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은퇴' 김승용① "주영아-근호야 마흔까지는 뛰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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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올해 초 시즌 시작부터 (은퇴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 하고 들어갔어요."
현역에서 사라지는 아쉬움을 묻자 '리마리용' 김승용(37)은 아쉽지만, 결정을 스스로 내린 것에 대해서는 괜찮았다며 입을 열었다.
13개 구단 거친 김승용의 여정 끝나다
김승용은 리만FC(홍콩)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2004년 FC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상무에서 병역을 이행했고 전북 현대, 울산 현대, 강원FC, 인천 유나이티드를 거쳤다.
해외 구단도 많다. 감바 오사카(일본), 센트럴 코스트(호주), 칭다오(중국), 부리람 유나이티드, 수판부리(이상 태국), 타이포FC(홍콩)를 거쳐 리만까지, 총 13개 구단 유니폼을 입고 K리그와 아시아를 누볐다. '저니맨'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만큼 그의 실력을 인정한 구단들이 김승용을 호출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지난 2일 홍콩에서 새벽 비행기로 귀국, 여독이 풀리지 않았던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풋볼팬타지움에서 만난 김승용은 특유의 미소를 보여주며 자택인 남양주에서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미안함부터 표현했다.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렸으니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이를 모르지 않았지만, 은퇴의 변을 밝히는 무대에 최대한 침착하고 싶었음이라.
물론 그의 프로 인생에서 가장 익숙한 장소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이라 찾는 것은 쉬웠다. 현역 시절 선수들을 도왔던 프런트가 고위직에 오른 사실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만큼 세월이 빨리 지나갔고 그의 앞에 온 은퇴라는 현실도 마음을 굳혔지만,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리만에서는 은퇴 경기를 치르고 왔다. 리만이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의 하부 대회인 AFC컵에 출전했고 태국 부리람에서 마지막을 장식했다. 박수받고 떠나는 은퇴는 명예로웠다.
"감사하게도 구단에서 은퇴식 같은 행사도 해줬어요. 그냥 떠나보내기 아쉽다고도 하고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 놓은 것도 있고 팀에 공헌한 것도 어서 작은 행사를 마련해 주더라고요. 감사하게도 마무리를 잘했습니다."
10여 년 전 김승용은 기자에게 "은퇴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라며 자신의 미래 계획을 주체적으로 전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은퇴는 주변에 떠밀린 것이 아닌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저보다 선배님들,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 얘기를 많이 들어보면 선수 스스로가 은퇴를 결정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한 거라고 하더군요. 대부분의 선수가 팀을 찾지 못하거나 안 좋은 상황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더군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충분히 이만큼 했으면 됐다'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이제는 은퇴해도 제가 후회하지 않을 것 같고요."
스스로 은퇴 결정은 큰 복을 받은 것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부상을 당하면 회복 속도의 차이에서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지 나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김승용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한참 투자하며 아시아 정상권과 격차를 좁히려 노력하는 홍콩에서의 생활은 단비와 같았다.
"코로나19 시국에 홍콩 무대를 밟았죠. 10개 팀으로 시작했다가 두 팀이 없어지고 2부리그에서 두 팀을 승격시켰지만, 또 두 팀이 해체됐어요. 그렇지만, 잘 알려진 키치(=전 국가대표 김동진이 감독이다.)가 공격적으로 투자를 많이 해요. 리만도 키치를 따라잡으려고 투자를 많이 해요. 홍콩에 살면서 평생 탈 지하철을 다 탄 것 같아요. 훈련이나 홈, 원정 경기 모두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으니까요."
국내에서도 은퇴할 수 있었던 김승용이지만, 되려 자신을 응원해준 여섯 구단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234경기나 뛰었다면 첫 입문 팀 서울이나 2012년 ACL 우승을 맛봤던 울산 등 인연이 없는 것도 아니다.
"리그 우승을 못 했죠. 서울과 울산에서 준우승만 두 번 했어요. 특히 울산에서는 너무 아쉬웠어요. 울산에 '준우승 징크스'라고 있잖아요. 그게 제가 있을 당시부터 시작된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해요. (=울산은 2013년 포항 스틸러스와 최종전에서 패하며 2위로 미끄러져 우승에 실패했다. 우승은 포항이 했다.) 그때 우승을 했었어야 했어요. 다행스럽게도 지금 성적이 정말 좋다 보니까 올해는 꼭 우승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특히 ACL 우승은 홍콩 생활의 부적이나 마찬가지였다.
