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닮았네’ 힘껏 던져도 MLB 평균 이하… 그런데 한국 투수들에게 희망? “먹구름 속 광명이다”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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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일본프로야구 정상급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 36세의 나이에 과감히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스가노 토모유키(36)는 올 시즌을 앞두고 볼티모어와 1년 1300만 달러에 계약하고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사실 영입 당시 논란이 있었던 계약이었다.
스가노가 일본프로야구에서 거둔 성과는 모두가 인정했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무려 136승을 수확했고, 2.43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앞서 일본에서 미국으로 간 선수들과 비교해도 평균자책점은 결코 뒤지지 않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4년 전 메이저리그 도전 당시 발목을 잡았던 문제에 대한 회의감은 여전했다. 구위가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시선이었다.
일본에서도 오타니 쇼헤이나 사사키 로키(이상 LA 다저스)처럼 시속 160㎞를 던질 수 있는 파워 피처가 많이 늘어났다. 이들은 구속으로도 화제를 모으며 미국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스가노는 적어도 구속에서는 그렇게 내세울 게 없는 투수였다. 최고 시속 150㎞ 정도의 공을 던지는데, 이는 일본에서는 모를까 메이저리그에서는 별다른 임팩트가 없는 구속이었다. 이 때문에 스가노가 미국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런 스가노는 보란 듯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볼티모어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스가노는 시즌 첫 8경기에서 46⅓이닝을 던지며 4승2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정착 중이다. 평균자책점, 승수 모두 인상적이다. 여기에 9이닝당 볼넷 개수도 1.6개에 불과하다. 특유의 제구력이 살아있다. 지난 49년간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가 개막 첫 8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00 이하, 9이닝당 볼넷 개수 2.0개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에 이어 두 번째다.
사실 스가노의 구속 자체, 그리고 구위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다는 분석은 어느 정도 맞았다. 스가노는 올해 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5.1개에 불과하다. 분명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힘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9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기록한 최고 구속은 93.6마일(150.6㎞)이었다. 이는 올해 메이저리그 포심패스트볼 평균인 약 94마일(151.2㎞)에도 못 미친다. 힘껏 던져도 구속은 빅리그 평균 이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가노는 안정적인 이닝 소화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느린 공(?)을 가지고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한다. 역시 제구력이 좋다. 보더라인 피칭을 할 줄 안다. 여기에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다. 모든 구종들을 다 컨트롤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타자들은 생각이 많아진다. 93마일짜리 패스트볼이 90마일 후반대의 강속구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가노는 포심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전체 18%밖에 안 된다. 평균 92.4마일(148.7㎞)의 패스트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대신 스플리터(24.9%), 스위퍼(18.9%), 커터(14.3%), 커브(12.6%), 싱커(11.3%) 등 다양한 구종을 고루 던진다. 6가지 구종 모두가 구사 비율 10% 이상이다. 타자들의 헛스윙을 확실하게 유도할 수 있는 구종은 없지만, 빗맞은 타구들을 유도하며 성공하고 있다. 헛스윙 비율은 19.6%로 낮은 편(메이저리그 하위 14%)이지만, 타자들이 존 바깥으로 떨어지는 공에 끌려 나올 확률(메이저리그 상위 22%)이 31.5%로 높은 편이다. 이 상황에서는 상대의 좋은 타구를 억제할 수 있다.
야후스포츠는 9일 경기가 끝난 뒤 “비참한 (볼티모어) 투수진에 먹구름이 끼는 가운데 스가노 토모유키가 한 줄기 광명이 되고 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스가노는 메이저리그 개인 최다인 7⅓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다. 올해 8경기 중 7이닝 이상 소화 경기가 세 차례나 된다. 선발 투수들의 이닝 소화가 줄어들고, 대신 짧은 이닝을 전력으로 던지는 시대에서 눈에 띄는 성적이다. 브랜든 하이드 볼티모어 감독 또한 “구속 변화나 공의 움직임은 예측이 불가하다. 타자를 농락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동양인 투수들에게는 하나의 좋은 교본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서양인에 비해서는 구속이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일본이나 KBO리그도 구속 혁명 시대에 들어섰지만, 그래도 평균은 미국과 많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스가노는 구속에 의지하지 않고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류현진(38·한화)도 90마일 수준의 패스트볼로도 제구력과 커맨드, 그리고 구종의 완성도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구속이 중요한 시대지만, 또 다는 아니라는 것을 이 베테랑 투수가 보여주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곱씹어 볼 만한 투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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