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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화된 KIA 필승조에 등장한 난세 영웅… 원포인트 꼬리표는 이제 안녕

작성일: 2022.08.21 07:0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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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불펜의 난세 영웅으로 떠오른 이준영 ⓒKIA타이거즈
▲ KIA 불펜의 난세 영웅으로 떠오른 이준영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군산상고와 중앙대를 졸업하고 2015년 KIA의 2차 4라운드(전체 42순위) 지명을 받은 좌완 이준영(30)은 제대 이후인 2019년부터 꾸준히 1군 무대에 등판한 선수였다. 그러나 확실한 ‘필승조’로 인정을 받은 적은 없었다.

좌완으로 좌타자를 잘 잡아낸다는 강점은 있었다. 그가 1군 엔트리에 들어 꾸준하게 경기를 나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1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필승조라기보다는, 상대 좌타자를 요격하기 위한 원포인트로서의 쓰임새가 훨씬 더 길었다. 

경기 출전 대비 이닝 소화만 봐도 이를 느낄 수 있다. 2020년 48경기에 나간 이준영의 소화 이닝은 23⅔이닝이었다. 2021년 50경기에서는 35⅔이닝을 던졌다. 알게 모르게 쓰임새가 한정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좌타자를 잘 잡는 스페셜리스트로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었지만, 역시 1~2타자를 상대하고 임무를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KIA 불펜에 갑작스레 빈자리가 생겼고, 이준영은 자신의 쓰임새가 원포인트로 국한되지 않음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이라는 팀의 특급 불펜 세 명이 모두 빠지며 사실상 필승조가 텅텅 비어버린 상황에서, 이준영은 언제든지 1이닝 이상도 소화할 수 있는 진짜 필승조가 될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조짐은 있었다. 이준영은 6월 이후 가진 26경기에서 1승3홀드를 기록하는 와중에 단 1실점만을 허용했다. 6월 25일 두산전에서 실점한 게 유일하다. 6월 26일 두산전부터 8월 20일 kt전까지 19경기에서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그 사이 시즌 평균자책점은 1.42까지 떨어졌다. 

필승조 동시 이탈 후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8월 10번의 등판에서 1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우가 6차례다. 8월 20일 수원 kt전은 그런 이준영의 성적이 운이 아님을 제대로 증명한 한 판이었다. 5-2로 앞선 8회 무사 1,2루의 숨 막히는 상황에서 깨끗하게 정리했다. 효율적인 투구 수 관리로 2이닝을 그대로 집어 삼키며 팀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무사 1,2루라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상대 타자는 좌타자이기는 하지만 올해 타율이 좋은 조용호였다. 하지만 이준영은 공격적인 피칭으로 조용호를 병살타로 잡아내고 한숨을 돌렸다. 이어 배정대와 승부에서도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앞뒤 잴 것 없는 공격적 승부로 삼진을 잡아내고 불을 껐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이자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이준영은 경기 후 “주자가 있는 상황에 등판했는데 주자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 있게 마운드에 올랐고 공격적으로 승부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준영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김민혁 박병호 강백호를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경기의 문을 닫았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준영이 팀의 고민을 깨끗하게 처리한 셈이다. 투구 수도 19개로 효율적이었다. 이준영은 “작년에 비해 제구가 더 좋아져 마운드에서  공격적으로 승부하고 있다”면서 “어떤 상황에 등판하던지 팀이 이길 수 있게 과감한 승부를 펼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세 필승조가 돌아오면 이준영은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갈지 모른다. 그러나 공백 기간 동안 자신이 원포인트 이상의 활용도를 가지고 있음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장현석 전상현 정해영은 모두 우완으로, 좌완인 이준영이 포함되면 구색도 좋아진다. KIA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그 위기 속에서 난세 영웅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준영이 그 기회를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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