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송중기가 판타지라면, 이성민은 리얼리티[김현록의 사심록(錄)]

작성일: 2022.12.06 09:00 김현록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홈페이지
▲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홈페이지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재벌집 막내아들'이 대박입니다. 인생은 불공평한 게임을 매번 절망하던 흙수저의 이번 생이 망한 순간, 다시 주어진 다음 생 이야기. '회귀물'의 2회차 인생살이는 이미 웹툰과 웹소설을 장악했습니다. 심지어 이 드라마는 정답을 알고 태어난 재벌집 금수저를 다음 생으로 제시합니다. 모두가 꿈만 꾸던 판타지에, 승승장구하는 송중기가 주연을 맡았으니 할 말 다했죠. 방송도 하기 전부터 금토일을 연달아 방영하는 연말의 최고 기대작이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재벌집 막내아들'은 그러나 미처 예상치 못한 관전 포인트를 하나 더 제시합니다.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 주인공이 다시 겪는 격변의 한국 현대사-재벌의 세계입니다. 1987년 대선과 KAL기 폭파, 신도시 개발, IMF 국가부도사태와 닷컴 버블…. '순양가(家)'로 치환된 여러 한국 재벌의 성장과 후계다툼을 흙수저의 성정을 지닌 막냇손자의 눈으로 지켜보는 건 비할 데가 재미입니다. 드라마 시청에 인색한 남성 시청자들까지 단숨에 끌어모은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단 3주만에 시청률이 20%에 육박했을 정도입니다.

▲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홈페이지
▲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홈페이지

매회 감탄을 끌어내는 건 허구와 실제의 절묘한 밸런스입니다. 정답을 아는 2회차 인생살이의 판타지를 송중기에게, 한국 재벌사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실존인물이 떠오르는 캐릭터를 이성민에게 맡긴 건 실로 탁월한 선택입니다. 

송중기야말로 판타지가 사랑하는 배우입니다. '성균관 스캔들'의 뽀얀 얼굴의 꽃도령 송중기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건 영화 '늑대소년'이었습니다.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 그는 첫사랑 소녀를 할머니가 되어서도 지켜주며 함께하는 순정파였습니다. '태양의 후예'에선 비주얼과 카리스마, 능력치가 합체된 완벽한 군인을 그렸습니다. 태고의 시대를 연 '아스달 연대기'는 어떻습니까. 원어민급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변호사인데, 의협심에 전투 능력까지 완벽한 '빈센조'는요. 확신에 찬 단정한 얼굴, 차분한 목소리로 세상에 없을 사람을 보란듯이 그려내는 것, 바로 송중기의 특기입니다. 

▲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홈페이지
▲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홈페이지

그리고 그 대척점에 이성민이 있습니다. 천의 얼굴을 자랑하는 이 배우는 서슬퍼런 대한민국 최고 재벌 진양철 회장을 마치 실존인물을 묘사하는 듯 정교하고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따져보면 말도 안 되는 가정법에 가정법이 더해진 허황된 판타지로 출발한 이야기지만, 눈 돌릴 틈새조차 주지 않은 이성민의 단단한 연기, 묵직한 카리스마는 시청자들을 그대로 붙들어맵니다. 분량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주인공이 겨냥한 제1의 빌런이건만, 어쩐지 선과 악의 판단마저 유보하게 되는 막강한 존재감입니다.

기업 승계를 빌미로 탐욕 많은 자식들을 경쟁시키는 가장이자 스스로 "돈이 정도경영"이라 외치는 장사꾼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누구인지 아나, 순양이다"라고 일갈하며 피로연장을 박차고 나간 순간, 어우선하던 '재벌집'이 안팎으로 정리되는 짜릿함을 모두들 느끼셨겠죠.

판타지 대 리얼리티의 팽팽한 대결. 어쩌면 뽀얀 송중기의 얼굴에 음영까지 지워낸 뷰티컷이 더해지고, 검버섯까지 찍은 이성민의 얼굴이 날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다 이 때문일지 모릅니다. 정답을 아는 금수저 송중기, 현실의 성공신화를 쓴 회장님 이성민의 묵직한 충돌이 이어진다면 '재벌집 막내아들'은 올해 최고의 인기작으로 2022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게 분명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