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2년 만에 재개된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 레드카펫. 배우 조진웅은 가장 뜨겁게 그 무대를 즐긴 배우 중 하나였다. 관객들과 다시 마주한 것이 즐거워 못 견디겠다는 듯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서 연신 하트를 그려보였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랬던 주진웅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4일째인 9일 오후5시 KNN시어터에서 열린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를 통해 다시 부산의 시네필들을 만났다.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티켓을 선점한 열성적 관객들이 드디어 그와 극장에서 마주했다.

조진웅은 개막식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 그는 관객과 영화에 잔뜩 목말랐다가 이제야 시원한 물 한 병을 통째 들이킨 사람같은 생기가 돌았다. "여러분들 덕분에 제 정체성, 본질을 찾은 것 같다"며 그가 들려준 60분 동안의 영화 이야기, 배우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옮긴다.

넘치는 에너지가 그대로 실린 그의 몸짓, 진지하다가도 때론 능청스럽고 사랑스럽기도 한 표정을 함께 담을 순 없지만, 한 순간도 그에게서 눈과 귀를 뗼 수 없었던 현장의 분위기가 함꼐 전해지기를.

-부산영화제에 온 기쁨을 거듭 이야기했다. 무대를 굴러서 내려가겠다고도 했는데.

"여기서요? 허리가 좀…. 보통 감개무량과 결이 다르다. 코로나가 있은 후에는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지 않나. 어떻게든 꾸밀 수 있다. 어떻게 만나보고, 무대인사를 연장할 수도 있다. 부산영화제 이전에는 관객이 없었다. 온라인이나 비대면이었다. 배우들끼리도 떨어져 있었다. 지금도 띄어앉기를 하고,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관객과 만날 기회가 없었다. 대기실에서는 관객 분들이 오신줄 몰랐다. 무대에 딱 올라갔더니 관객이 계시더라. 들어오시기에 까다로웠을 것이다. 정말 뭉클했다. 제가 일하는 본질, 정체성을 찾은 날이다.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지탱하며 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도 많았다. 여러분들 덕분에 제대로 된 제 정체성, 본질을 찾은 것 같다. 감사드린다."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막중한 임무를 띠고 왔다. 일간, 이달의 배우가 아니라 올해의 배우다. 제가 선택한 배우는 올해의 배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남자 배우로서 또한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영화 자체는 편하게 즐기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분명히 제 가슴을 때리는 진심의, 울림이 있는 배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제 저녁부터 영화를 보고 있다. 지금까지 3편을 봤다. 단 3편인데도 (마음이) 흔들거려 죽겠다."

상업영화와 독립장편영화는 다르지 않나. 항상 독립영화를 볼 때마다 지속적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든다. 직접, 감성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상업영화는 지적할 거리들이 보이지 않나. 독립예술영화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저를 위로하기도 하고 응원을 해주고 싶고 제가 응원을 받기도 한다. 깜냥도 안 되는게 심사를 한다고 내려왔구나 싶기도 하다."

-어린 조진웅이 만약 '올해의 배우상' 후보가 됐다면? 심사위원이 무엇을 발견해주길 바랄까?

"언제나 진심이다. 그 어린 아이가 무엇을 더 하겠나. 매번 신인의 마음이다. 매일 데뷔한다는 마음이다."

-'올해의 배우상' 첫 회 수상자가 최우식이다. 함께 '경관의 피'를 찍은.

"'거인'이란 작품으로 받았다. '경관이 피'에서 함께 작업했다. 정말 거인이더라. 우식이는 제가 생각할 때는 선한 영향력이 있는 친구였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위치에 대한 고민이 있는 친구더라. 절대 거만하지 않고, 작업에 어떻게 더 몰입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한다. 많이 배웠다. 마인드가 넓더라. 관습, 관례를 갖고 작업하는 친구가 아니었다. 감독님도 사고가 넓다. 작업하며 의사소통이 매우 원활했다. 너무 예쁘게 생겼는데, 이놈이 또 남자남자 한다. 맨(Man)이다. 그런 면에서 매력이 가득했다. 아주 부러웠다."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곰처럼 우직하고, 칼처럼 날카로우며, 뱀처럼 유연한 배우라는 생각이다. 곰처럼 우직한 모습이 마치 조진웅 본연의 모습같기도 하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왜 틀리다고 이야기했냐면,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며 그런 캐릭터의 성정을 배우고 산다. 이런 캐릭터를 안 만났다면 한 인간으로서 배우 조진웅이란 사람은, 성격도 급하고… 그렇지가 않다. 술 많이 먹고, 늦게 들어오고, 후배들한테 까칠하고… 이게 뭔가. 이런 적이 있었다. 어떤 후배가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연기를 그만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왔다. 따뜻하게 위로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다른 선배한테 물어보도록 해'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저는 그런 성격이나 깜냥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연기를 하다보면 이미지를 배반하는 짜릿함도 있지 않나.

