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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즈메’는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다시 차분히 시작된 문단속

작성일: 2023.05.25 14:4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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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인천 LG전에서 위기를 막아내고 세이브를 기록한 서진용 ⓒ곽혜미 기자
▲ 24일 인천 LG전에서 위기를 막아내고 세이브를 기록한 서진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와 경기를 앞두고 서진용(31‧SSG)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기분이 나쁠 법한 경기 직후였지만, 서진용은 오히려 “깔끔하게 이발을 했다”고 미소 지었다. 

올해 SSG의 마무리 자리를 다시 맡은 서진용은 시즌 첫 20경기에서 단 하나의 자책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미스터 제로’의 위용을 떨쳤다. 20경기에서 기록한 세이브만 16개였다. 리그 구원 부문 독보적인 선두였다. 그런데 5월 2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이 0의 행진이 깨졌다.

6-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사흘의 휴식 시간이 있었고, 다음 날은 휴식일이었다. 확실하게 경기를 매조짓기 위해 서진용은 8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9회 마운드에 오른 뒤 제구가 흔들리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너무 신중하게 공을 던지는 느낌도 있었다. 결국 김민석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0의 행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더 이상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팀이 6-3 승리를 이끌었다. 그래도 오랜 기간 유지했던 ‘평균자책점 0’이 깨졌으니 개인적으로는 허탈함이 몰려올 법도 한 상황. 하지만 서진용은 ‘이발’로 자신의 심리 상태를 대변했다. “후련하다”고 했다.

서진용은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 0점대 평균자책점 아닌가”고 되물으면서 “후련하고, 지금 기분도 좋다. 이발을 할 타이밍을 한 번 놓쳤는데, 평균자책점 0을 이어 가고 있어서 그냥 놔뒀다. 그 기록이 깨지자마자 곧바로 이발을 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언젠가는 할 실점이었고, 팀이 이겼기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 다음 말에서 다부진 각오도 느낄 수 있었다. 서진용은 “이제 다음 경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점은 세상의 그 어떤 투수도 피해갈 수 없는 단어다. 리그 최고의 선수들도 실점은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 이어지면 곤란하다. 앞으로 실점을 하더라도 안정적인 페이스를 보여준다면 문제가 없다. 반대로 다음 경기에서 또 실점을 하면 뭔가의 불안감이 떠오를 수 있었다. 

▲ 리그 구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진용 ⓒ곽혜미 기자
▲ 리그 구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진용 ⓒ곽혜미 기자

0의 행진이 마무리된 시점, 서진용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경험에서 나오는 말일 수도 있었다.

24일 인천 LG전은 그래서 꽤 중요했다. 팀이 접전을 벌였고, 최민준과 노경은의 분전으로 팀은 5-3으로 앞선 채 9회에 왔다. 상대는 올해 자타공인 리그 최강 타선이자, 전날도 9점을 냈고, 이날도 될 듯 될 듯 SSG 마운드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었던 LG였다. 여기서 무너지면 팀은 루징시리즈 확정이자 연패였다. 부담이 없을 수는 없었다.

긴장을 한 듯 첫 타자인 오스틴에게 볼넷을 내줬다. 구속은 잘 나왔는데 공이 빠졌다. 그 다음 타자 오지환에게도 초구와 2구가 모두 볼이었다. ‘행진’이 끝난 뒤의 후유증이 절로 떠올려지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서진용은 침착했다. 패스트볼 승부로 2B-2S를 만들었고, 5구째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냈다. 

이어 문보경도 포크볼로 세 번 연속 헛스윙을 유도하며 큰 산을 넘었다. 정주현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2루에 몰리기는 했으나 까다로운 타자인 홍창기를 1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경기의 문을 닫았다. 기록이 깨진 뒤, 가장 중요했던 첫 판에서 팀의 승리를 지키고 세이브를 거뒀다. 위기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냈기에 나름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줄 만한 승리였다.

아무리 뛰어난 마무리 투수도 블론세이브는 한다. 마리아노 리베라나 트레버 호프먼, 오승환이라고 해서 블론세이브가 없었던 건 아니다. 보통 “특급 마무리도 1년에 5번은 블론세이브를 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S급과 A급, 혹은 B급을 가르는 건 그 여파가 다음 경기까지 이어지느냐다. S급 마무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경기의 문을 닫는다. 서진용이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필연적으로 찾아올 실점이나 블론세이브 직후 경기의 안정감이다. 다행인 건 서진용도 자신의 실패 역사에서 그 교훈을 잘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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