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진출 후 최고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메릴 켈리
▲ 메이저리그 진출 후 최고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메릴 켈리
▲ 선발 랭킹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쉐인 맥클라나한
▲ 선발 랭킹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쉐인 맥클라나한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5년 SK(현 SSG)가 메릴 켈리(35‧애리조나)라는 한 낯선 선수를 영입할 때까지만 해도, 이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선발 투수 대열에 들어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단 한 경기도 없었고, KBO리그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투수였다. 단지 기본적인 잠재력을 두루 갖췄고,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뽑혔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네 시즌을 뛰면서 켈리는 메이저리그가 어울리는 투수로 점차 발전하고 있었다.

켈리는 KBO리그에서 4년간 119경기에 나가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자 저비용 고효율 5선발을 찾던 애리조나의 레이더에 걸렸고, 2019년 시즌을 앞두고 2+2년 계약을 해 뒤늦게 메이저리그 데뷔를 했다.

그런 켈리의 성적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게 특이하다. 30대 중반이 됐으니 꺾일 때가 됐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원숙한 피칭을 하며 성적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힘도 떨어지지 않았다. 어디가 자주 아프지도 않다. 정말 특이한 케이스다.

켈리는 2019년 3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이 정도도 받는 돈을 고려하면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시선이 많았다. 2021년에는 4.44, 2022년에는 3.37을 기록하더니, 올해는 첫 12경기에서 70⅔이닝을 던지며 7승3패 평균자책점 2.80의 호투를 펼치고 있다. 30대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해, 매년 세부 지표들이 더 좋아지는 건 대단한 일이다. 올해 켈리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9.8개로 데뷔 후 가장 좋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투수라 과소평가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올해 내셔널리그 다승 레이스를 주도하기 시작하자 이제는 전국적으로 조명을 받는 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 네트워크의 패널인 댄 플레삭이 7일(한국시간) 선정한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 랭킹에서도 당당히 20위에 올랐다.

▲ 켈리는 매년 발전하는 모습으로 역수출 신화를 쓰고 있다
▲ 켈리는 매년 발전하는 모습으로 역수출 신화를 쓰고 있다
▲ 시즌 초반 악재가 겹쳤던 맥스 슈어저는 최근 페이스를 되찾아가고 있다
▲ 시즌 초반 악재가 겹쳤던 맥스 슈어저는 최근 페이스를 되찾아가고 있다

플레삭은 주기적으로 이 랭킹을 업데이트하고, 메이저리그 네트워크의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선수 상승 및 하락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아무래도 업데이트가 되는 랭킹인 만큼 기존 경력이나 이름값을 제외하고 최근 성적이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켈리의 TOP 20 진입은 지극히 당연하게 보인다.

19위는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을 리드하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였고, 켈리보다 아래 순위인 22위에는 통산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맥스 슈어저(뉴욕 메츠)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슈어저가 켈리보다 더 대단한 경력을 가진 선수이기는 하지만,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켈리보다 낫다고 장담할 수 없다. 슈어저는 시즌 9경기에서 5승2패 3.21을 기록 중이다. 몸 컨디션이 100% 상태에서 시즌을 출발하지는 못했고, 중간에 이물질 논란으로 징계까지 있어 출전 경기 수 자체가 적었다. 

켈리보다 위에 있는 선수들은 다 이해가 될 만한,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들이다. 쉐인 맥클라나한(탬파베이), 프램버 발데스(휴스턴), 게릿 콜(뉴욕 양키스), 소니 그레이(미네소타), 네이선 이볼디(텍사스) 등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토론토 에이스 케빈 가우스먼은 8위, 애리조나의 에이스 잭 갤런은 11위, 그리고 투타 겸업을 진행 중인 오타니 쇼헤이는 12위였다. 오타니는 시즌 초반에는 이보다 더 높은 순위에서 출발했으나 최근 부진으로 10위 바깥으로 밀렸다.

▲ 시즌 초반에 비해 투수로서 다소 부진한 오타니 쇼헤이
▲ 시즌 초반에 비해 투수로서 다소 부진한 오타니 쇼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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