"홍콩에 마지막 마무리할 때도 모든 선수가 우러러보더라고요. 정말로 김승용은 ACL 우승팀에서 뛰었다는 거죠. 다른 수준의 선수라고 동료들이 그렇게 생각해주더라고요. 저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자부심이 있고 이제 은퇴는 했지만, 그런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생각입니다."
청소년 시절 부평고 동기인 이근호(37, 대구FC)와 날아다녔던 김승용이다. 백지훈(37, 은퇴), 박주영(37, 울산 현대) 등과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20세 이하(U-20) 월드컵,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등 국제무대 경험도 함께 나눴다.
그렇지만, 유독 A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같은 포지션에 좋은 선수가 많아 불운한 부분도 있었고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많은 질문을 들었을 것 같은 A대표팀 불운이지만, 김승용은 쿨하게 인정했다.
"제 생각에 저는 A대표팀 수준의 실력은 아니었어요. 모든 선수가 성인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거든요. 그게 안 되는 건 이유가 있는 거고요. 그래서 주변 분들이 많이 이야기하셨어요.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던 것은 좀 아쉽지 않냐고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정말로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도 그때 당시에는 이름도 몇 번 거론됐었던 적도 있었고 상당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아쉽진 않아요. 왜냐하면 저는 저를 너무 잘 알아서요. 후회하지도 않아요. 대신 남들이 가지 못하는 다른 길을 도전을 했던 것 같아요."
국가대표와 유독 인연 없어…친구 박주영, 이근호 응원 "마흔 살까지는 채웠으면…"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A대표팀에 들어가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데 김승용은 너무나도 차분하게 자신의 현실을 인정했다. A대표팀에 가서 어설픈 기량을 보이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축구를 사랑했던 김승용은 다른 방법을 택하고 롱런한 것이다.
그래서 U-20 월드컵과 베이징올림픽을 조금만 더 잘했다면 어떤 길이 열렸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특히 올림픽은 많이 아쉽죠. 저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평가전에서 갈비뼈 부상이 있었어요. 그 부상이 없었으면 그래도 출전 시간도 더 늘어났을 것 같고 팀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카메룬과 첫 경기가 정말 아쉬웠던 것이 1-0으로 앞서다가 후반 종료 얼마 남지 않고 실점해서 비겼는데 이겼다면 8강 정도는 갔지 싶어요."
국제 대회를 경험하면서 친구들은 A대표로 성장했다. 박주영은 2010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프리킥으로 골을 넣으며 16강의 교두보 역할을 했고 2012 런던 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는 통쾌한 결승골과 함께 동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이근호도 마찬가지,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 명단 탈락이라는 아픔을 딛고 2014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는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 득점으로 '최소 연봉 골'이라는 화제를 낳았다. 어느 팀에서 뛰어도 확실한 주전이었다.
"솔직히 안 부럽다고 하면 사람이 아니죠. 그런데 저는 정말로 친구 입장에서 응원 많이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경기 다 챙겨보고 응원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처음에도 말했지만, 제가 인정을 빨리했거든요. 정말로 이 친구들은 잘했기 때문에 A대표팀까지 갔고 저는 프로에서 오래 할 수 있거나 저만의 장점을 찾은 거죠.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킥 하나는 정말 자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외적으로는 그 친구들이랑 선배님들께 상대할 수 있는 그런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빨리 포기를 했던 부분도 있었죠, 그래서 그 친구들을 더 응원했던 것 같아요.
박주영과 이근호는 각자의 팀에서 플레잉 코치처럼 뛰고 있다. 선수단 최선참으로 밥, 차도 사주고 멘토 역할도 자처하면서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젊은 시절과는 분명 다른 위치지만, 이를 마다치 않고 하고 있다. 이들보다 조금 빨리 은퇴하는 김승용은 계속 응원할 생각이다.
"이번에 은퇴 결정을 했을 때도 친구들이 연락 많이 왔어요. 고생했다고 얘기도 많이 해줬고 저는 개인적으로 (박)주영이랑 (이)근호가 아직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조금 더 했으면 좋겠어요.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창수, 강민수도 선수 생활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더 했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김승용은 딱 잘라 말했다.
"모르겠지만, 한 마흔 살까지는 채웠으면 좋겠어요."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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