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눈물 왈칵’ 스노보드 김상겸, 메달 뒤에 남은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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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리비뇨, 정형근, 배정호 기자]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야 김상겸의 말은 한결 편안해졌다.
네 번째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손에 쥔 뒤였다. 그는 잠시 웃다가, 다시 말을 고르듯 고개를 숙였다.
“너무 기뻐서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여태 하지 못했던 일을, 이제야 하나 해낸 기분이라고 했다. 은메달이라는 결과보다 먼저 떠오른 감정은 안도에 가까웠다. 오래 버텼고, 끝내 결과를 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를 조금 편안하게 만든 듯 보였다.
인터뷰 직전, 그는 가족과 통화를 했다. 그 때문인지 눈시울이 많이 붉어져 있었다. 김상겸은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암 수술을 마친 아버지가 이날만큼은 기분이 좋아 술을 드시겠다고 하셨다고 했다.
“말리긴 했죠. 그런데 오늘만 드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웃었지만, 말 끝은 짧아졌다. 가족 이야기를 하다 보니,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감정은 전해졌다.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났다”는 말이 그날의 분위기를 대신했다.
아내에 대해서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분명한 문장 하나를 남겼다.
“여태까지 믿어주고 항상 서포트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는 행복하기만 하자. 사랑해.”
짧았지만, 그 말로 충분해 보였다.
경기 당일, 김상겸은 혼자만의 공간에 있지 않았다. 스타트 하우스로 향하는 길목에서 몇 차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대한체육회 유승민 회장과 이수경 선수단장, 김나미 사무총장이 길목을 지켰다. 요란한 격려는 아니었다. 말보다 손짓이 먼저였다.
김상겸은 그 장면을 이렇게 떠올렸다.
“보통은 그런 응원이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그렇지 않았어요. 경기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제 경기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김상겸은 오랫동안 ‘기다리는 선수’였다. 실업팀에 들어온 지도 이제 6년 남짓. 그전까지는 부모에게 해준 것보다 걱정을 더 안겨준 시간이 길었다고 했다.
“나이도 있는데, 계속 부담만 드린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죄송했어요.”
그래서일까. 이번 은메달을 두고 그는 ‘성공’보다 ‘보답’이라는 표현을 먼저 꺼냈다. 부모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조금은 면이 섰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번 메달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조금은 한 것 같아서요. 지금은 그냥 빨리 집에 가서 가족들 보고 싶어요.”
네 번의 올림픽을 버텨낸 이유를 묻자, 답은 단순했다. 그는 스노보드를 좋아한다고 했다. 메달이 간절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실업팀이 없던 시절에도 보드를 내려놓지 않았던 건 결국 그 이유 하나였다고 했다.
“좋아했으니까 계속했죠.”
그래서 그는 이 메달을 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몸이 허락한다면, 올림픽을 한두 번 더 나가고 싶다고 했다. 오늘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더 위를 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즘 그는 또 다른 걱정을 한다. 다음 올림픽에서 자신의 종목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김상겸은 그 가능성을 담담히 말했다.
“지금 있는 선수들이 더 잘해야죠. 그걸 막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이번 메달이 어린 선수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꿈을 쫓다 보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걸, 오늘 조금은 보여준 것 같아서요.”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자 통산 400번째 메달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그 숫자가 의미 없지는 않았지만, 그날 김상겸에게 가장 자주 떠오른 단어는 다른 것이었다.
행복.
그리고 그 행복의 중심에는, 메달보다 먼저 떠올린 얼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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