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일본 부숴버려' 터프했던 홍명보, 이번에는 즐기며 한일전 이긴다..."자존심 때문에 전술-경기력 잃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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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성남, 조용운 기자]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변했다. 당장의 한일전 승리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홍명보 감독에게 일본은 늘 '이겨야만 하는' 그리고 또 이겨왔던 상대다. 선수 시절 일본과 8차례 A매치를 펼쳐 딱 한 번 패했다.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 국제축구연맹(FIFA)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0-1로 진 게 전부다. 그 한 번의 패배에도 자존심이 상한 홍명보 감독은 "앞으로 일본에 또 지면 축구화를 벗겠다"라고 선언했다.
남달랐던 투지대로 홍명보 감독은 현역 은퇴까지 다섯 번 더 한일전을 치렀고, 4승 1무의 높은 승률을 자랑하며 그날의 아픔을 말끔하게 지웠다.
지도자가 된 후에도 참 공교로울 때 일본을 마주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던 2012 런던 올림픽.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일본을 꺾어야 하는 운명의 경기를 마주했다. 이기면 동메달, 지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3-4위전에서 일본을 만난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숴버려", "갖다 박아"라는 표현으로 전투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한국은 2-0으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을 터프하게 다루면서 부수는 법을 잘 아는 홍명보 감독 앞에 다시 한일전이 다가왔다. 오는 15일 오후 7시 24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한국과 일본이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우승을 놓고 맞붙는다. 나란히 중국과 홍콩을 잡고 2연승을 거둔 두 나라는 한일전 결과에 따라 우승컵 주인공을 가리게 됐다.
여러모로 갚아줄 게 많다. 근래 한일전에서 좋은 기억이 드물다. 2021년과 2022년 연거푸 가진 A매치 한일전에서 0-3으로 졌다. 나고야에서 열렸던 직전 대회에서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출전해 일본에 0-3으로 무너져 충격을 안겼다.
홍명보 감독에게도 동아시안컵 한일전의 기억은 좋지 않다. 처음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1기 시절,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일본과 치른 동아시안컵에서 1-2로 져 안방에서 우승컵을 넘겨줬다.
12년 만에 다시 운명의 한일전이 펼쳐진다. 이번에도 홈에서 우승 여부가 달렸다. 홍명보 감독의 각오는 변함이 없다. 지금도 여전히 "한일전은 중요한 경기다. 이겨야 한다"라고 전제를 둔다.
다만 접근법은 달라졌다. 결승을 하루 앞둔 13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최종 훈련에 들어간 홍명보 감독은 "예전에는 일본에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나도 그렇게만 생각했다"며 "무조건 이기는 게 전부가 아니다. 자존심 때문에 더 중요한 전술이나 경기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는 하나 이번 대회 타이틀이 아주 중요한 건 아니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 더 의미를 두려는 의도다.
홍명보 감독은 "일본은 선수 구성이 달라져도 감독이 팀을 오래 맡았기에 일관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잘하는 팀이라 특정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며 "우리도 월드컵 연장선상에서 가진 것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선수들의 면면이나 팀적으로 좋은 상태"라고 바라봤다.
승부처는 완성도다. 홍명보 감독은 "일본하고는 비슷한 전술을 운용한다. 일본이 조금 더 세밀한 측면이 있지만, 우리도 어느 시점에는 득점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일본 주요 선수들을 잘 마크하면서 우리의 공격을 얼마나 잘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전망했다.
당연히 총력전이다. "내일은 베스트 일레븐이 나간다. 현재 가장 실력적으로나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로 선발을 꾸릴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겼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일전 승리와 함께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홍명보 감독이지만 실질적으로 손에 넣은 건 국내파 젊은 선수들에게서 발견한 가능성이다.
동아시안컵은 FIFA가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니어서 해외파 차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평소 대표팀과 거리가 있지만, K리그에서 출중한 재능을 보여줬던 어린 자원들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홍명보 감독은 중국, 홍콩전에서 전혀 다른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며 최대한 선수 확인에 전념했다. 다행히 눈에 들어오는 원석들이 있어 "열흘간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홍명보 감독은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있다. 1년 후 일이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느 선까지 성장하고 대표팀에 얼마나 필요할지 가능성은 점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답안을 낸 것 같다. 유럽파와 비교하는 측면에서도 1년 후를 정리하기 쉽게 도와줬다"라고 동아시안컵 선수단에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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