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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읽어 주는 남자] 최두호 카운터펀치의 비밀 "난 스나이퍼"

작성일: 2016.06.23 16:43 이교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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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쿵후 영화를 보면 무조건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그래야 방금 TV에서 보고 배운 권법을 시험해 볼 수 있었다. 동네 친구들은 모두 당랑권의 고수가 돼 있었다. "헛, 헛, 헛" 기합을 지르며 공격을 주고받았는데 제법 합이 맞았다. 30년 전쯤, 동네는 가끔 소림사가 되곤 했다.

최두호가 그 세대는 아니다. 그는 성룡 대신 평안도 사투리를 쓰는 스라소니를 좋아했다. 학창 시절, 2002~2003년까지 방송된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애청자였다. 터프, 바키 등 격투기 만화도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그에게 큰 영감을 준 건 일본 복싱 만화 '더 파이팅(원제 시작의 잇포, はじめの一歩)'이었다.

KO 펀치와 맷집을 앞세워 상대를 부수는 주인공 마쿠노우치 잇포(일보)처럼 되고 싶었다. 최두호는 마당으로 뛰어나가는 대신 방에 걸린 거울 앞에서 혼자 '뎀프시 롤'을 연습했다. 뎀프시 롤은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좌우 훅 연타를 휘두르는 잇포의 특기다.

최두호는 "야인시대 영향을 받았다. 격투기 만화도 다 읽었다. 실제로 뎀프시 롤이 가능한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강한 남자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2009년 종합격투기 파이터가 됐다.

그는 쑥쑥 성장해 UFC 페더급에 진출했다. 2014년 11월 옥타곤 데뷔전에서 후안 푸이그를 18초 만에 펀치로 쓰러뜨렸다. 지난해 11월 서울 대회에선 샘 시실리아도 1라운드 1분 33초 만에 펀치로 무너뜨렸다. 통산 전적은 14승 1패, 최근 12연승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주목 받는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다.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최두호는 동경하던 잇포처럼 인파이터가 되지 않았다. 뎀프시 롤로 상대를 부수는 대신, 잇포의 라이벌 미야타 이치로(일랑)처럼 카운터펀치로 상대를 요리하는 테크니션이 됐다. 푸이그나 시실리아를 끝낸 것도 바로 이 카운터펀치였다.

이치로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난타전도 문제없다. 솔직히 좋아한다. 하지만 운동하면서 난 안 맞고 상대에게 충격을 주는 타격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효율성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카운터펀치를 주 무기로 쓰게 됐다"고 했다.

최두호는 카운터펀치에 일가견(一家見)이 있다. "많은 분들이 내가 순전히 본능만으로 카운터펀치를 친다고 생각한다. 내 적중률이 높은 건 타고난 감각 때문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셋업 없이 카운터펀치를 맞히긴 정말 힘들다. 내가 상대를 향해 전진하는 것부터 카운터펀치를 때리기 위한 사전 동작이라고 봐야 한다. 상대의 공격을 예상하고 카운터펀치를 낸다. 그래야 정확히 맞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저격수라고 표현했다. "상대가 지나갈 경로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 당길 준비를 하고 있는 스나이퍼라고 보면 된다. 상대가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카운터펀치를 던지기 전까지 내 모든 움직임은 사냥감을 한 길로 몰기 위한 셋업이다. 타격에 대해 이해도가 있는 팬들은 내 카운터펀치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 영상은 최두호가 푸이그와 시실리아를 잡을 때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최두호의 타격이 얼마나 심오한지 느껴 보시라.

그렇다면 최두호가 모는 대로 가지 않은 상대는 없었을까? 예상을 벗어나는 강자를 만나 본 적이 있을까? 최두호는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다"고 답했다. "코너 맥그리거도 카운터펀치로 잡을 수 있는가?" 묻자 "맥그리거가 왼손잡이에 거리가 길어 연구를 해야겠지만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최두호는 만약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대를 만난다면 바로 잇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난타전도 자신 있다. 그래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난타전을 걸 것이다. 프로 선수 초기엔 치고받는 걸 좋아했다"고 밝혔다.

최두호는 다음 달 9일(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리는 디 얼티밋 파이터 23 피날레에서 티아고 타바레스(31, 브라질)와 경기한다. 타바레스는 20승(6패 1무) 가운데 14승을 서브미션으로 따낸 그래플러다. 지난해 11월 클레이 구이다를 길로틴 초크로 잡았다.

최두호는 또 예상 밖에 있다. 이번엔 잇포도, 이치로도 아닌 그래플링에 능한 한마 바키나 미야자와 기이치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래플링 대결에서 주짓수 검은 띠 타바레스를 잡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타바레스는 주짓수 강자다. 하지만 종합격투기 그래플링은 나도 강하다. 레슬링과 그라운드 게임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KO가 아닌 서브미션 승리를 노린다. 레슬링 싸움에서 테이크다운을 하고 백 포지션에서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걸겠다. 그에게 생애 첫 서브미션 패를 안기겠다."

최두호는 요아킴 실바와 앤드루 홀브룩의 라이트급 경기 다음인 메인 카드 두 번째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UFC 서울 대회에서 메인 카드에 처음 들어갔고 이번이 두 번째다.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선 처음. SPOTV가 TUF 23 피날레를 9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잇포처럼, 이치로처럼 또는 바키처럼, 기이치처럼 변화무쌍하게 싸울 수 있는 '슈퍼 보이'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을까? 최두호의 예고대로 타바레스를 이긴다면 '시작의 두호'라는 제목의 만화가 나와도 좋을 듯.

■ TUF 23 피날레 대진

- 메인 카드

[여성 스트로급 타이틀전] 요안나 예드제칙 vs 클라우디아 가델라
[TUF 라이트헤비급 결승전] 미정 vs 미정
[TUF 여성 스트로급 결승전] 미정 vs 미정
[라이트급] 로스 피어슨 vs 윌 브룩스
[페더급] 최두호 vs 티아고 타바레스
[라이트급] 요아킴 실바 vs 앤드루 홀브룩

- 언더 카드

[페더급] 그레이 메이나드 vs 페르난도 브루노
[플라이급] 존 모라가 vs 마테우스 니콜라우
[미들급] 세자르 페레이라 vs 앤서니 스미스
[라이트급] 제이크 매튜스 vs 케빈 리
[웰터급] 리징량 vs 안톤 자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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