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방학’에 앉아 살펴본 오답노트… 그렇게 반등했다, 선발은 한 번에 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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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는 한반도를 덮친 역대급 무더위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 8월 초 리그 일정을 스톱시켰다. 8월 5일부터 9일까지 모든 경기가 다 취소됐다. 더위에 지친 선수들에게는 꿀맛 같은 휴식의 시간이 주어졌다.
몸을 쉴 시간도 주어졌지만, 머리를 쉬게 할 시간도 주어졌다. 어떤 선수에게는 후자가 더 중요했다. 올 시즌 SSG 선발진 세대교체의 기수로 큰 기대를 받았으나 정작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 좌완 김건우(24·SSG)는 전형적인 후자였다. 7월 31일 키움전 등판 부진 후 보름 이나 등판 일정이 비는 스케줄이 주어졌다.
그냥 마냥 쉬지는 않았다. 그간 시즌 투구 내용을 차분하게 복기했다. 김건우는 “많은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간 자신의 투구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하기도 하고, 물끄러미 분석 자료를 보기도 했다. 오랜 생각 끝에 결론은 나왔다. 김건우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기 급급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투수는 이것저것 살필 것이 많은 종합 예술이다. 그러나 김건우는 공을 던지는 데만 신경을 써도 모자랄 판이었다.
지난해 후반기 투구폼을 바꾼 이후 밸런스가 몰라보게 좋아진 김건우는 뚜렷한 가능성을 보이며 일찌감치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이숭용 SSG 감독이 “2선발로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광현이 어깨 수술로 빠진 가운데, 사실상 토종 에이스의 몫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시즌 초반 성적은 괜찮았다. 4월까지 평균자책점은 3.23으로 훌륭했다. 하지만 이후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구속이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몸 상태에 이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기에서 싸우지를 못했다. 공은 자꾸 벗어났고, 매경기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 급급했다. 존과 싸우고 있었을 뿐 타자와 싸우지 못하는 양상이 되풀이됐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까지 대두된 이유다. 올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진짜 그렇게 될 위기였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그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섰다. 이전 기억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김건우는 “예전에는 공을 던지는 데 급급했다면 준비를 많이 해서 힘을 많이 비축한 것이 있었다”면서 “타이밍 부분에서도 뭔가 내 느낌으로는 바뀐 게 있었다. 그 부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 준비는 15일 잠실 LG전에서의 호투와 반등으로 이어졌다.
김건우는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6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탈삼진 2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하며 분전했다.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안기는 했지만 올 시즌 계속 하락세이던 그래프를 되돌릴 수 있는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날이었다. 단순히 운이 좋다고 하기에는 육안으로 보는 구위도 좋았고, 보더라인 제구력도 뛰어났다. 준비를 잘해서 그런지 공에 힘도 붙었다. 김건우는 “(포수) 조형우와 대화를 많이 했는데 구위가 완전 달랐다고 하더라”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이숭용 SSG 감독도 아낌없는 박수를 쳤다. 이 감독은 “어제(15일)는 내가 근래 본 것 중에서 제일 좋았다. 물론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그건 상대가 2B에 잘 쳤다고 봐야 한다”면서 “스피드도 그렇고 마운드에서 하는 모습, 적극적인 모습 등 패전을 하기는 했지만 요 근래 피칭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피칭이었다”고 칭찬했다. 이는 경기를 지켜본 모든 관계자들과 팬들의 평가를 요약하는 것이기도 했다.
SSG는 이제 내년을 바라보는 흐름으로 가고 있고, 가장 큰 과제는 선발진 재건이다. 외국인도 외국인이지만 국내 선수들의 분전과 세대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쩌면 이 흐름에서 가장 먼저 기회를 얻었던 김건우도 경쟁에 들어간다. 김건우는 “모든 선수들이 다 똑같지만 나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이클도 조금 심했다”고 담담하게 시즌을 돌아본 뒤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첫 번째고, 안 다치고 마지막까지 잘 던져서 시즌이 끝나면 되돌아볼 것이 많은 그런 투구를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부진하기는 했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경쟁자들 중 가장 먼저 기회를 받았고,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고, 가장 많은 경험을 했고, 또 가장 많은 보완점을 남겼다. 시각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이는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가는 요소라고도 볼 수 있다. 김건우도 그 교훈을 허투루 날리지 않을 생각이다. 올해의 사이클은, 앞으로 10년 이상 이어질 김건우의 경력을 크게 그려 봤을 때 말 그대로 작은 등락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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