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너자이저, ‘빠던’해서 미안, ‘주루사’해서 미안… 김도영이 보여준 품격, 그렇게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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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올 시즌 KIA 최고의 히트상품인 박재현(20·KIA)은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빠던’, 배트플립이 경쾌한 선수다. 그렇게 거포형 체구가 아닌데도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투구가 많고, 그 뒤에 어김없이 ‘빠던’이 이어진다. 워낙 스윙 스피드와 몸 스피드가 빠른 선수이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동작이 나온다.
이범호 KIA 감독은 “김도영도 재작년에 잘할 때 보면 치고 난 뒤에 빠던이 딱 된다. 빠던이 되는 사람들은 하체에 힘이 다 실렸다는 소리다. 실리고 딱 튀어 나가줘야만 방망이가 딱 던져지는데 그게 아닌 사람들은 잡고 뛴다. 몸에 스피드가 있는 선수들은 아무래도 빠던을 할 수 있는 영향이 있다”고 원리를 설명하면서 박재현이 그런 유형의 선수라고 말했다.
그런 박재현은 16일 광주 두산전에서 올 시즌 리그 최고 에이스인 곽빈을 상대로 홈런을 치고 화려한 배트플립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상대를 자극하려는 의도는 당연히 없었고, 어떻게 보면 이 감독의 말대로 자연스럽게 나온 ‘연결 동작’이었다. 시즌 15호 홈런. 10호 홈런을 치고 홈런에 미련이 없다고 선언했던 이 선수는 강한 타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신 담장을 넘기고 있다.
다만 생각보다 방망이가 멀리 날아갔고, 내심 이에 대해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던 박재현은 경기 중 곽빈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고의가 아님을 아는 곽빈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돌려 보냈다. 이 감독은 “아닌가 싶었나”고 웃어 보였다. 다만 열정적인 에너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동작이기에 이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공손한 사과가 더 주목을 끌었다.
박재현은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그게 매력이다. 최근 KIA에 딱 부족했던 유형이다. 스스로는 조금씩 자제한다고 하는데 원초적으로 통통 튀는 플레이들이 어쩔 수 없이 나온다. 때로는 그것이 실수로 이어질 때도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과욕’처럼 보일 때도 있다. 18일 대전 한화전에서 주루사가 그랬다.
박재현은 7회 선두 타자로 나가 이상규를 상대로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우측 외야에 산처럼 서 있는 몬스터월을 때리는 2루타를 쳤다. 다만 이어진 상황에서 주루사가 있었다. 김선빈이 유격수 땅볼을 쳤다. 유격수의 수비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타구가 아니어서 2루로 귀루하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송구가 1루로 가는 사이 박재현이 스타트를 끊어 3루로 내달렸다.
하지만 공보다 빠른 선수는 없었다. 1루수 김태연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지체 없이 3루로 정확히 던져 박재현을 잡아냈다. 무사 2루가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박재현이 빠른 선수이기는 했지만 3루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송구가 빗나가는 등의 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속 타자인 김도영이 총알 같은 좌월 홈런을 쳤기에 이 주루사는 더 아쉬웠다.
박재현은 또 사과를 했다. 김도영은 “(홈런을 치고 들어온 뒤) 계속 미안하다고 하더라. 자기 딴에는 나한테 도움이 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짐작했다. 김도영은 박재현이 자신에게 타점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의식하는 것 같다고 후배를 감쌌다. 김도영은 박재현의 어머니로부터도 그런 박재현의 진심을 전해 들었다면서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한 표정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주루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박재현의 플레이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결과만 보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질책을 하면 선수의 플레이가 위축된다. 그 트라우마가 남은 이후 생각하는 베이스러닝을 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멈춰 서게 된다. 김도영이 “나한테 미안해하지 말라. 도움이 되려고 하다 한 실수니 상관이 없다. 그런 것을 생각하지 말라”고 박재현에게 오히려 조언을 한 이유다.
“나였으면 그냥 안전히 2루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도영도 “결과론인 것 같다. 살았으면 정말 잘한 플레이다.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플레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쌌다. 하지만 “그러면서 배우는 게 있다”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다. 무조건 잘못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후배가 그 플레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길 바랐다. 김도영에게도 다 그런 시절이 있었고 과욕이 실수로 이어진 플레이도 있었다. 김도영으로부터 박재현에게로, 또 그 다음의 누군가에게 이어질 좋은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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