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영이 은퇴식을 위해 kt위즈파크에 방문했다. ⓒ 수원,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신원철 기자] 새벽부터 세차게 쏟아지던 비가 거짓말 같이 그쳤다. 미뤄질 뻔했던 이진영의 은퇴식을 앞두고 비가 멎었다. 

이진영은 "이런 자리가 낯설다. 많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20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찾아올 줄 생각 못 했다. 날씨가 좋지 않은데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이 "일기예보 봤다. kt에서 은퇴식을 성대하게 마련해주셨는데 거기에 감사드리고. 준비하신 만큼 잘 됐으면 좋겠는데…하늘이 도와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사인회는 빗속에서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kt는 물론이고 LG 팬들도 많이 찾아와 자리를 빛냈다. "현역 때와 기분이 달랐다. 뭉클했다. 우는 분도 계셨다. 은퇴는 했지만 다시 팬들께 돌아올 것이라고 마음 속으로 약속하고 즐겁게 했다"고 말했다. 

▲ 이진영 은퇴 기자회견. ⓒ 수원, 한희재 기자
그는 2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20년이나 뛸 줄 몰랐다. 그 20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표팀에서 영광스런 순간, SK 시절 우승한 순간, LG 때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게 떠오른다. kt에서는 후배들에게 도움 되는 선배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 점들이 뜻깊었다"고 돌아봤다.

이진영은 "잠이 잘 안 왔다. 많은 생각들로 잠을 설쳤다. 막상 이렇게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 오니까 너무 기분 좋았고, 전날 근심걱정을 다 잊었다. 지금은 좋은 기억, 추억이 생기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은퇴가 아쉽지는 않을까. 이진영은 "20년 동안 야구하면서 꿈꿨던 게 있다. 나름대로 30대가 지나면서 후배들에게 양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선배가 된 뒤에는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은퇴를 결정했다. 후회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은퇴 후 가장 좋았던 점에 대해서는 "가정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다. 지금까지 좋은 아빠, 남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가족들 챙기는 데 바빴다. 아이들 학교 데려다주고, 집안일도 했다며 미소를 피웠다. 

▲ 이진영 은퇴 기자회견. ⓒ 수원, 한희재 기자
힘들었던 순간은 다 잊었다. 이진영은 "좋았던 것만 생각한다. 안 좋았던 일을 기억하는 성격은 아니다. 제가 제 위치에서 해야 할 일들을 못했을 때 속상하고 서운하기는 하지만 제 성격이 좋아서 그런지 무뎌서인지 모르겠지만 연연하는 편은 아니다"라며 다시 웃어보였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내세울 수 있는 성적은 2000경기 2000안타 정도다. 그 기록만큼은 세우고 싶었다. 군산에서 올라온 촌놈이 이름 석 자 남길 수 있는 기록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좋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결정적일 때, 기회에서 강했던 '기'가 좋은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은퇴했지만 야구를 떠날 생각은 없다. 이진영은 "선수 시절부터 미리 생각하는 편이었다. 은퇴하는 선수들이 지도자를 꿈꾼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선수들을 돕는 지도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코치님들이 '선생님'에 가까웠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제가 생각했던 방식의 지도자들이 많더라. 가르친다기 보다는 도와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고 지금도 생각 중이다"라고 얘기했다. 

기억나는 지도자에 대해서는 "많은 감독님들을 만났다.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다. 여러 감독님 중에서 기억에 남는 감독님은 역시 김성근 감독님이다. 정말 훈련을 많이 시켜주셔서 강인한 체력이 생겼다. 그러면서 느끼는 점도 많았다. SK에서는 강병철 감독님께서 어린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셨다. 선배들이 양보해주셨고,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셔서 다른 선수에 비해 일찍 주전이 됐다. 그걸 발판 삼아서 지금까지 야구를 했다. 저에게 고맙지 않은 감독님은 없다. 저를 다 좋아해주셨다"고 말했다. 

▲ 이진영.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국민 우익수'를 꼽았다. "LG에서 '2땅 선생' 같은 안 좋은 별명도 생겼다. 지금은 그런 것도 감사하다. 관심있게 지켜봐 주셔서 지어주신 것 아닌가. 그때 당시에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은퇴하고 나니 그런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머리가 커서 생긴 별명들도 그렇고. 저를 사랑해주셔서 그런 별명이 탄생한 것 같다."

일본에서 배운 점에 대해서는 "요즘 한국 야구와는 전혀 다른 것 같다. 일본은 아직까지 고유의 방식으로 훈련한다. 2군 선수들은 훈련량이 정말 많다.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훈련이 아니고,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한다. 한국 선수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그 많은 훈련 속에서 좋은 버릇을 들이는 것이 육성의 기조라고 느꼈다. 많은 훈련에 따르는 문제점도 있다. 하지만 당장 1군에서 뛰는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풀타임을 뛰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 먼저다. 그 뒤가 실력이었다. 그게 전반기 동안 느낀 점이다"라고 답했다. 

이진영은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를 거쳐 kt 위즈까지 20년간 선수로 뛰며 통산 2160경기에 출전했다. 2017년 6월 16일에는 역대 10번째 통산 2000안타 기록을 세웠고, 지난 시즌까지 타율 0.305, 169홈런, 979타점을 남겼다.

지금은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는 동시에 2019 프리미어12를 준비하는 국가대표팀 전력분석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편 kt는 이진영 은퇴식에서 사인회, 헌정 영상 상영, 기념 사인볼 증정 등 행사를 벌인다. 이진영의 아들 예준 군과 딸 채슬 양이 각각 시구·시타를 맡고, 이진영은 시포를 한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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