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김하성(27,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플레이를 지켜볼수록 왜 팀이 그와 이런 계약을 했는지 깨달을 것이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의 말이다. 김하성은 꿈의 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지 2년 만에 팀에서 인정받는 유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약 369억원) 계약을 발표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3)라는 스타 유격수와 함께 매니 마차도(30), 제이크 크로넨워스(28) 등이 내야에 버티고 있어 미국 현지 언론은 당시 김하성에게 저 정도 투자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의문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 벤치 멤버 생활하면서 부족한 실전 투입 시간, 전혀 다른 문화, 새로운 언어,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원정 이동 거리 등 적응해야 할 게 산더미였다. 김하성은 타티스 주니어가 부상일 때 아니면 거의 벤치를 지켰다.

고생은 1년이면 충분했다. 개막부터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골절로 이탈하면서 주전 유격수로 뛸 기회를 잡았다. 출전 시간이 늘수록 수비와 공격 모두 한구에서 보여줬던 안정감을 찾아 나갔다.

한번 자리를 잡으니 김하성을 밀어낼 유격수가 더는 안 보인다. 포지션 경쟁자였던 최고 유망주 CJ 에이브람스(22)는 수비와 공격 모두 아직 빅리그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 속에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후안 소토(24)를 데려올 때 에이브람스를 내줬다. 최근 복귀 준비를 하며 슬슬 김하성을 압박하던 타티스 주니어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8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충격을 안겼다. 타티스 주니어는 내년 4월까지는 복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하성의 수비는 골드글러브급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올해 눈에 띄는 건 타격이다. 김하성은 18일 현재 타율 0.255(368타수 94안타)로 팀 내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마차도(0.305)다. 

후반기 페이스는 더더욱 뜨겁다. 김하성은 25경기에서 타율 0.299(87타수 26안타), 출루율 0.337, 장타율 0.448을 기록하고 있다. 마차도와 소토를 제외하면 현재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보다 잘 치는 타자는 없다. 

멜빈 감독은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김하성은 정말 좋은 선수다. 한동안 그는 좌투수만 상대하거나 수비에 집중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매일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주전 선수다. 이제는 출전 경기 수가 많아 휴식을 줘야 할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내 생각에 김하성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그는 바로 많은 경기에 나가길 희망했지만, 지난해는 그러지 못했다. 지금은 여기서 훨씬 편안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하성의 플레이를 지켜볼수록 왜 팀이 이런 계약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하성은 올해 타격 성적이 좋아진 것과 관련해 "공격 쪽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지난해 타석에 섰던 모든 경험이 분명 내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투수들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올해는 타석에서 내가 조금 더 편안할 수 있었다. 비시즌에는 타이밍이나 타격 메커니즘 등을 빅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을 했다. 그게 지금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역시나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성적 66승54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에 올라 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72승47패), 필라델피아 필리스(65승52패)에 이어 3위다. 타티스 주니어가 뜻밖의 약물 이슈로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유격수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의 전력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14년 3억4000만 달러(약 4440억원) 대형 연장 계약을 안긴 타티스 주니어의 이탈은 김하성 계약이 얼마나 '혜자'인지 보여주기도 한다.  

디애슬레틱은 '타티스 주니어가 없는 상황에서도 샌디에이고는 여전히 플레이오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소토를 영입했고, 김하성이 있다. 김하성은 타티스 주니어가 복귀하면 출전 시간을 잃을 뻔했지만, 샌디에이고가 이 정도 성공적으로 버티기까지 작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 김하성은 올해 6홈런-8도루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시즌에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그를 향한 모든 평가가 틀리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꾸준한 노력으로 그는 슬럼프 없이 매일 안정적이고 인상적인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며 샌디에이고가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김하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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