"(짜릿함이) 대단하다. 연기할 떄 신명은 그런 데서 오는 것 같다. 몸을 많이 쓰는 신은 힘들다. 하지만 멍 한자락 가지고 숙소에 가서 샤워를 하려고 보면 '오늘 뭐 한 것 같은데' 생각이 든다. 감정의 농도가 짙은 장면을 했을 땐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될까'도 있지만 스스로 신명이 난다. 재미있다. 저는 인류가 연기라는 걸 해봤으면 좋겠다. 이것이 참여가 될 수 있다. 상대의 느낌도 어느 정도 공유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연기가 재밌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연기를 직업으로 삼은 이유다. 변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무게감은 생겼다. 20살에 연기를 시작하며 무대 연기를 할 떄는 마냥 신이 났다. 이게 뭔지도 모르고 막 즐기다보니까 '사람들이 왜 이걸 안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들도 재밌고, 해결할 수 없어도 그것이 제 삶에 쌓이는 것도 재밌고, 살아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기를 들여다보는 삶, 그것이 연기다. 그러다보면 스스로도 발견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저는 가혹한 편이다. 그렇게 가다보니 많은 부분을 제가 끌어가야하거나 할 떄 나태해질 수가 없다. 그럴 떄는 선배들을 보게 된다. 물어본다. '나는 이렇게 느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 본인의 의미와 관객의 해석이 맞닿았다고 생각하시느냐.' 많은 선배들이 '아쉽다'고 하신다. 그런 모습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닮고 싶다. 훌륭한 대한민국 선배 배우들이 제게는 훌륭한 교보재다"

-현재 가장 큰 연기 고민은?

"현재? 작품을 만났을 때가 고민이다. 살면서는 아예 대본도 안 본다. 집에서는 아무 것도 안한다. 연기와는 격리된 삶이랄까.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으면 저는 화장실에서 보거나 제 방에서 본다. 혼자있는 시간이 집중하기가 좋다. 우연찮게 거실에서 보게 됐더니 가족 분들이 다 각자 방으로 가더라. 산만하게 안 하려고 저를 배려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끄러워지는 거다. 여기는 가족 전원이 공유하는 공간인데 내가 월권인양 쇼파에서 떡 시나리오를 보고 저를 배려한다고 다 들어가는 것이. 가족의 사랑이지만, 불편함을 주면 안되겠다 생각한다. 집에서는 웬만하면 시나리오를 안 본다. 아니면 카페에 간다. 백색소음 효과가 있다. 시끄러워도 재미있으면 시나리오에 집중하게 된다. 야구를 보면서도 볼 수 있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 왜냐면 할 게 오니까."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배우로서 무게감도 점점 느낄 텐데.

"무게감은 항상 가져간다. 몸이 원래 무게가 있다….

굉장히 부담스럽다. 해소하는 것, 한가지 방법을 쓴다. 함께하는 배우, 스태프와의 신뢰다. 그것만 있으면 안 두렵다. 이들이 나를 위해 버텨주고 내가 하는 것이 잘 전달되게끔 움직여주지 않나. 작가나 감독의 의도를 배우의 연기를 통해 미술, 카메라를 통해 전달하게 된다. 가장 직접적인 화법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신뢰하다 보면 내가 그 캐릭터라고 생각하게 되는 때가 온다. 예를 들면 투수 뒤에 야수들이 있지 않나. '너는 믿고 던지면 돼' 그런 느낌. 그러고보니 야구 시작할 시간이다. 왜 나는 5시냐!"

-사실 많은 배우들이 누구와 함께하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밖에 없다. 엄마아빠도 못 도와준다. 엄마가 카메라 사이즈를 정해주겠나. 믿을 건 현장의 감독과 스태프와 협연하는 배우뿐이다. 사실 전부라고 할 수 있다."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해가나.

