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는 18일(한국시간) 현재 81승35패(.698)의 호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승률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만 따지면 2위 샌디에이고(.550)의 경기차가 이미 17경기로 벌어졌다.
그런데 사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마운드가 그랬다. 계속해서 부상자가 생겨난 탓이다. 선발진은 워커 뷸러가 결국 팔꿈치 문제 탓에 시즌 아웃됐고, 클레이튼 커쇼는 지금도 빠져 있다. 오랜 기간 팀의 마무리로 활약했던 켄리 잰슨(애틀랜타)이 떠난 불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8회의 수호신이었던 블레이크 트라이넨도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다.
그럼에도 다저스 마운드는 흔들리지 않는다. 워낙 기초 체력이 탄탄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복권 형식으로 영입한 선발투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가운데, 불펜은 ‘고쳐 쓰는’ 선수들이 상당수 대박을 터뜨리며 다저스의 저력을 상징하고 있다. 특별히 비싼 불펜 투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다저스는 주축들의 빈 자리를 메우는 선수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 선수들은 그간의 경력이 별로 특별하지 않았지만 다저스 입단 이후 뭔가의 수정과 발전을 통해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말 그대로 타 팀에서 별로 눈여겨보지 않거나 심지어 방출 선수까지 ‘줍줍’해 다저스 스타일대로 개조해 잘 써먹고 있는 것이다. 탬파베이 시절부터 이 방면에 능했던 앤드루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의 수완이 잘 드러난다는 평가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우완 에반 필립스다. 2018년 볼티모어에서 데뷔한 필립스는 2020년까지 48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7.50에 머문 별 볼일 없는 투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다저스에 입단한 뒤 5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하는 등 특급 불펜 투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 20경기에서 7홀드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0.46에 불과하다.
필립스는 원래 슬라이더 비중이 높은 투수였지만, 올해는 평균 93.4마일(약 150㎞) 수준의 커터를 추가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올 시즌 필립스의 커터 피안타율은 0.146에 불과하고, 지난해까지는 단 하나도 던지지 않았던 커터의 비율을 무려 25.9%까지 높이며 성공을 거뒀다. 한편으로는 포심패스트볼 구속도 평균 96마일(154.5㎞) 수준으로 거의 2마일(3.2㎞) 가량 높아졌다.
지난해 영입해 필승조로 쏠쏠히 써 먹는 좌완 알렉스 베시아 또한 올해 46경기에 나가 팀 내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마이애미에서 데뷔한 베시아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69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고쳐 쓸 자신이 있었는지 이 투수를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베시아는 이적 후 87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다저스는 전성기에서 내려온 뒤 슬라이더가 난타 당했던 블레이크 트라이넨의 슬라이더를 개조해 재미를 봤다.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졌고 트라이넨은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다저스는 트라이넨의 종무브먼트를 줄이는 대신 횡으로 크게 휘는 슬라이더를 장착해 대박을 쳤다.
그렇다면 2018년 콜로라도에서 데뷔한 이래 지난해까지 통산 평균자책점이 5.30에 불과했던 우완 옌시 알몬테는 그 다음 대박 후보다. 올해 29경기에 나가 8개의 홀드를 수확했고 평균자책점은 1.15에 불과하다. 피안타율 0.167, WHIP 0.89의 호성적으로 점차 자신의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역시 슬라이더의 횡무브먼트를 크게 늘려 슬라이더 위력을 극대화시킨 케이스다. 2020년 5인치였던 횡무브먼트는 올해 11.4인치로 두 배 이상 커졌다. 피안타율은 지난해 0.243에서 올해 0.135로 줄었다.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또 다른 기대를 걸 수 있다.
또한 2018년 데뷔 이후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좌완 케일럽 퍼거슨은 올해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46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퍼거슨 또한 주무기였던 커브의 무브먼트와 회전수가 점차 좋아지며 다저스 특훈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네 선수의 올해 연봉은 저렴하다 못해 최저 연봉과 더 가깝다. 알몬테는 약 56만 달러, 퍼거슨은 약 68만 달러, 필립스와 베시아는 각각 72만 달러다. 합쳐도 웬만한 불펜투수 하나만 못한 268만 달러(약 35억 원) 수준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부자 군단 중 하나인 다저스지만, 선수들을 키우고 수정해 쓰려는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다저스가 꾸준히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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