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으로 텍사스와 FA 계약을 망친 박찬호
▲ 부상으로 텍사스와 FA 계약을 망친 박찬호
▲ 몇 경기 던져보지도 못하고 팔꿈치 수술로 이탈 예정인 제이콥 디그롬
▲ 몇 경기 던져보지도 못하고 팔꿈치 수술로 이탈 예정인 제이콥 디그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초반부터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건강하다면’ 지구상 최고의 투수 제이콥 디그롬(35‧텍사스)은 4월 30일(한국시간) 15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텍사스의 악몽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디그롬은 4월 29일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⅔이닝만 던지고 강판됐다. 당시 투구 내용이 거의 완벽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전완근 부위에 통증이 왔다. 전완근 통증은 보통 팔꿈치 부상의 전조로 불린다. 류현진(36‧토론토) 또한 전완근 부상 이후 끝내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결국 디그롬은 4월 30일 팔꿈치 염증을 사유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후 불펜피칭을 통해 몸 상태를 점검하고 복귀 시점을 저울질했으나 텍사스는 6월 6일 디그롬을 60일 부상자 명단으로 이동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불펜피칭 일정 등을 논의하던 중이라 “40인 로스터에 한 명을 더 추가하기 위한 조치”라는 추측도 있었으나 결국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텍사스는 7일 디그롬이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이 필요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술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결국 디그롬이 경력 두 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미존 수술의 재활 기간은 1년에서 1년 반 사이다. 만약 디그롬이 이 수술을 받을 경우, 사실상 다음 시즌까지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코리 시거와 마커스 시미언을 쇼핑하며 야수진을 채운 텍사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선발진을 보강하기 위해 또 많은 돈을 썼다. 화룡점정이 바로 디그롬이었다. 텍사스는 디그롬의 건강에 베팅하며 5년간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반대로 원 소속팀인 뉴욕 메츠를 비롯, 선발 보강이 필요한 팀들은 근래 들어 부상이 잦았던 디그롬에게 긴 계약 기간을 주길 꺼렸다. 차라리 연 평균 금액을 확 높이더라도 2~3년으로 계약 기간을 자르려고 했다.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었다. 

▲ 박찬호의 내리막은 텍사스 FA 역사상 최악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 박찬호의 내리막은 텍사스 FA 역사상 최악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디그롬에 5년 계약을 제안한 텍사스의 베팅은 실패로 돌아갔다
▲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디그롬에 5년 계약을 제안한 텍사스의 베팅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텍사스의 생각은 달랐다. 디그롬이 매년 200이닝을 던질 수는 없어도, 큰 부상 없이 연간 150이닝은 던져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디그롬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만 던지고 포스트시즌에 나가 에이스 몫을 한다면 몸값은 다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텍사스의 계산기는 박살이 났다.

1억7500만 달러 중 2년치가 사실상 날아갔다. 텍사스는 팔꿈치 문제를 털고 돌아온 디그롬이 남은 3년은 건강하게 잘 던져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25년 복귀하면 디그롬은 만 37세다. 여기에 팔꿈치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위를 다쳤던 선수라 추가적인 부상 위험성은 상존한다. 디그롬의 투구 수준이 아닌, 건강을 둘러싼 도박에서 텍사스는 완패를 실감하고 있다.

부상이 잦을 경우 텍사스 구단 역사상 최악의 FA 선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1000만 달러 투자한 게 아니라, 자그마치 1억7500만 달러다. 계약 규모가 큰데다 5년 중 2년을 뺀다고 고려하면 남은 3년을 아무리 잘해도 저 금액을 다 뽑기는 어렵다. 게다가 텍사스는 디그롬의 보험을 들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의 지적이다. 디그롬의 부상 경력이 워낙 많기에 보험회사들이 꺼렸을 수도 있다.

텍사스 FA 역사상 최악의 선수 중 하나로 항상 손꼽히는 선수가 우리에게는 가슴 아프게도 박찬호(50)다. LA 다저스 시절 올스타 선발투수로 성장한 박찬호는 항상 건강하게 많은 이닝을 던지던 선수였다. 텍사스는 그런 내구성과 기량을 믿고 2002년 시즌을 앞두고 5년 총액 6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금도 6500만 달러는 큰 계약인데, 그게 21년 전이었다. 박찬호에 대한 텍사스의 기대감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박찬호도 텍사스에서 내리막을 걸었고, 이는 부상에서 시작됐다. 박찬호도 이적 후 허리 등 몸이 자주 말썽이었다. 결국 텍사스에서의 3년 반 동안 68경기에서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의 부진한 성적 속에 계약을 완주하지 못하고 트레이드됐다. 

그런데 박찬호는 그래도 디그롬처럼 10경기도 던지지 못하고 아웃된 게 아니었다. 성적이 저조했을 뿐 그래도 던지기는 했었다. 그런 측면에서 디그롬의 계약은 더 최악의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텍사스가 박찬호의 악몽을 떠올릴 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을지 모른다.

▲ 5년 계약 중 2년을 허공에 날릴 위기인 제이콥 디그롬
▲ 5년 계약 중 2년을 허공에 날릴 위기인 제이콥 디그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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