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광주에서 은퇴투어 행사를 진행한 이대호와 양팀 선수들 ⓒ롯데자이언츠
▲ 13일 광주에서 은퇴투어 행사를 진행한 이대호와 양팀 선수들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대호(40‧롯데)에게 어떤 구장이든 아련한 기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광주도 하나의 결정적 추억이 있다. 현재 챔피언스필드 개장 이전에 썼던 무등야구장에서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이대호는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던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KBO리그의 한계를 확장했다. 물론 비공인이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기록을 집계하는 프로야구리그에서 9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선수는 이대호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기록을 달성하는 8경기 연속, 9경기 연속 홈런이 모두 광주에서 나왔다.

당시 이대호는 8월 4일부터 14일까지 9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는데 13일에는 KIA 로페즈를 상대로, 14일에는 김희걸(개막 후 김건한)을 상대로 홈런을 터뜨려 대기록을 달성했다. 9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하는 장면은 많은 야구팬들의 뇌리 속에 아직도 남아있다. 반대로 KIA로서는 불명예 장면이 역사에 남은 것이니 당시 반응이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확하게 12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모두에게 추억이 됐다. 광주 원정길에 나선 롯데 팬들은 당시의 추억에 잠겼고, 이대호의 은퇴투어를 맞이하는 광주 팬들도 박수로 이 전설의 가는 길을 응원했다.

이대호는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은퇴투어의 광주 행사를 진행했다. 경기 전 사인회에서 롯데 팬, KIA 팬 100명을 만났고, 직접 마련한 모자를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라운드에서는 김종국 KIA 감독이 직접 은퇴 기념 선물을 준비했다. 

12년 전 그 장면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제는 일부 시설만 남겨두고 철거된 무등야구장이기에 그곳에서 뭔가를 진행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무등야구장 미니어처를 특별히 준비했다. 그리고 이대호의 타격폼 조형물로 구성된 트로피를 제작해 전달했다. 트로피에는 “영원한 홈런왕을 기억하며”라는 문구와 함께 9경기 연속 홈런 당시의 날짜와 장소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이대호를 평생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었다.

항상 ‘롯데의 악마’와 같은 이대호였지만, 그를 보내는 KIA 팬들도 전설의 은퇴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경기 전 챔피언스필드에는 이대호의 응원가가 여러 차례 흘러나왔는데 3루 쪽의 KIA 팬들도 막대풍선을 흔들며 응원가를 같이 불렀다. 전설에 대한 예우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유니폼은 다르지만, 이대호가 남긴 유산은 KBO리그 10개 구단 팬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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