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한때 최고조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다소 내려갔다. 그래도 적지 않은 성장 가능성과 여기에서 파생될 금전적 가치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KBO리그 데뷔를 포기하고 미국 진출을 공식화한 덕수고 3학년 우완투수 심준석(18).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향후 거취는 일단 일차적으로 윤곽이 잡혔다. 오랜 꿈인 메이저리그를 향한 도전이 2023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불참과 함께 시작됐다.
어릴 적부터 미국 진출을 꿈꿔왔던 심준석은 고교 진학과 함께 구체적으로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년 전 처음으로 치른 전국대회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이 무대에서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며 주목을 받았고, 이는 국내는 물론 해외 스카우트들로부터 눈도장을 찍는 전환점이 됐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 여파로 주춤했던 심준석은 올 시즌을 앞두고 더욱 구체적으로 움직였다. 미국의 대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이끄는 미국 최대 에이전시인 보라스코퍼레이션과 손잡고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놓았다.
이후 심준석은 보라스코퍼레이션의 전속 관리를 받으며 올 시즌을 보냈다. 가는 곳마다 국내 대리인이 함께하며 심준석을 케어할 정도. 이러한 매니지먼트 속에서 결국 심준석은 KBO리그 데뷔가 아닌 미국 진출을 택했다.
이제 관심사는 심준석의 계약 여부 그리고 계약금 규모다. 일단 이적시장 전문가들은 계약이 당장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보고 있다. 심준석에게 안길 계약금을 비축해놓은 구단이 많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이미 앞서 진행된 국제계약에서 대다수 투자가 이뤄진 상황이라 예산이 새로 편성되는 내년 1월 이후부터 계약이 가능하리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문제는 계약금이라는 이야기. 심준석이 고교 1학년 때 깜짝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최대 200만 달러의 잭팟도 터지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역대 고교야구를 통틀어 신입생 기준으로 가장 뛰어난 구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심준석이 좀처럼 자기 공을 찾지 못하면서 입지에도 흔들림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역시 시속 150㎞대 초중반의 구속은 유지하고 있지만, 제구 난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점이 뼈아팠다.
그러면서 심준석은 올 시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냈다. 현재까지 기록은 12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14(20⅔이닝 12자책점). 나란히 ‘빅3’로 분류되는 서울고 3학년 우완투수 김서현(18)과 충암고 3학년 좌완투수 윤영철(18)이 각각 17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1.38(52⅓이닝 8자책점), 15경기 13승 2패 평균자책점 1.66(65⅓이닝 12자책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작성한 점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올 시즌 부진은 결과적으로 심준석의 계약금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복수의 야구계 관계자들은 계약이 성사된다는 가정 아래, 계약금 규모를 최대 100만 달러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금액에서 출발해 80~90만 달러 정도에서 합의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진출 과정에서 계약금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다. 현지에서의 위상이 곧 계약금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많은 계약금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선수 생명은 보장할 힘을 지닌다. 심준석 측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협상 테이블을 차릴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도 있다. 보라스코퍼레이션의 협상력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보라스코퍼레이션이라면 예상외의 대형 계약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현지에서 악명 높은 계약을 자주 성사시켜 ‘악마의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보라스가 얼마나 심준석 계약에 관심을 두느냐도 규모를 좌우할 수 있다.
한편 국내 아마추어 선수 중 최근 들어 가장 많은 계약금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이는 경북고 출신의 내야수 배지환(23)으로 2018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부터 125만 달러를 받았다. 최근 진출 사례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유니폼을 입은 경기상고 3학년 포수 엄형찬(18)으로 50만 달러 안팎의 계약금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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