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추가 보너스 주면서도 기쁘다… 이제는 리그의 ‘대명사’로도 손색없다, 봉중근 기록까지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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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대 야구계는 구속 혁명의 시대다. 어느 리그를 막론하고 리그의 평균 구속은 매년 빨라지고 있다. 패스트볼은 물론 변화구까지 빨라진다. 타자로서는 물리적으로 대처할 시간이 줄어드니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수술을 받는 선수들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도 있지만 투수들은 ‘달콤한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시대에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선수도 있다. 올 시즌 리그 토종 최고 선발 투수를 놓고 다투는 LG 베테랑 우완 임찬규(33)가 그 주인공이다. 임찬규는 25일 현재 시즌 23경기에서 139⅓이닝을 소화하며 11승3패 평균자책점 2.71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23경기 중 14경기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따내면서 LG의 막강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경기력을 보면 내·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에이스라고 할 만하다.
KBO리그 통산 86승에 10승만 5번을 한 임찬규다. 좋은 투수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구속 혁명의 시대에 느린 공을 가지고 에이스 몫을 하는 임찬규의 모습을 상상한 자는 결코 많지 않았다. 임찬규는 리그 선발 투수 중 옆구리형 유형의 선수들을 제외하면 가장 느린 축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가진 선수다. 컨디션이 좋은 날도 최고 구속은 시속 140㎞대 중반에 그친다.
이 공으로 정면 승부를 붙는 것은 타자들의 수준이 좋아진 요즘에는 무모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임찬규는 다양하면서도 완성도 있는 구종 구사력, 구종 사이의 피치터널, 그리고 제구력과 커맨드를 앞세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패스트볼을 노리면 커브가 들어오고, 변화구를 보고 있으면 보더라인과 몸쪽에 패스트볼이 꽂힌다. 보더라인 피칭과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가만히 공을 지켜보기도 어렵다.
사실 임찬규도 신인 시절에는 패기 있는 빠른 공을 던지던 투수였다. 구속 혁명의 시대에 맞물려 한때는 임찬규 스스로도 증속의 욕심이 컸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고비를 넘기지 못했고, 오히려 커맨드와 피치터널을 이용한 투수로 전환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구속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 훨씬 더 길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그런 임찬규는 어쩌면 한국 야구에서 차지하는 어떠한 특별한 ‘대명사’와 같은 선수가 됐다. ‘공은 빠르지 않지만 안정적인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는 투수’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구속이 붙지 않아 고민하는 많은 후배들이 이제는 임찬규를 보면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고 있다. 모두가 구속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볼 때, 다른 길을 참고하게 할 수 있는 임찬규의 존재는 굉장히 특별하고 소중하다.
임찬규도 “내 색깔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있다. 구속이 안 나오는 날에도 벤치나 팬들이 불안해하는 느낌보다는 그 공 안에서 잘 잡아낼 것이라는 서로의 믿음이 있다”면서 “구속이 느린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나를)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선수들도 다 본인들 생각을 잘 정리하고 디자인을 잘 해서 좋은 선수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총액 50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 그런데 이 계약은 뜯어 보면 인센티브 비중이 크다. 총액 50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24억 원이 성적에 따른 퍼포먼스 인센티브다. 연간 6억 원 수준인데, 임찬규는 지난해에도 이 금액의 상당 부분을 수령했고 올해도 마찬가지 페이스다. LG는 임찬규가 공을 던질 때마다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는 셈인데,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LG 구단 역사상 최고의 FA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페이스가 좋으니 내친 김에 구단 기록도 도전할 만하다. LG 구단 역사상 한 시즌 평균자책점 최고 기록은 2022년 아담 플럿코(2.39), 국내 선수 1위는 2008년 봉중근(2.66)이 가지고 있다. 봉중근은 2008년 시즌 28경기에서 186⅓이닝을 던지며 11승8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올해 임찬규는 2.71로 당시 봉중근의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는 위치다. 투구 스타일의 대명사를 넘어 구단의 대명사로도 등극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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