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볼히터 손아섭이 어떻게 타격왕→야구하다 '스카이' 간 사연까지…한국에도 '야구 컨벤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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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송파구 방이동, 신원철 기자] 프로야구 출신 코치들이 고교 시절 야구를 포기한 작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프로에서 꽃 피우지 못한 과거의 유망주가 "프로 구단의 코디네이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유소년 야구 선수들의 트래킹 데이터를 모아 아낌없이 공유한다.
프로야구 밖에도 야구가 있다. 지난 1일과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3 청담리온정형외과 우리야구 컨벤션'은 19개 세션을 통해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였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야구에 대한 발언권을 독점하다시피 한 방송인이나 감독, 스타급 선수가 아닌 유소년 지도자나 전력분석원, 스카우트, 트레이닝 코치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 더욱 흥미로운 시간이 됐다. 참가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이틀 동안의 일정을 함께 했다.
행사는 다저스 유망주 최현일의 아버지이자 '코치라운드'를 운영하는 최승표 대표가 개최했다. 2020년부터 4년째 우리야구 컨벤션을 개최하고 있는 최승표 대표는 "절반은 지도자, 나머지 절반은 학부모와 학생 선수들"이라고 귀띔했다. 지도자들의 소속도 다양했다. 아카데미 코치들도, 프로 구단 코치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했다. 류현진의 담당 컨디셔닝 코치이기도 했던 김병곤 박사는 "구단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이 있어서 반갑다"며 미소를 지었다. 삼성 정연창 총괄 트레이닝 코치는 NC 시절 인연을 맺었던 김종문 전 단장, 최금강(물금고 감독) 임창민(FA)과 함께 대담에 나서기도 했다.
1일 NC 전민수 타격 보조코치의 '스윙을 버려야 타격이 산다' 발표로 행사가 막을 올렸다. 최승표 대표는 "선수 시절 고민 많았던 코치들이 더 열심히 야구를 공부한다"며 젊은 나이에 은퇴하고 지도자로 변신한 전민수 코치를 소개했다.
전민수 코치는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손아섭은 본인의 성향을 잘 아는 선수다. 스윙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멈출 수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못 칠 것 같은 공에 방망이가 나갈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성향을 본인이 잘 알아서 더욱 열심히 분석한다. 박민우는 높은 공을 치면 결과가 안 좋다는 걸 알고 낮은 공을 골라서 치려고 노력하는 유형이다"라고 말했다. 아직 잠에서 덜 깼을 이른 오전이었지만 유소년 선수들도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에피소드가 등장하자 발표에 더욱 집중했다.
롯데와 국가대표팀 전력분석팀에서 일했던 '디에고 베이스볼' 정대성 씨는 랩소도로 수집한 유소년 선수들의 트래킹 데이터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어린이 선수들은 포심 패스트볼 그립이 어색할 수 있다며 약지까지 활용하는 '스리핑거 패스트볼'을 소개했는데, 여기에 많은 유소년 지도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미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유소년 선수들도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행사에 참가했다. 세종시 다정중학교 1학년 양지웅(14) 선수는 어머니와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에 방문했다고. 그는 "재미있다. 유튜브에서만 보던 분들을 실제로 보기도 하고,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세션은 1일 마지막 순서였던 SSG 이대수 수비코치의 '빨라지고 있는 타구와 주자, 바뀌어야 할 수비 연습'을 꼽았다.
2일차 첫 발표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 야구선수로 뛰다 일찍 은퇴하고 수능으로 고려대에 입학한 안현(안현섭) 작가가 맡았다. 박찬호를 보며 메이저리거를 목표로 야구를 시작했던 그는 팔꿈치 수술 후 회복에 실패해 꿈을 일찍 포기해야 했다. 고교 2학년부터 수능 공부를 시작해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사실 안현 작가는 '공부하는 야구선수'는 아니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하면서 공부와 거리를 뒀고, 고2 때 구구단을 외우면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재활이 재미있었다. 그냥 시켜서 하던 야구 훈련과 달리 재활은 과학적인 이유가 있어서 흥미가 갔다"며 "재활 경험을 바탕으로 체육 과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공부를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그는 교사 생활을 거쳐 지금은 작가와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야구를 했던 경험이 나를 키웠다"고 말했다.
프로 출신, 현역 프로 코치들 중에서는 발표자가 아닌 참가자로 행사에 방문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행사 후원사이기도 한 kt 위즈에서 많은 코치들이 참가했다. 이성열 코치가 이른 시간부터 부지런하게 자리를 지켰다.
kt 백진수(개명 전 백창수) 코치는 "구단에서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kt라는 구단 안에서만 활동하다가 다른 팀, 혹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kt 홍성용 코치는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평소 최승표 대표의 SNS를 잘 보고 있는데 오프라인 행사가 있다고 해서 구단에 얘기해서 찾아오게 됐다. 안현 작가의 얘기를 들으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여자야구 김라경 선수도 현장에 찾아왔다. 김라경은 김병곤 박사의 '최고의 선수들이 매일 실천하는 컨디셔닝 루틴' 세션을 유심히 들었다. 노트에 빽빽하게 발표 내용을 적었다는 그는 "좋은 얘기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졌다"고 얘기했다. 최승표 대표는 "정보를 얻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끼리 의견을 나누는데서 오는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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