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일 칼럼] 돈 앞에 명예 포기…'밥 샙의 길' 걷는 최홍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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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쥔룽은 키 192cm로, 프로 14전 14승 14KO승 전적을 쌓았다.
'갑자기 웬 중국 선수가 최홍만을 걸고넘어졌을까'하고 생각하는 분이 있겠지만, 최근 최홍만의 행보를 봐 왔다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218cm 160kg의 최홍만은 지난 6일 중국 후난에서 열린 입식타격기 대회 실크 로드 히어로 PFC격투기 선수권에서 177cm 72kg의 저우즈펑(32, 중국)을 잡지 못하고 3라운드 종료 0-3으로 판정패했다. 애초 예상한 대로였다. 크고 느린 최홍만은 로킥을 차고 빠지는 상대의 움직임을 잡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 경기가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정상적인 경기로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낯이 뜨거워졌다. 한때 한국을 대표했던 파이터가 중국이 의도한 장난에 놀아난 느낌이다.
로드 FC 중국 대회에서 두 번 경기해 대륙에 얼굴과 이름을 알린 최홍만은 이제 중국 킥복싱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문제는 지금 최홍만이 실력으로 이길 만한 선수가 많이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사실이다.
너무 둔해서 펀치를 정확히 맞추는 것을 보기 어렵다. 카운터펀치 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데 항상 한 박자씩 느리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발도 느려서 상대를 몰지 못한다. 저우즈펑은 펀치를 뻗을 때면 이미 도망가 그 자리에 없었다. 이렇게 싸우면 최홍만을 이길 수 있다는 공식을 보여 줬다.
사실 이제 '파이터' 최홍만의 활약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뇌종양 수술 이후 신체 능력은 크게 떨어졌다. 부진을 겪다가 지난해 복귀하기 전까지 6년 동안 링을 떠나있던 그였다. 복귀 이후에도 당연히 기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돌아온 뒤 그가 끌어올린 경쟁력은 20kg 이상 불린 몸무게가 전부다.
중국의 대회 주최사 역시 실력을 높이 평가해 최홍만을 기용한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최홍만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제격이기 때문이었다. 최홍만이 중국 내에서 가지는 파이터로서의 가치는 그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 큰 키를 빼면 아무것도 없다. 선수로서의 경쟁력만 본다면, 몸값이 비싼 최홍만을 영입할 단체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주최사로선 어느 정도 바라는 결과를 얻었다. 체격이 작은 중국인과 한국 거인과의 싸움, 자국 영웅을 만드는 전형적인 경기에서 중국 선수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경기는 중국 공영채널 CCTV에 생중계됐고, 최홍만의 패배에 현지 팬들은 흡족해했다. KO승이 아닌 판정승으로 끝난 게 아쉬웠을 수 있겠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홍만은 국내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체중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선수에게 패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요즘 성적이 어떠하든 적어도 스스로 선수라고 생각한다면, 선수로서의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애초 이 경기는 수락하지 말았어야 했다. 헤비급 경기라면 모를까, 다윗 골리앗 대결의 희생양이 되는 그림은 한국의 격투기 팬이라면 누구도 원치 않았다.
안타깝게도 최홍만이 이 경기를 강행한 이유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돈이다. 알면서 뻔히 보이는 덫에 스스로 들어가 걸렸다.
최홍만은 2013년 12월 지인에게 약 1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바 있다. 로드 FC의 협조로 경기를 치르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여유 있는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 방송이나 별도의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지금, 수익을 올릴 만한 업은 경기가 유일하다.
이번 경기로 최홍만은 8,000만 원의 대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중국에서 경기를 가진 한국인 파이터 가운데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최홍만은 8,000만 원과 선수로서의 자존심을 바꿨다. 이제 그에게 상대를 꺾고자 하는 파이터의 승리욕을 기대할 수는 없다. 혼신의 힘을 다해 관객을 열광시키는 프로다운 경기를 펼쳐 주길 바라기도 쉽지 않다.
이번 장쥔룽의 도발은 중국 내에서 최홍만이 그만큼 많이 알려졌고, 지난 경기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 준다. 최홍만의 경기가 주말 밤 CCTV에서 생중계됐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당분간 중국에서 활동하며 꾸준히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 강도 높여 최홍만을 비난한 권아솔은 이번 건을 두고 "최홍만은 중국의 많은 선수들이 욕심내는 고급 먹잇감이 됐다. 이건 당연한 순서라고 본다. 실력은 없는데 돈만 위해서 아무 경기나 뛰는 최홍만 본인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최홍만이 체격이 작은 선수와 다시는 맞붙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경기를 대하는 마음을 드러냈다는 것 아닐까. 이제 팬들은 그가 어떤 경기를 갖든 선수로서의 명예는 둘째 치고, 오로지 돈이 궁해서 적당히 싸우는 것으로 밖엔 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홍만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최홍만의 이러한 자세는 과거 대전 상대이기도 했던 밥 샙을 떠올리게 한다. 밥 샙은 2005년부터 2013년 말까지 킥복싱에서 1승(상대 부상) 13패, 2011년부터 현재까지 종합격투기 13연패를 기록했다. 경기에 자주 출전해 무기력하게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 곳곳을 다녀 맞으면서 돈을 벌었던 것으로, 본인도 이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최홍만의 '진짜' 선수 생활은 끝났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선수들에게 무용담을 만들어 주며 돈을 벌다가 커리어를 끝낼 것으로 보기도 한다. 최홍만 본인이 선택한 인생이기에 무작정 돌을 던질 수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가 가진 상징성과 인지도 탓에 감내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 필자 소개- 현 UFC 한국 공식 홈페이지(kr.ufc.com) 저널리스트. 전 엠파이트 팀장. 강원도 영월 출신.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격투기 커뮤니티 'MMA 아레나(www.mmaarena.co.kr)'도 론칭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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