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지갑 털 시간이 다가오는데… 국대 포수의 자책, 홈런 치고도 왜 웃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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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이숭용 SSG 감독과 팀 주전 포수 조형우(24·SSG)는 시즌을 앞두고 내기 하나를 했다. 내기 종목은 홈런, 조건은 ‘10홈런’이었다. 조형우가 홈런 10개를 치면 이 감독이 흔쾌히 지갑을 열겠다고 했다.
조형우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계속 타격폼을 조정하면서 타격 향상에 힘을 쓰고 있었다. 이제는 팀의 주전 포수로 확실하게 도약할 시기인데, 타격이 너무 약하면 완벽한 주전이 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있었다. 실제 조형우는 지난해 102경기에서 타율 0.238, 4홈런, 2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06에 그쳤다. 특급 포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방면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했다.
체구는 큰 선수고, 기본적인 힘도 가진 선수다. 타격 메커니즘을 수정하고 발사각을 조정하면 담장을 넘기는 타구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2022년 1군 데뷔 후 통산 홈런이 6개, 한 시즌 최다 홈런이 지난해 4개에 불과했던 조형우는 내기에 자신이 있는 기색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 잘 맞은 타구가 자꾸 담장 앞에서 잡히거나 2루타에 그치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는 양상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조형우가 이숭용 감독의 지갑을 진지하게 위협하고 있다. 최근 홈런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이 감독의 싱거운 KO승으로 끝날 것 같았던 분위기는, 조형우의 역전포가 터지는 흐름으로 무르익고 있다. 이 감독으로서는 지갑이 털려도 즐거운 일이니,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시즌이 꽤 남아 있는 가운데 내기 승리까지는 이제 3개의 홈런이 남았다.
4월까지 단 하나의 홈런도 치지 못했고, 5월까지도 단 1개의 홈런에 머물렀던 조형우는 6월 2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기지개를 켜더니 7월 이후로는 만만치 않은 장타력으로 홈런 개수를 불리고 있다. 조형우는 7월 이후 21경기에서 타율 0.309, 4홈런, OPS 0.941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포수 체력 부담이 심한 상황에서 나온 타격 성과라 더 반갑다.
단순히 평소보다 많은 홈런만 친 게 아니라 볼넷도 곧잘 골라내고, 타구의 질까지 좋아지면서 기대할 만한 요소를 여럿 보여주고 있다. 출루율도 0.382로 순출루율이 높아졌고, 21개의 안타 중 절반에 가까운 9개가 장타다.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도 8회 결정적인 중월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좋은 감을 이어 갔다. 조형우의 경력에서 잘 찾아보기 어려웠던 완벽한 배럴 타구의 중월 홈런이었다.
시즌 중 타격폼 수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게 조형우의 이야기다. 조형우는 “타격폼에 조금 변화를 줬다. 손 위치도 원래 앞에 있다가 당겨서 쳤는데 그 부분에서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그래서 아예 손 위치를 뒤로 빼놓고 모아놨다가 한 번에 쓰려고 한다. 그러면서 좋은 타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잡동작도 조금 없어지고, 좋은 결과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존 설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존을 잘 설정하면서 공을 되도록 오래 보고, 대신 힘을 쓸 때는 한 번에 쓴다. 그 과정에서 루킹 삼진도 나오지만 볼넷도 나오는 등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다. 조형우는 “오히려 헛스윙 삼진보다는 루킹 삼진이나 볼넷이 나오니까 나도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확실하게 지키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향후 방향성을 설명했다.
홈런도 치고, 최근 타격감도 좋고, 팀도 이겼으니 기분을 내볼 만한 날이었다. 하지만 조형우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별로 없었다. 수비에서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8회 대량 실점을 허용하는 등 복기할 부분들이 있었다고 자책했다. 전반기 공·수 모두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은 사실이고, 차분하게 되돌아보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 조형우는 “후회가 되는 게 너무 많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조형우는 “수비적인 부분에서 내가 전반기 때 못 느꼈던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 와서 조금씩 잘 되다 보니 ‘전반기 때 왜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되더라”고 인정하면서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고 생각하고 운이 좋게 컨디션이 올라온 것일 수도 있으니 크게 신경을 안 쓴다. 하지만 수비적인 부분은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온다. 그걸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인정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필연적으로 후회를 낳는다. 조형우도 지금 그 과정에 있다. 하지만 야구가 올해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내년도 있고, 아직 뛸 날이 창창하게 남은 만 24세의 포수다. 어쩌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선발이라는 자체가, 이 포수의 지금까지 길이 무의미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SSG가 강해지려면 주전 포수가 강해져야 하고, 조형우는 의심의 여지없는 내년의 최고 키플레이어다. 후회의 경험 속에서 더 확률 높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눈을 키워간다면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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