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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4번째 올림픽 도전, 첫 메달…37세 김상겸의 ‘포기 대신 버팀’

작성일: 2026.02.09 05:00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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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겸 ⓒ연합뉴스
▲ 김상겸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리비뇨, 정형근 기자]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 확정된 순간, 김상겸은 가족 생각에 울컥했다.

“이제 첫 메달이라는 감격에 계속 눈물이 날 것 같아 일부러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줬고,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김상겸의 얼굴에는 안도와 긴장이 동시에 스쳤다.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끝에 손에 넣은 값진 은메달이었다. 그 결과 안에는 수년간의 준비와 버텨온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김상겸은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자, 동·하계를 통틀어 통산 400번째 올림픽 메달이었다.

경기는 예선부터 쉽지 않았다. 1·2차 합계 8위로 결선에 오른 김상겸은 “초반에 실수가 있어서 예선 성적을 더 끌어올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1차전부터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은 있었다”고 했다. 순위보다 중요한 건 슬로프였다. 김상겸은 “자신 있던 슬로프였고, 게이트였다”고 설명했다.

결선에 들어서자 흐름은 달라졌다. 16강에서는 상대 잔 코시르(슬로베니아)가 넘어지며 길이 열렸고, 8강에서는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1위를 달리던 45세 베테랑 롤란트 피슈날러(이탈리아)를 상대했다.

피슈날러의 실수가 겹쳤지만, 김상겸은 이를 단순한 행운으로만 보지 않았다. 그는 “최대한 실수가 없는 라인을 타자는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선택이 오히려 실수를 부르는 코스에서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식으로 내려왔다.

준결승에서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를 제치고 결승 진출을 확정한 순간, 감정은 북받쳤다. 김상겸은 “위에서 눈물이 계속 나오려고 했지만, 경기 중이라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트레이너가 곁을 지켰고, 그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결승전에서도 초반은 김상겸의 흐름이었다. 블루 코스에서 근소하게 앞서 나갔지만, 후반부에서 속도를 끌어올린 카를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김상겸은 결승에서 나온 몇 차례 실수에 대해 “감정 컨트롤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본선을 계속 치르다 보면 눈이 점점 안 좋아진다. 상대가 워낙 잘 타는 선수라 긴장이 됐던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시상대에 오른 김상겸은 메달을 목에 건 뒤 큰 절을 올렸다. 계획된 세리머니였다. 그는 “항상 해보고 싶었던 세리머니”라며 “설날을 앞두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인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국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의 주인공이라는 말에 그는 “전혀 몰랐다. 그냥 오늘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생각이 없었는데, 듣고 나니까 더 행복했다”며 웃었다.

가족 얘기 도중 울컥한 김상겸. 
가족 얘기 도중 울컥한 김상겸. 

김상겸의 은메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선수 생활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도 겪었다.

그는 “대표팀 훈련 스케줄 때문에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건설 현장과 공장을 오가며 일용직 일을 병행한 시간을 떠올렸다. 이어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지만, 보드를 타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부모의 걱정도 컸다. 그는 스스로를 “불효자”라고 표현하며 “그럴 거면 왜 운동을 시켰냐, 끝까지 책임져 달라고 강하게 말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올림픽 메달이라는 결실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말은 단순했다.

“메달 들고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네 번째 올림픽에서 마침내 포디움에 오른 김상겸은 아직 멈출 생각이 없다. 그는 “체력이 되는 한 계속하고 싶다”며 “한두 번 정도 올림픽을 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운과 전략, 그리고 버텨온 시간이 맞닿은 자리에서 김상겸은 은메달을 들어 올렸다. 한국 선수단의 출발을 알린 첫 메달이자, 한 베테랑이 자신의 시간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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