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70일' 이소희, 최고령 챔피언 등극…金·銀·銅 모두 품은 역대 9번째 대기록 작성→'나이를 잊은' 전설, 제2의 전성기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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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1994년생 베테랑' 이소희(인천국제공항)가 세계 배드민턴 연감에 자신의 이름을 선명히 새겼다.
만 32세 70일. 역대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정상에 오른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챔피언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소희의 나이를 잊은 투혼을 앞세운 한국은 31년 만에 여자복식 세계선수권 정상을 탈환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아울러 이 종목 세계랭킹 2위 '점프'도 유력시된다.
백하나-이소희 조는 23일(한국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류성수-탄닝(중국) 조를 2-0(21-16 21-15)으로 완파했다.
1995년 길영아-장혜옥 이후 31년 만에 나온 한국 여자복식 세계선수권 금빛 질주였다.
이날 가장 빛난 이름은 이소희였다.
배드민턴 통계 전문 'BadmintonRanks'는 결승 직후 "이소희가 32세 70일의 나이로 여자복식 월드챔피언십 최고령 챔피언이 됐다"며 "2015년 천칭(중국)의 기록인 29세 11일을 넘어선 놀라운 기록"이라고 조명했다.
'나이를 잊은 전설'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이소희는 이번 우승으로 의미가 적지 않은 금자탑 하나를 더 쌓아 올렸다.
세계선수권 여자복식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획득한 역대 9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이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가오링, 장지웬, 장야원, 왕샤오리, 위양, 자오윈레이 등 기라성 같은 중국 레전드들과 1983년 이 대회 우승자인 영국의 노라 페리뿐이다.
아울러 'Statminton'에 따르면 이소희-백하나는 뉴델리 대회 우승으로 여자복식 랭킹 포인트 10만2334점을 쌓아 후쿠시마 유키-마츠모토 마유(일본·9만7006점)를 제치고 이 종목 세계 2위로 올라선다.
결승전은 이소희 노련미가 돋보인 경기였다.
상대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석권한 현 세계랭킹 1위 류성수-탄닝 조.
특히 175㎝의 장신인 류성수는 세계 최정상급 파워 스트로크를 자랑하는 여자복식 대표 '호걸'로 꼽힌다.
하나 이소희는 영민했다. 무리하게 힘으로 맞서지 않았다.
최고 수준 수비력을 자랑하는 중국 페어를 상대로 드롭샷을 활용해 경기 속도를 조절했고, 상대 공격 타이밍을 꾸준히 빼앗았다.
백하나의 날카로운 직선타와 이소희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맞물리면서 한국은 초반부터 흐름을 가져갔다.
한국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5연속 득점을 몰아쳐 기선을 잡았다(5-0).
이후에도 백하나 직선 공격과 탄닝 직선타 실책 등을 묶어 8-4로 점수 차를 벌렸다.
중국 콘셉트는 명료했다. 전위에서 175cm의 장신 류성수가 맹공을 몰아쳤다.
끈질긴 수비로 '버티기'에 성공한 뒤 앞쪽에서 류성수가 내리꽂듯 빈곳을 공략하는 전략이 유효했다.
4-8, 5-9에서 푸시 득점이 대표적이었다.
한국은 하이 클리어로 응수해 상대 전진을 틀어막았다.
9-6에서 뒤쪽으로 길게 길게 셔틀콕을 보내던 백하나가 탄닝과 1대1 승부에서 결대로 밀어치는 '몸쪽 승부'로 포효한 뒤 이어진 포제션서도 기습적인 푸시로 첫 인터벌을 앞선 채 돌입했다(11-6).
이소희는 후위에서 강공을 자제했다. 세계 1위 페어 '그물망' 수비력을 선명히 인지했다.
드롭샷을 주로 구사하며 적 타이밍을 흩트려 놓는 데 집중했다.
11-6, 12-7에서 류성수 클리어 실책 유도, 13-8에서 탄닝 직선타가 네트에 걸리는 등 '플랜A' 효과성을 여실히 증명했다(14-8).
14-9에서도 역시 상대 실책 2개를 묶어 연속 득점을 거머쥐었다(16-9).
작전이 통하고 있었다.
셔틀콕을 네트 앞쪽으로 짧게만 떨구지 않으면 힘이 좋은 류성수 공격은 나오지 않았고 백하나-이소희 사이로 들어오는 대각 공격 또한 한국 페어는 견실히 받아쳤다.
16-10에서 재차 중국 턴오버를 유도한 한국은 그러나 17-10에서 작은 위기를 마주했다.
이날 첫 4연속 실점을 헌납해 '추격 불씨'를 허락했다(17-14).
하지만 이후 백하나 직선타가 네트를 맞고 넘어가는 행운의 득점이 2차례나 이어졌다.
17-14, 18-15에서 '승리 요정'이 숨을 고르게 해줬다(19-15). 중국 벤치는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한중 듀오의 셔틀콕 주고받는 소리만 코트에 울리던 순간 이소희 클리어에 류성수 반응이 반박자 늦었다(20-15).
이어진 공방에선 백하나 직선타가 라인에 절묘히 걸치면서 한국이 첫 게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21-15).
2게임은 팽팽했다.
4-4에서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한국이 3연속 득점으로 코트 흐름을 손에 쥐었다(7-4).
류성수 경기력이 평소답지 않았다. 4-5에서 맘먹고 때린 강공이 뒷선을 벗어나고 5-8에서 수(手)가 보이는 연속된 드롭샷으로 이소희의 절묘한 클리어 점수를 헌납하는 등 전반적으로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 모습을 드러냈다(5-9).
한국은 '드라이브 싸움'을 철저히 자제했다. 앞쪽으로 짧게 붙이거나, 뒤쪽으로 길게 보내는 랠리 공방으로 상대 장점을 봉쇄했다.
한국이 흐름을 탔다. 9-5에서 백하나가 탄닝이 반응할 수 없는 강한 푸시, 10-7에서 류성수 직선타 실책이 나와 다시 한번 앞선 채 두 번째 휴식을 취했다(11-7).
인터벌 후 잠시 흔들렸다. 3연속 실점으로 13-12까지 바투 쫓겼다.
이때 중국이 자멸 양상을 띠었다. 이날만큼은 한국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된 류성수가 실책 2개를 범했고 여기에 이소희 대각 공격, 백하나 푸시를 묶어 5연속 포인트를 휩쓸었다(18-12).
여실한 한국의 페이스였다.
18-12에서 '가운데'를 파고든 탄닝 공격에 실점하긴 했으나 이후 류성수 공격이 뒷선을 넘겼다(19-13).
여자 복식 세계 최고의 파워 스트로크를 자랑하는 류성수는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전위에서 푸시 실책을 범했다. 한국이 20-13으로 챔피언십 포인트에 도달했다.
한국의 우승 쐐기포는 '이소희 직선타'였다. 20-15에서 이소희 직선 공격을 받아친 류성수 클리어가 '또다시' 네트에 맞고 제 코트에 힘없이 가라앉았다.
이로써 한국은 역대 2번째이자 31년 만에 올림픽 다음으로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월드 챔피언십에서 포디움 맨 위 칸에 입성하는 역사적 쾌거를 이룩했다.
이소희가 이날 써 내려간 발자취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세계선수권 최고령 여자복식 챔피언과 이 대회 금·은·동메달을 모두 품은 역대 9번째 선수, 그리고 31년 만에 한국 여자복식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주역.
32살 베테랑이 뉴델리에서 완성한 기록들은 '롱런의 가치'를 명징히 보여주는 배드민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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