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일부러 시련 준 것"…흔들리는 일본 혼혈 골키퍼, 끝까지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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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불안불안' 일본 혼혈 골키퍼 끝까지 간다…"일부러 시련 준 것"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와 함께 조별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일본은 오히려 예상과 다른 조별리그 결과로 주목받았다.
D조 최약체로 꼽혔던 베트남에 4-2 승리를 거뒀지만 무려 2골을 허용했다. 전반 33분까지 1-2로 끌려가기도 했다. 2차전에선 아예 전력 차이가 큰 이라크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화살은 일본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에게 돌아갔다. 두 경기 모두 불안한 공중볼 처리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분노한 일부 일본 팬들은 스즈키가 혼혈 골키퍼라는 점을 들어 인종차별 메시지까지 쏟아 냈다.
특히 베트남전 두 번째 실점은 결정적이었다. 베트남전에서 내준 실점도 연장선에 있었다. 일본 언론 '도쿄 스포츠'도 "스즈키가 가혹한 현실에 직면했다. 전반에 볼 처리가 허술했다. 베트남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일본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마에카와를 주전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쿄 스포츠가 모은 일본 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반응도 "스즈키는 전체적으로 판단이 좋지 않았다", "마에카와가 더 좋은 선수다", "마에카와가 왜 평가받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등 상당했다.
주전 골키퍼를 교체 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인도네시아와 3차전에서도 스즈키에게 골문을 맡겼다.
FIFA 랭킹 146위인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일본은 후반 추가 시간까지 3-0으로 앞서갔다. 이렇다 할 위기도 맞지 않았다.
그런데 후반 추가 시간 또 스즈키가 사고를 쳤다. 아르한이 뿌린 롱 크로스가 일본 골문 앞까지 배달됐고,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왈시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일본에 실점을 안겼다.
일본이 3-1로 이기면서 승패엔 영향이 없었지만 스즈키가 처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실점은 화제가 됐다. 왈시가 골문과 가까운 곳에서 슈팅을 시도했으나 자이온이 슈팅 각도를 보다 빠르게 좁혔다면 막을 수 있는 궤적과 강도였다는 평가다. 3차전 결과 주전 골키퍼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커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주전 골키퍼를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스즈키는) 매우 냉정하게 플레이했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였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마에카와 다이야나 다른 경험 있는 선수를 기용할 수 있는 선택 사항도 있었다"며 "지난 두 경기에서 실점으로 스즈키 스스로 압박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즈키는 아직 젊기 때문에 경험을 쌓게 했다. 다른 의미로는 힘들지만 시련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스즈키는 2002년생으로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골키퍼다. 190cm의 장신을 활용한 선방 능력과 함께 빌드업 능력이 높게 평가받는다.
2013년 우라와레즈 유스팀에 입단해서 경력을 쌓은 뒤 2021년 우라와 레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또 2016년 일본 15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꾸준히 연령별 대표팀에 발탁됐으며, 지난해엔 성인 대표팀에 선발되어 E-1 챔피언십에서 데뷔전까지 치르는 등 장차 일본 국가대표 골문을 지킬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미 여러 유럽 구단들이 스즈키를 관찰해 왔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그 중 하나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17년 17세 이하 월드컵을 시작으로 지난달 일본 22세 이하 대표팀이 유럽 원정을 갔을 때도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당시 스즈키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선방 퍼레이드를 펼쳐 호평받았다.
지난해 7월 영국 데일리메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17년부터 스즈키를 관찰해 왔고,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스즈키 영입을 위해 이적료 500만 파운드를 제안했다. 이적이 성사되면 2021년 7월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후루하시 교코가 비셀 고베에서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했을 때 기록했떤 이적료 450만 파운드를 넘어 일본 J리그 역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이다.
그만큼 일본이 스즈키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일본 대표팀에서도 청소년 시기 연령별 대표를 꾸준히 밟았고 지난해에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A대표팀에까지 발탁됐다. 프로 무대 경험이 많지 않지만 A대표팀에 발탁한 건 성장 기회를 주려는 의도였다. 파리 올림픽을 대비한 선발이었는데 성장폭이 좋아 이번 아시안컵부터 넘버원 골키퍼로 자리잡았다.
모리야스 감독은 인도네시아와 경기를 앞두고 스즈키를 향한 인종 차별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권을 침해햐는 일은 절대 일어나는 안 되는 일이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인종, 가치관 등을 상호 존중하며 공존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하나의 공통점을 통해 각자 가치관을 인정하고 모두가 이어지는 것이 경기를 통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감쌌다. 스즈키는 일본의 중요한 선수다. 그에게 인권 침해나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한 사람에게는 항의의 뜻을 표한다. 선수가 스트르레스나 상처를 받았다면 팀으로서 전력으로 서포트하여 마음 먹은 대로 경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날 일본은 인도네시아를 3-1로 꺾고 이라크에 이어 D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일본은 E조 1위와 붙게 됐는데 E조에 있는 한국이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16강에서 한일전이 펼쳐진다.
미나미노 다쿠미는 인도네시아와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한국은 가장 강한 아시아 팀 중 하나다. 좋은 선수들이 많고 내 친구들도 있다"며 "정말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미나미노가 언급한 친구는 황희찬. 미나미노는 잘츠부르크 시절 황희찬, 엘링 홀란드와 잘츠부르크 핵심 삼각 편대로 맹활약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미나미노는 "진짜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라운드 위에서 황희찬을 볼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황희찬은 정말 좋은 선수다. 우리를 엄청 괴롭힐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황희찬이 부상으로 지난 두 경기에서 결장한 것에 대해 "아직도 부상인건가요. 저번 경기(요르단전)는 안 뛰었던 것 같은데…"라고 물은 뒤 "말레이시아전엔 뛸 수 있나"고 걱정했다. '아직 황희찬의 정확한 몸 상태는 알 수 없고, 아마도 16강전에 뛰지 않을까'라는 답변엔 "아 그렇구나"라며 "(황희찬에게) 메시지를 한번 보내봐야 겠다"고 미소지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라크와 조별리그 2차전에 나타났던 문제점에 대해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잘 개선됐다.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페널티킥을 빨리 얻으며 리드할 수 있었다. 90분 동안 경기를 지배했다. 수비수들이 안정적인 수비를 했다. 또한 공격진도 수비적으로 헌신했다. 공수 전환이 빠르게 이어지는 등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다"고 경기력에 만족해했다.
또 16강에서 한국과 맞붙을 가능성에 대해선 "한국과 이란 모두 아시아 무대에서 정상급 팀들이다. 일본과 다른 스타일인데 두 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여야 한다. 수비와 공격 모두 더 발전해야 한다. 특히 수비진의 분발이 요구된다.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의 질이 더 좋아져야 하고, 안정된 수비로 무실점을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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