"캐릭터를 연구할 때 걸음걸이에서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대충 상상이 가게 된다. '범죄와의 전쟁'의 판호를 보면 시나리오에 대충 나와있다. 견갑골을 다쳤다든지, 어디를 다쳤고, 그러면 이렇게 걸을 것 같고. 그렇게 쌓아올려가다보면 '걔의 DNA와 내가 대화가 되는 것 같아'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현장에 가서 어디서도 그렇게 되어 있을 수 있다. 감독이 구현하는 판호의 캐릭터에 접근해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그나마 현장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되냐면, 연기를 할 때 언제나 공간은 배우를 배신한다. 현장은 전혀 다르다. 공기 온도 의자의 높이…. 예를들면 지금은 조진웅이 나왔으니까 어딜 가도 상관없다. (캐릭터가 어딜 가도 상관이 없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놓는 것이다. 부자연스러우면 감독이 안 쓴다. 이상한데 본인 영화에 쓸 일이 있겠나. 서로 이렇게저렇게 하기로 하는 큐사인에 대해서는 리액션을 해야 하니까 정확하게 약속을 하지만 그 다음은 괜찮다."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그래서일까 '범죄와의 전쟁'에서 함께 한 최민식이 '아무리 변화구를 던져도 척척 받아낸다'고 했다.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는 알겠다. 저는 연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이 되게끔 만드니까. 선배님 들으시기에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너무 출중하게 잘하시니까 제가 뭘 할 게 없다. 가만히만 있어도 된다. 너무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 그러면 너무 행복하다. 편하고 신뢰할 수 있다. 그렇게 안하는 배우분도 많으시다. 꼭 큐 대사를 지켜야 하고 그런. 다만 놀 장이 생기니까 더 신이 나는 거다."

-연기할 맛 나는 동료와 함께하는 희열이 상당할 것 같다.

"너무 행복한 일이고 흥분되는 일이다. 작업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 고되다. 고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저희들이 고되고 힘이 들어야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신다. 잔인하게도 진리다. 제가 조금 편하면, 그건 안된다. 베테랑들이 포진돼 있으면 영화를 보시는 재미가 더 있다. 제가 그 속에 포함되는 것이 영광스러울 때가 있다."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끝까지 간다'를 보면 이 배우에게 우직함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예민하고 날카롭고 섹시하기도 하다. 아이라인을 그렸더라.

"죄송합니다…. '끝까지 간다'를 생각하면 그 생각이 먼저 난다. 리딩을 하는데 한 시간 동안 할 게 없다. 등장을 안해서 너무 지겨웠다. 1시간 이후에 등장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는 만회할 신이 없어서 집약해야 했다.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선균 선배를 정말 괴롭혔다. 밤새 이야기하고 '아까 이건 도저히 느낌이 안온다' 하면서…. '끝까지 간다' 캐릭터의 완성은 이선균 선배의 리액션 때문이다. 제가 연기를 잘 한 게 아니다. 연기 잘하는 사람이랑 하면 되게 잘 한 것처럼 보이지 않나. 리액션이 그 캐릭터를 완성시키기 때문에 신뢰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렇게 공생할 수밖에 없다."

-'끝까지 간다'에서 이선균의 고건수에 공감하게 된다면 조진웅의 박창민은 공감의 여지가 없다. 백그라운드도, 개연성도 없이 도중에 등장한다.

"'어우 얘 뭐야' 하고, 맞딱드리고 싶은 느낌이었다. 재미나게 맞딱드리고 싶었다. 그런 캐릭터를 만나면 두근두근하고 현장에 빨리 가고 싶다. 박창민이라는 캐릭터가 그랬다. 저를 뜨겁게 만들었다.

박창민의 등장신이 저의 첫 촬영이었는데 오전 내내 한 컷도 못 건졌다. 원래는 이런저런 사설이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고건수를) 때리는 게 아니었다. 당시 아무리 봐도 임팩트가 없지 않나 해서 '감독님, 촬영감독님 다 와보시라'고, '플레이백을 해보자. 재밌는 분 손들어 보시라. 재미없는 사람? 저요!' 하면서 말도 안 되는 땡깡을 부렸다. '이렇게 가면 어떨까 저렇게 가면 어떨까' 하다가 '얘가 뭐가 필요해, 그냥 들어가서 '조지자!' 했다…. 죄송해요…. 그렇게 완성이 됐다.

그런데, 전 아무리 봐도 박창민이 코트를 입고 걸어오는 걸 보면 펭귄같다. 이 이야기를 하면 의상실장님이 엄청 뭐라고 하신다. 디자인해서 만드신 건데 '야 그런 얘기 그만 안할래' 하신다. 아무리 봐도 펭귄같아 저만 빵 터진다."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독전'을 보면 배우 조진웅의 또 다른 면이 느껴진다.

"우리의 삶이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갈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어느 지점에서만큼은 놓지 않아야 할 문제, 놓지 말아야 할 순간이 있다. 집착이든 아집이든 해결해야 한다. 못하고 죽더라도 시도는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근성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독전'의 원호라는 캐릭터는 인간적이란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저는 마른 장작에 비유한다. 이 친구는 마른 장작같다. 살짝 불을 붙여도 확 타는 느낌이다. 외면적으로 푸석해 보이고 삶이 그렇게 양질같지 않고 푸석하다. 그런 외형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마른 장작같다. 그래서 캐릭터가 단단히 존재하지 않았나 한다."

-'독전'에서는 형사로서 상대를 속여야 하는 이중의 연기를 하는,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대목도 있었다.

