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규진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건일 기자] 37승 35패 30세이브 37홀드. 프로 12년 동안 쌓은 성적이라고 보기엔 다소 색깔이 없다. 2003년 전체 13순위로 한화에 입단해 불펜으로 1군 경력을 시작한 윤규진은 체력과 구위가 좋다는 이유로 선발로 '아르바이트'를 뛴 날이 적지 않다. 388경기 가운데 42차례 선발로 나섰다. 따라서 다른 투수들처럼 선발투수로, 중간 투수로, 또는 마무리 투수로 기록을 쌓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윤규진은 여러 투수들이 부상으로 자주 빠진 팀 사정 때문에 한 보직에 정착하지 못했다. 불펜으로 올 시즌을 출발했다가 선발로 바꿔 정착하나 싶더니 다시 불펜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배영수 이태양 등이 빠진 선발진을 메우기 위해 다시 12일 넥센과 경기에 선발로 복귀했다. 윤규진의 12번째 선발 경기, 28차례 불펜으로 던졌다. 올 시즌 리그에서 윤규진만큼 불펜으로 뛰면서 선발로 많이 던진 투수가 없다. 이상군 감독 대행은 "윤규진이 현재 팀 내에서 가장 좋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데뷔하고 내내 선발과 불펜을 자주 오간 터라 윤규진에겐 루틴이 무의미했다. 윤규진은 "다른 투수들처럼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12년 동안 팀 사정에 따랐다. 오른 팔에 피로가 쌓였다. 팔꿈치와 어깨에 있는 수술 자국 두 개가 헌신의 결과다.

윤규진은 선발로 복귀한 12일 6⅔이닝 동안 공 88개를 던지며 볼넷 없이 7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6-1 승리와 3연승을 이끌고, 시즌 6번째 선발 승(5패)을 챙겼다. 지난달 13일 롯데와 경기 이후 약 한 달 만에 승리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5.76에서 5.38로 낮췄다. 이 대행의 기대에 부응한 투구였다.

"개인적으론 올 시즌은 선발로 꾸준하게 던지면서 마치고 싶다." 경기를 마친 윤규진은 속내를 밝혔다. 

"아직까지 꾸준히 선발로 뛴 적이 없다. 원래 선발로 하면 15승을 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젠 10승 욕심도 없다. 단지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선발로 던지면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규진은 선발로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돌던 지난달 "선발로 고정이 되니까 좋다. '내일은 뭐할까, 모레는 뭐할까'라는 계산이 선다, 컨디션을 관리할 수 있다. 왔다갔다하기보다는 하던 대로, 꾸준히 하는 게 좋다"며 선발 정착에 욕심을 보였다.

불펜과 선발 공백을 윤규진에게 의존했던 이 대행은 "앞으로 윤규진은 선발로 고정시킬 것"이라고 지난 6일 못 박았다. 윤규진은 부상을 회복하고 돌아온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알렉시 오간도, 그리고 안영명 김재영과 함께 선발진을 맡는다. 이 가운데 안영명은 2003년 한화에 함께 입단한 동기. 윤규진은 "이제 영명이와 각자 서로 잘해야 하지 않을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우리 둘 다 이젠 잘할 때"라고 다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