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일의 NBA액션]과소평가 된 포지션 '3번, 스몰포워드에 대한 고찰'
작성일: 2015.03.04 10:56
조현일 해설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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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포워드의 정체는?
각 포지션의 정의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스몰포워드 포지션도 마찬가지. 다만 뛰어난 스몰포워드가 되기 위한 조건은 있다. 바로 다재다능함이다. 래리 버드, 스카티 피펜과 그랜트 힐이 그랬듯, 스몰포워드는 5개 포지션 가운데 가장 다양한 능력을 요하는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우선, 3번은 포워드 가운데 신장이 작은 선수가 주로 맡는다. 파워포워드보다 체구가 작고 잔기술에 능한 동시에 가드 포지션보다 키가 크고 힘 좋은 선수들이 3번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가드의 확장형인 동시에 센터의 축소형이라 봐도 무방할 터.
다재다능함이 요구되는 포지션인 만큼 해야 할 일도 많다. 포인트가드가 부진할 때에는 리딩 부담을 덜어야 하며 슈팅가드의 야투 감각이 좋지 않을 때는 득점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필요가 있다. 빅맨들의 경기력이 부진한 날, 리바운드나 블록슛 등 궂은 일에 집중해야 할 책임감도 함께 갖고 있다. 고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선수생활 막바지, 슈팅가드에서 스몰포워드로 포지션을 바꾸었던 마이클 조던, 클라이드 드렉슬러, 라트렐 스프리웰은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앞세워 원래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도 제몫을 해냈다. 셋 모두 NBA에서 뛴 마지막 시즌까지 두 자리 득점을 유지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숀 메리언은 런-앤-건을 앞세운 피닉스 선즈 시절에 전성기를 보낸 선수다. 빠른 공격 스타일과 스몰라인업을 즐겨 쓰는 마이크 댄토니 감독의 성향 때문에 원래 포지션인 스몰포워드가 아닌, 파워포워드에서 뛰었던 그는 4번을 맡으면서도 한 시즌에 100개의 어시스트와 100개의 스틸, 100개의 3점슛과 100개의 블록을 동시에 해내곤 했다.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조던이 첫 번째 은퇴를 선언한 후 스카티 피펜은 조던 없이 한 시즌 반을 뛰었다. 이 시절, 스몰포워드인 피펜은 땅꼬마 포인트가드부터 자신보다 15cm나 큰 하킴 올라주원까지 모든 포지션의 선수를 막아냈다. 특히 1994-95시즌에는 득점부터 어시스트 및 스틸과 블록 모두 팀 내 1위를 기록하는 등 팔방미인의 위용을 유감없이 뽐냈다(복귀 후 17경기를 뛴 조던 기록은 제외).
피펜의 역량이 워낙 빼어나긴 했지만 이렇듯 스몰포워드는 쉽게 살아남을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다. 엄청난 운동능력의 소유자들이 모인 스윙맨 포지션을 수비해야 하며 슛 감각이 좋은 선수들을 위해 스크리너 역할까지 도맡는다. 코트에서 해야 할 일이 가장 많은 동시에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까지 챙겨야 하니 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일까. 스몰포워드가 5개 포지션 가운데 정중앙에 위치하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것 같지 않다.
◆리그를 수놓았던 역대 3번들
많은 능력을 요하는 자리인 만큼 NBA는 수많은 스몰포워드 스타들을 배출해오고 있다. 첫 손에 꼽히는 선수는 래리 버드다.
1979년, 보스턴 셀틱스에서 데뷔한 버드는 그 해 신인왕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첫 발을 내딛었다. 스몰포워드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는 뛰어난 전술이해능력, 넘치는 센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정규시즌 MVP 3회, NBA 우승 3회, 올스타 선정 11회에 빛나는 버드는 정교한 슈팅과 저돌적인 리바운드,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투지를 무기로 역대 NBA 최고의 스몰포워드로 군림했다.
‘닥터 J’줄리어스 어빙도 빼놓을 수 없다. 1971년부터 1976년까지 ABA에서 뛰었던 어빙은 1976년부터 10년 동안 NBA에서 활약하며 1983년, 필라델피아 76ers를 NBA 우승으로 이끌었다. ABA 시절 평균 28.7점을 올린데 이어 NBA 진출 후에도 평균 22.0점을 기록하며 변함없는 공격력을 과시했다. ABA에서 뛸 때엔 올-수비 팀에도 뽑히는 등 스몰포워드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980년대 덴버 너게츠의 공격농구를 이끌었던 알렉스 잉글리쉬는 8년 연속 2,000득점 이상을 넣었던 최고의 공격형 스몰포워드 가운데 하나다. 1982-83시즌, 28.5점으로 득점왕에 올랐던 그는 올스타에도 8차례 선정되는 등 최고의 3번 자원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았던 잉글리쉬는 'SPOTV'와의 인터뷰에서 “스몰포워드는 다재다능함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다. 득점도 중요하지만 이것저것 다 할 줄 알아야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NBA를 대표하는 3번 자원인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란트 가운데 어떤 선수가 더 뛰어난지를 묻는 질문에 “르브론 듀란트”라는 현답을 내놓은 잉글리쉬는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을 겸비했던 3번 자원으로 1980년대 NBA를 빛냈다.
