서 더더욱 값졌다. 두산 프랜차이즈 좌완 최초로 100승을 달성하며 새 역사를 쓰기도 했지만, 편견과 맞서 싸우며 1승씩 차곡차곡 쌓은 결과물이기에 애착이 컸다. 이 과정에서 유희관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기분 좋은 별명도 얻었다. 

유희관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느림의 미학은 나를 대변하는 좋은 애칭이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프로에 와서 '느린 공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품고 야구를 했다. 주변에서도 그렇고, 모든 분이 1~2년 하면 안 될 거란 말을 많이 하셨다. 남들 모르게 노력했고, 좋은 팀을 만나서 편견을 깰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유니폼을 벗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희관은 자신을 "편견과 싸운 선수"로 소개했지만, 동료들의 생각은 달랐다. 편견을 떠나 '야구를 잘했던 선수',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로 추억했다. 

정재훈 두산 투수 코치는 "본인이 가진 게 한국 프로야구에서 평균 이하이지 않았나. 그런데도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인 선수들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거뒀고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가진 사람이 성공한 것보다 희관이가 2~3배는 더 가치 있는 기록을 세웠고, 그 노력을 높이 사줘야 한다. 대단한 선수 생활을 했다고 본다. 다들 어렵다고 했는데 성공했으니까"라고 강조했다. 

▲ 유희관 ⓒ곽혜미 기자
▲ 유희관 ⓒ곽혜미 기자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도 유희관에게 엄지를 들어줬다. 양의지는 2018년 시즌까지 두산 안방마님으로 활약하는 동안 유희관의 공을 누구보다 많이 받아봤다. 

양의지는 "희관이 형이랑 2015년이랑 2016년에 우승했을 때 기억이 아무래도 가장 많이 남아 있다. 내가 두산에 있을 때 희관이 형은 항상 매년 잘 던지는 투수였다. 2016년에 '판타스틱4(유희관-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 등 선발 4명이 모두 15승 이상씩, 70승 합작)'로 불릴 때가 아무래도 가장 기억이 많이 난다. 늘 두산 베어스 좌완 에이스라는 자부심을 잊지 말라고 하고 싶다. 최고의 좌완이었으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유희관은 선수 생활하는 동안 받은 의심의 눈초리가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은퇴를 결심한 날 자신의 SNS에 "나를 미워했던 팬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유희관은 "당시는 속상하지만, 돌이켜보면 응원과 애정이 있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모두 나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넓게 보면 내 팬이 아닌 야구팬인 거니까.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편견을 깨서 가장 뿌듯하다고 느꼈을 때는 언제일까. 유희관은 "8년 연속 10승(2013~2020년) 기록이다. 100승을 달성한 것도 팬들의 편견을 조금이나마 깨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 혼자 이뤄낼 수 없는 기록이기도 했다. 두산에 들어와서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을 만나서 세운 기록이다. 뻔하고 교과서적인 말일지 몰라도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없었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은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야구 인생을 마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유희관은 자신을 "행복했던 야구 선수"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인생의 2/3 넘게, 25년 이상 야구를 했다. 지금도 (은퇴한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내가 이런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선수인 것 같다"고 말하며 눈물로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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