"연기도 이렇게 힘든데, 형사는 얼마나 어렵겠나. 어려운 직업 둘이 있다면 배우와 형사가 아닐까 생각도 한다. 외줄타기 하는 지점을 골라내거나 표현할 수 있는 감독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다. 밸런스가 중요해서 조심스러웠고 더 갈 수도, 덜 갈 수도 없었다. (이 영화를) 왜 했나 싶고 그랬다. 편하게 갈 수 있지 않았나…."

-편하게 가면 사람들이 싫어한다면서요.

"아…, 알겠습니다."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 편하게 가는 방법이 있다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생각을 오래 한다. 계속 상상하기. 그렇게 계속 구현해보고, 스스로 상상을 통해서 내가 가장 잘 집중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어떻게든 찾아내본다. 상상을 투자하는 거다. 그렇게 하다 포인트가 딱 맞는 것 같으면 감독님에게 시연해 보인다. '이런 느낌이면 어떨까요'. 안 보여줄 때도 있다. 닳을 것 같아서 '그냥 밀어보시죠' 할 때도 있다.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독전'의 그 장면은 세트였다. 배우가 집중하기에 용이한 공간이다. 방해 요소가 없으니까. 만약 연기하는데 핸드폰이 울리면 그 친구는 전 스태프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야 한다. 그러다 뭔가 도달했구나 싶으면, 그날 끝나고 마시는 소주는 정말 맛있다, 정말!"

-조진웅의 꿈은?

"빨리 은퇴도 하고 싶고, 이걸 그만둬야 오래 살 것도 같고…. 그 와중에 울컥거림이 있다. 빨리 언제 또 뵙지? 하는 마음이다. 제가 출연한 영화, 만든 영화, 이런저런 작품을 공유하면서 '어땠어요?' 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제 꿈이 아닐까 한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팬미팅을 할 생각이 있나.

"팬미팅? 허, 제가 그럴 깜냥이 됩니까. '퍼펙트맨' 할때 설경구 선배한테 그랬다. ''지천명 아이돌' 그거를 왜 하셔가지고.' 그런데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진웅아, 나는 니가 꼭 (팬미팅을) 해봤으면 좋겠어' 하고. 본인이 그렇게 무대에 많이 섰는데도 우황청심원을 먹고 올라가셨다더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설경구 선배가) 강력하게 말씀하셔서 밀도깊은 고민을 해 보겠다는 생각은 했다."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역사적 시나리오에 관심이 있나.

"역사적 시나리오가 오면 하는 건 아니다. '대장 김창수'는 3년을 고민했다. 제가 뭐라고 김구 할아버지를 연기하겠나. 솔직히 잠깐만 들여다봐도 비분강개 아니할 수가 없지 않나. 영화의 또다른 기능은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건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 참여의 의지와 신념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걸 꼭 하겠다는 건 아니다. '대장 김창수' 3년 고사할 때도 추천을 많이 했는데 다 안하신다더라. 어쩔 수 없구나 했다."

-멜로물 찍을 생각이 있나? 지천명 멜로 아이돌 어떤가.

"뭐, 저도 해요, 합시다 뭐…. 하지만 그렇게 전위적인 사고를 가진 감독님이 계시냐 이거다. 그렇게 쫄딱 한 번 망해보셔야…. 멜로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번 봤다. 그 깊이가 다르다. 도전해보자는 생각은 안 들지만 쉽지 않겠구나 생각은 한다. 제가 본 것 중 가장 근사한 멜로영화는 '레옹'이었다. 그때 고등학생이었던 것 같다. 비디오를 빌려와서 보는데 계속 리와인드해서 8번을 봤다. 매번 볼 떄마다 달랐다. 너무 좋았다. 그땐 분석도 못하고, 애들한테 말은 잘 못하겠는데 좋았다."

-조진웅의 다음 10년은 어떨까.

"앞으로 10년도 이렇게 살지 않을까. 관객들을 만나려 할 것이고, 뭔가 만들어보려 작당모의를 할 것이다. 내가 그런 포지션의, 그런 영역의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코로나가 있든 극장에 위기가 있든, 나는 관객에게 감동·위로를 주는 사람이니 계속 그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 '액터스 하우스'의 조진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자리를 마무리하며 인사 한 말씀.

"마지막이 오네요. 언제 볼까요? 곧 보십시다! 저는 하던 걸 할 테니 응원도 해 주시고 잘 하라고 꾸지람도 해 달라. 저에게는 관객을 만날 영광될 자리였다.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아직 레드카펫의 감동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오늘 이 자리까지 있으니까, 이 즐거움과 이 기쁨과 이 영광을 제 동료 배우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겠다. 여러분 코로나 잘 이겨내고 우리 진짜 자유롭게 만나 서로 방방방방 놀았으면 좋겠다. 귀한 자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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