‘휴먼 하이라이트 필름’이라는 멋진 별명을 가지고 있는 도미니크 윌킨스는 1980년대 NBA를 화려함으로 수놓은 장본인이다. 조던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히며 딱 한 차례 득점왕을 차지했던 윌킨스는 통산 25.8점 6.8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1998-99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버드나 어빙만큼의 다재다능함은 없었지만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는 부지런함과 뛰어난 자기관리능력, 믿기지 않는 고공농구를 한꺼번에 선보이며 NBA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매직 존슨, 카림 압둘-자바와 함께 1980년대 쇼타임 레이커스를 이끌었던 제임스 워디도 빼놓을 수 없다. 뛰어난 신체조건, 넘치는 힘을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속공 마무리 능력을 자랑했다. ‘빅 게임 제임스’라는 별명처럼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통산 세 개의 챔피언 반지를 손에 넣었던 그는 존슨, 압둘-자바에 이은 3옵션이었지만 스몰포워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남부럽지 않은 선수생활을 보냈다.
NCAA, ABA, NBA 득점왕을 모두 차지한 유일한 선수인 릭 베리,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식스맨으로 꼽히는 존 하블리첵, 윌트 체임벌린과 함께 1967년 필라델피아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빌리 커닝햄, 준우승만 8번 차지했던 엘진 베일러도 NBA 스몰포워드 계보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설들이다.
◆최고의 스몰포워드는 바로 나!
1990년대 NBA 스몰포워드의 대표 주자는 스카티 피펜과 그랜트 힐이다. 피펜과 힐은 팀의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 참여하는 다재다능함을 바탕으로 스몰포워드 포지션의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둘은 포인트가드와 스몰포워드 역할을 함께 한다고 해서 ‘포인트포워드’라 불리기도 했다.
관여하는 일이 너무 많았던 탓인지 슈팅 난조에 시달리는 일이 잦았고(피펜) 부상으로 전성기를 날리는 등(힐) 아쉬움도 남겼지만 이들이 세운 업적을 깎아내리지는 못한다. 이 가운데 피펜은 팀 내 리딩, 에이스 수비까지 전담하며 팔방미인 활약을 펼치며 조던과 함께 시카고 불스를 6회 NBA 우승으로 이끌었다.
현 리그에도 뛰어난 기량을 가진 스몰포워드 자원들이 즐비하다. 2003년 드래프트 출신 듀오인 르브론 제임스와 카멜로 앤써니는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한지 오래. 비록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케빈 듀란트 역시 지난 시즌 MVP를 수상하며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샤킬 오닐로부터 ‘The Truth’라는 멋진 별명을 선사받았던 폴 피어스는 비록 지금은 두 다리가 휘청거리는 백전노장이 되었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는 최고의 3번으로 군림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식스맨으로 뛰고 있는 안드레 이궈달라는 빼어난 수비력을 앞세워 여전한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큰 키, 정확한 중거리슛이 돋보이는 루올 뎅은 크리스 보쉬가 부상으로 시즌-아웃 판정을 받은 후 4경기 평균 20.0점을 기록하며 시카고 불스 시절 못지않은 생산력을 내보였다.
뛰어난 수비력과 근성, 부지런함으로 득점력의 열세를 만회하는 더마레 캐롤(애틀랜타 호크스), 맷 반스(LA 클리퍼스), 트레버 아리자(휴스턴 로케츠), PJ 터커(피닉스 선즈), 체격조건과 운동능력, 수준급 공격력을 겸비한 루디 게이(새크라멘토 킹스)와 챈들러 파슨스(댈러스 매버릭스), 제프 그린(멤피스 그리즐리스), 해리슨 반즈(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자원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 트리오인 앤드류 위긴스(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자바리 파커(밀워키 벅스), 카와이 레너드(샌안토니오 스퍼스), 인상적인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로 거듭난 니콜라 바툼(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야니스 아테토쿤포(밀워키 벅스) 등 많은 선수들이 코트 좌우, 중앙을 가로지르며 명품 스몰포워드 계보를 잇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사진] 래리버드 ⓒ NBA
[영상] 스몰포워드가 위력을 드러낸 역대 덩크슛콘테스트 ⓒ SPOTV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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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일 해설위원 기자 sports@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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