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파주하면 북한 떠올렸다"…한국 상주 거부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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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많은 비판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 상주하지 않은 것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대표팀과 헤르타 베를린 등에서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성적 외 잡음에 시달렸다. 재택 논란이 대표적. 클린스만은 1990년대부터 미국에 정착했는데, 독일 감독 시절 자택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업무를 맡아 논란이 됐다. 현장 업무는 요하임 뢰브 당시 수석코치에게 맡기고 자신은 자택에서 보고받는 형태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대표팀 시절 미국 국적을 취득해 독일·미국 이중국적자이며, 현재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를 의식한 듯 '대표팀 감독 선임 조건인 국내 상주는 확실히 합의된 사항인지' 묻는 말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던져졌다. 그러자 클린스만 감독은 고민하지 않고 "한국 대표팀 감독이기에 한국에 상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사람괴 문화를 경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에 상주하지 않았다.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등 해외파들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해외로 출장다니기 바빴다. 파주에서 코치진과 만나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K리그 현장을 누볐던 벤투 감독과 다른 업무 형태였다. 이러한 지적에 클린스만 감독은 "일하는 방식에서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많은 출장과 (해외에서 하는 업무가) 많아서 프로팀 감독과는 다른 업무 방식을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갖고 또 그것이 맞지 않다고 지속적으로 말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생각, 비판은 존중하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 내가 생각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업무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국내 취재진에게 밝히지 않았던 한국 상주를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독일 매체 슈피겔이 공개한 클린스만 감독과 심층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노트북이 내 사무실"이라며 "나는 새(Vogel·독일어)처럼 날아다니는 사람이다. 유럽에서 선수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 캘리포니아에 열흘 정도 머문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한국 언론이 찾기 시작한다. 그러면 제리(Jerry·클린스만이 협회 홍보 담당자를 부르는 애칭)가 '언제 돌아오십니까?'라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슈피겔은 "클린스만 감독은 (국가대표팀 훈련 시설이 있던)파주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파주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북한)독재자 김정은과 그의 어둠의 왕국에 대한 북한 국경과 근접성"이라고 설명했다.
슈피겔이 전한 클린스만 감독과 심층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밝힌 한국 감독으로 부임 과정도 눈길을 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협회장과 인연부터 이야기했다. 지난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아들이 출전하면서 방한해 만난 게 관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도중 VIP 구역에서 둘은 다시 만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 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월드컵을 돌아보고 있었다. 정몽규 회장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16강에서 브라질에 패하고 결별을 밝혀 향후 계획을 세워야 하는 상태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회장에서 '코치를 찾고 있느냐'고 장남삼아 말했다. 그러자 정몽규 회장이 '진심이냐'라고 되물었다"라고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말한 것처럼 인사치레의 농담조였다. 그런데 약속을 잡아 다음 날 도하의 한 호텔 카페에서 만났고, 또 다시 선임 이야기를 나눴다. 클린스만 감독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라.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서 그냥 한 말이다. 흥미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라고 했다. 정몽규 회장은 몇 주 뒤 클린스만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 '매우 관심이 있다'라고 화답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농담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다"라고 털어놨다.
정몽규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해명한 것과 배척된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는 자리에서 선임 과정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여러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벤투 감독 선임 당시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벤투 감독도 1,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뤄 3순위로 결정했다. 클린스만도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 최종 5명으로 우선 순위로 정했다.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후보들과 인터뷰도 했다. 우선 순위 1, 2번을 2차 면접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클린스만 결정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의 고백에서 알 수 있듯이 정몽규 회장은 이미 감독 선임 과정을 밟기 전부터 사령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전력강화위원들이 최고 결정권자로부터 발표 30분 전에야 통보 방식으로 전달받았다는 소식은 익히 알려진 대목이다. 전력강화위 기능을 식물로 만들고 위원들을 거수기로 치부한 배경 뒤에 클린스만 감독의 농담이 시발점이라는 건 씁쓸함을 남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기사에서 정몽규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바로 정몽규 회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직접 대면도 했다"라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서 짧게 머무는 동안 용산역 인근 호텔에 거주했다. 정몽규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역시 용산역에 있다.
한국은 최근 끝난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부터 졸전을 치렀다. 조 2위로 간신히 16강에 올랐고 16강 사우디아라비아, 8강 호주전을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두 경기 모두 상대에 선제 실점을 하고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득점으로 살아났다. 연장 혈투 속에 승리해 투혼으로 포장됐으나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축구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0-2로 패해 우승 도전을 마감했다.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슈팅 0개의 치욕적인 결과를 냈다. 연장 120분 혈전을 연달아 치르고도 주전에게 크게 의존하는 운영을 보여준 클린스만 감독에 의해 선수들이 뛰지 못하는 상황에 다다르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같은 날 독일 언론 '슈피겔'과 전화 인터뷰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기 측면에서 봤을 때 아시안컵은 성공적인 결과"라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한국에 불어넣었다"라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에 반전을 이뤄낸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호주와 8강전을 예로 들며 "그야말로 순수한 드라마와 같았던 경기"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드라마를 자주 입에 올렸다.
아시안컵 준결승 진출을 성공이라 여기는 건 클린스만 감독만이 아니다. 그의 오른팔로 전술 준비를 책임졌던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는 오스트리아 매체 '크로넨 자이퉁'에 기고한 칼럼에서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후 나와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서 계속 좋은 일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스포츠 측면에서 목표를 달성해 북중미 월드컵까지 갈 수 있었다"며 "정몽규 협회장도 우리를 계속 지지해줬으나 거센 압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우승에 실패한 이유로 선수들을 지목했다. 요르단과 준결승 전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탁구를 치는 것을 두고 몸싸움을 벌인 걸 물고 늘어진다. 선수들의 신경전이 내분으로 번지는 걸 관리하지 않고 방관했으면서도 "4강을 앞두고 식당에서 벌어진 손흥민과 이강인의 감정적인 싸움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손흥민과 이강인이라는 톱스타들이 세대 갈등을 벌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싸움이었다. 나는 식당과 같은 훈련장이 아닌 곳에서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 몇 달 동안 공들인 부분이 불과 몇 분 만에 무너졌다"라고 패인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클린스만 사단에 분석관으로 합류한 마크 포더링햄도 자신의 커리어에 더 신경썼다. 그는 '더선'을 통해 "스코틀랜드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나를 엄청난 경력을 쌓은 클린스만 감독이 불러줬다. 그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 정말 감동적인 시간을 보냈다"며 "클린스만과 같은 감독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그를 정말 존경하며, 그와 함께 일할 기회가 또 주어졌으면 한다"라고 경험에 무게를 뒀다.
한국은 다음 달 21일과 26일 태국과 홈 앤드 어웨이로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따라 태국과 경기는 외국인 감독보다 국내 감독에게 '임시로' 지휘봉을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임시 감독으로는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김기동 FC 서울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규정 제12조(감독 코치 등 선임) ②항은 협회는 '제1항(각급 대표팀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에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요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임시 감독이 누가되든 출혈은 불가피하다. 황 감독은 4월 올림픽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고 홍 감독과 김 감독 등 현직 K리그 감독들은 다음 달 리그 개막을 앞두고 있다. 현직 K리그 감독이 대표팀 감독이 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팀이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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