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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키다리 아저씨들이 한몫한 한국 설상의 성과

작성일: 2026.02.19 10:30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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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가온 ⓒ곽혜미 기자
▲ 최가온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배정호 기자] 은메달의 포문을 연 김상겸, 당돌한 동메달로 가능성을 증명한 유승은, 그리고 마침내 역사를 바꾼 17세 최가온의 금메달까지.

한국 설상 종목이 올림픽 무대에서 연쇄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랜 시간 이어진 키다리 아저씨들의 후원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다.

그 정점에 선 최가온의 금메달은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상징을 품고 있다.

시상대 위 환호 뒤에는, 긴 시간 묵묵히 이어진 지원과 신뢰가 있었다. 그 이름 중 하나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롯데 신동빈 회장이 보낸 선물
롯데 신동빈 회장이 보낸 선물

최가온은 2년 전 해외에서 큰 허리 부상을 입어 선수 생명이 흔들리는 고비를 맞았다. 이때 신 회장은 수술 및 치료비 7,000만 원을 전액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한 유망주의 커리어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결단이었다. 이후 최가온은 재활을 거쳐 다시 설원으로 돌아왔고, 그 선택은 올림픽 금메달로 증명됐다.

롯데의 설상 후원은 개인을 넘어 구조를 바꿨다. 13년간 누적 3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불모지로 여겨졌던 분야에 인프라를 심었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에 취임한 2014년 이후 신 회장은 선수 육성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재능 있는 선수를 조기에 발굴해 청소년–꿈나무–유망주–엘리트로 이어지는 4단계 지원 체계를 구축했고, 국제대회 4~6위 선수에게도 포상금을 지급해 ‘결과 이전의 과정’을 인정했다.

2022년에는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을 창단하며 차세대 육성의 끈을 더욱 단단히 묶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롯데의 강력한 후원으로 협회는 설상 종목이 열리는 이탈리아 리비뇨에 베이스캠프를 운영 중이다.

변수와 준비 요소가 많은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훈련과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장 밀착 지원을 택했다.

최가온도 금메달 직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손을 내밀어 준 신동빈 회장에게 정말 감사하다. 결과로 꼭 보답하고 싶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 바이애슬론 이혁렬 회장
▲ 바이애슬론 이혁렬 회장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바이애슬론 현장에서도 미담이 전해졌다. 기록과 순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역시 ‘키다리 아저씨’의 손에서 시작됐다.

그 중심에는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이혁렬 회장이 있다. 그는 2022 베이징올림픽 부단장, 2024 파리올림픽 지원단장, 코리아하우스 단장을 역임하며 체육행정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쌓아왔다.

회장 취임 직후부터 국제대회 출전, 선수 의류와 훈련, 연맹 재정까지 사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월드컵과 사전훈련 현장을 직접 따라다니며 선수들의 불편함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그 노력은 결국 결실로 이어졌다. 2025년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예카테리나는 대한민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혁렬 회장은 현장에서 대한민국 바이애슬론 역사가 새로 쓰이는 순간을 지켜봤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한국 남자 바이애슬론에는 최두진이 출전했다. 바이애슬론은 올림픽 출전권을 얻는 과정부터 좁은 문이다.

국제대회 포인트를 쌓기 위해선 꾸준한 월드컵 출전이 필수인데, 이는 곧 비용 문제로 직결된다. 이혁렬 회장은 최두진의 올림픽 출전을 위한 월드컵 레이스를 사비로 지원했다.

그 결과 꿈의 무대에 섰다.

이번 대회 남자 바이애슬론 출전 선수 92명 가운데 아시아 선수는 단 4명뿐이었다. 카자흐스탄 2명, 중국 1명, 그리고 한국의 최두진이다. 일본 선수는 없었다. 출전 자체가 의미 있는 이유다.

이 회장은 올림픽 직전 훈련 현장과 대회 기간 내내 현장을 찾으며 최두진과 예카테리나를 격려했다. 바쁜 사업 일정 속에서도 연맹과 종목을 향한 그의 지원은 멈추지 않았다.

최두진의 인터뷰 내용이다. 

 "하위권 선수일 때도 바이애슬론연맹 이혁렬 회장께서 월드컵 현장에 직접 와 응원하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계속 올려주셨다.

해외 전지훈련 비용부터 현장 지원까지 정말 아낌없이 도와주셨다. 유럽에서 정말 남부럽지 않게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셨다"

"정말 아낌없이 지원해주셔서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는데, 항상 아쉬운 경기력을 펼치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

"해외 전지훈련을 가면 남녀 선수 10명과 코칭스태프까지 총 15명 정도가 움직인다. 연맹 예산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스포츠에 정말 관심이 많은 회장님께서 아낌없이 지원해주셔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 바이애슬론 이혁렬 회장 및 예카테리나
▲ 바이애슬론 이혁렬 회장 및 예카테리나

사실 우리나라 동계스포츠 연맹과 협회에는 냉정한 현실이 있다.

기업 회장들의 관심과 후원이 없으면 연맹의 자생은 물론,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훈련하며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종목 후원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그 종목의 현재이자 미래가 된다.

김상겸의 은메달, 유승은의 동메달, 최가온의 금메달, 그리고 바이애슬론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은 모두 같은 선상에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각기 다른 장면이지만, 그 이면에는 ‘키다리 아저씨들’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설원 위의 메달과 출전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버텨준 이들의 결단, 그리고 그 믿음에 응답한 선수들의 땀이 오늘의 결과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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