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한국인' 안세영, 중국 상대로 미친 여유 보였다..."왕즈이가 항상 나에게 잡혔던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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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세계 1위)이 시즌 개막과 함께 다시 한 번 왕즈이(중국·세계 2위)를 꺾고 말레이시아 오픈 정상에 올랐다. 경기 후 안세영은 역전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로 “왕즈이가 나와 붙을 때 겪었던 순간들이 서로에게 남아 있다”고 말하며, 이날 승리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드러냈다.
안세영은 11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악시아타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슈퍼 1000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를 2-0(21-15, 24-22)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2024년, 2025년에 이어 올해도 정상에 오르며 대회 3연패를 달성했고, 시즌 첫 국제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했다. 왕즈이를 상대로는 9연승을 이어가며 통산 전적을 17승 4패로 더 벌려놓았다.
경기 초반만 놓고 보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1게임 초반 안세영은 왕즈이의 강한 공격에 밀려 실책을 범했고, 스코어는 순식간에 1-6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긴 랠리를 통해 리듬을 찾기 시작했고, 8-8 동점을 만들며 흐름을 가져왔다. 10-11에서 맞은 인터벌 전, 안세영은 놀랍게도 7연속 득점에 성공했고, 왕즈이 수비가 흔들리는 사이 17-11까지 벌렸다. 결국 21-15로 첫 게임을 따냈다.
2게임은 더 격렬했다. 초반 7-7까지 이어진 팽팽한 흐름 속에서 왕즈이가 먼저 템포를 끌어올렸다. 안세영의 실책이 조금씩 나오며 스코어는 13-19까지 벌어졌고, 왕즈이가 매치 포인트를 준비하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때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안세영은 좌우 코스를 날카롭게 찌르며 연속 득점을 이어갔다. 왕즈이는 서두르기 시작했고, 클리어 실책과 길게 빠지는 샷이 반복됐다. 결국 안세영이 19-19까지 따라붙으며 세트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다.
왕즈이가 한 점을 더 얻으며 매치 포인트에 먼저 도달했지만, 안세영은 이를 다시 지워냈고 20-20 듀스로 진입했다. 이후 세 번의 듀스가 이어지는 긴 승부 끝에 안세영이 24-22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왕즈이의 마지막 스매시는 네트를 넘지 못했고, 안세영은 두 팔을 들며 시즌 첫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영어로 먼저 “3번째 말레이시아 오픈 우승이라 행복하다. 2026년을 좋은 기분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국어로 “올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 한 경기씩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2게임에서 보여준 대역전극에 대해 그는 “점수가 계속 벌어지니까 스스로 마음을 조금 놓았는데, 그러다 하나씩 잡히기 시작했다. 체력도 좀 돌아오면서 ‘한 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어느 순간 동점이 돼 있더라”고 말했다. 또한 “파이널 게임까지 갈 체력이 없을 것 같아서 2세트에서 끝내고 싶었는데, 힘이 많이 들어가서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하지 말고 경기하자’고 했더니 오히려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안세영은 왕즈이가 자신을 상대로 여러 차례 역전패했던 기억이 이날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그는 “왕즈이 선수는 항상 나한테 그 점수에서 잡혀서 졌던 기억이 남아 있을 거다. 그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 순간만 되면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오픈 3연패, 시즌 개막전 우승, 왕즈이전 9연승. 공식적인 기록만 놓고 봐도 안세영의 2026년 출발은 완벽에 가깝다. 경기 내용은 더 압도적이었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기 운영, 체력과 집중력을 동반한 스텝워크, 상대의 흔들림을 감지하는 감각까지. 왕즈이는 또 한 번 안세영 앞에서 무너졌고, 안세영은 또 한 번 중요한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2026년 시즌의 첫 승부는 이렇게 여제의 독주를 예고하는 듯한 결말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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