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은 은퇴했지만 이재한은 돌아온다…'시그널2'의 불편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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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지호 기자] 10년 만에 돌아오는 기대작이 반가움보다 불편함을 먼저 안기고 있다.
배우 조진웅의 과거 소년범 전력 논란으로 방송 여부가 불투명했던 '두번째 시그널'이 마침내 편성을 확정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복잡하다. 작품을 위해 땀 흘린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외면할 수 없다는 주장과 논란의 배우를 다시 화면에서 마주해야 한다는 거부감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tvN은 지난 6일 공식 입장을 통해 드라마 '두번째 시그널'(이하 '시그널2')을 오는 12월 7일부터 월화드라마로 방송한다고 발표했다. 총 8부작으로, 첫 방송일에는 1회와 2회를 연이어 선보이고, 다음 날인 8일에는 3회를 공개한다. 이후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한 회씩 방송할 계획이다.
당초 tvN 개국 20주년을 기념할 주요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시그널2'는 김은희 작가의 인기 드라마 '시그널'을 잇는 후속작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주연 배우 조진웅의 과거 행적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개 일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조진웅은 미성년 시절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배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문제는 조진웅이 '시그널2'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다. 그가 연기한 이재한 형사는 '시그널' 시리즈의 핵심 인물이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끝내 정의를 포기하지 않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논란의 딜레마가 더욱 선명해진다. 극 중 이재한은 누구보다 정의를 추구하는 인물인데, 그를 연기하는 배우에게 과거 범죄 전력 논란이 있다는 사실은 시청자에게 상당한 괴리감을 안길 수밖에 없다.
드라마와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의 도덕성이 곧 배우 개인의 인격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알려진 배우의 과거를 완전히 잊고 극 중 인물에게 몰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시그널'은 해결되지 않은 사건과 피해자의 고통을 조명하고,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인물들의 신념을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 온 작품이다. 그렇기에 정의와 책임이라는 드라마의 주제가 조진웅을 둘러싼 현실의 논란과 충돌하는 상황은 더욱 아이러니하다.
시청자들이 이재한의 정의로운 행동에 감동하면서도 배우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면, 작품이 의도한 메시지마저 온전히 전달되기 어려울 수 있다.
tvN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방송사는 "편성을 확정하기까지 조진웅의 출연 장면을 수정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며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극 중 인물을 다른 모습으로 대체하는 시험까지 진행했다"고 전했다. tvN은 "AI를 통한 인물 교체를 시도했지만 배우의 감정 표현과 장면의 연결,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전개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결국 해당 기술을 실제 방송에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조진웅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몇 장면을 삭제하거나 다른 인물로 바꾸는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조진웅 한 사람 때문에 작품 전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를 두고도 고민이 깊어진다.
'시그널2'에는 김은희 작가를 비롯해 수많은 배우와 제작진, 스태프의 시간과 노력이 담겨 있다. 촬영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 배우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한 제작진, 방송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관계자들에게 조진웅의 과거 행적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우는 것은 또 다른 불합리함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조진웅의 과거 논란과 무관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수행했을 뿐이다. 특정 배우의 문제로 인해 수많은 창작자의 결과물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잘못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돌아간다.
tvN이 작품 공개를 결정하면서 "'시그널2'가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닌 공동의 창작물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출연자의 개인적인 문제와 작품의 가치,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력은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 배우의 논란 때문에 다른 출연진과 제작진의 노력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작품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조진웅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시그널2'가 방송된다는 사실과 조진웅의 과거 행적이 용서받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거나 작품성을 인정받는다고 해서 배우 개인을 둘러싼 논란까지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오랜만에 돌아온 이재한 형사에 대한 향수와 애정이 조진웅 개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로 이어지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공동 창작물 전체를 포기해야 하는가. 작품을 공개하는 것이 논란의 배우에게 다시 대중 앞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가 되지는 않는가. 창작자의 권리와 시청자의 거부감 사이에서 방송사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tvN은 오랜 고민 끝에 작품 공개를 선택했다. 이제 그 결정에 대한 평가는 시청자들에게 넘어갔다.
다만 분명한 원칙 하나는 지켜져야 한다. '시그널2'의 방송은 작품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결정이어야지, 조진웅의 과거를 지워주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10년 만에 돌아오는 '시그널2'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가 아무리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더라도 현실에서 제기된 책임의 문제까지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정의로운 형사 이재한의 귀환을 반기면서도 그를 연기한 배우의 과거를 불편하게 바라봐야 하는 현실. 이것이 바로 '시그널2'가 방송 전부터 마주한 가장 뼈아픈 딜레마다.
시청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그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작품의 성공이 곧 배우 개인에 대한 용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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