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SPO 현장] 드디어 '2부 탈출', 승격 눈앞에서도 강등 기억 소환…이정효 독한 주문에 잔치 미루지 않았다 → 수원삼성 3년 만에 K리그1 복귀

작성일: 2026.11.08 16:03 조용운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스포티비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전술적인 주문은 기본이다. 운명의 날을 맞이한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이 유독 강조한 것은 기술이나 전술보다 마음가짐이었다. 

승격을 눈앞에 뒀다고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다. 선수들에게 과거의 아픈 기억까지 상기시키며 마지막 고비를 넘도록 채찍질했다. 단단한 주문은 결국 승격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수원이 마침내 1부리그 복귀를 확정했다. 8일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6 32라운드 용인FC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홈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승점 3점을 보태며 기다렸던 승격의 순간을 맞았다.

20승 6무 4패, 승점 66점. 수원은 2위 수원FC(승점 60점)와의 간격을 6점으로 벌리며 다음 시즌 K리그1 무대를 밟게 됐다. 이제 시선은 우승으로 향한다. 정상 등극을 위한 매직넘버도 단 1만 남겨 다음 라운드에서 또 한 번 축포를 터뜨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 전만 해도 수원에 필요한 것은 승격을 자축할 준비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일이었다. 무승부만 거둬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정효 감독은 안일한 계산을 경계했다. 선수단에 강등의 기억을 되짚게 한 것도 그래서였다.

이정효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홍)정호와 (고)승범이처럼 우승을 경험해 본 선수도 있지만, 기존에 우리 팀에 있던 선수들은 우승 경험이 없고 강등만 당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너희처럼 실패한 선수들은 느슨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정신적으로 잡아줬다"고 덧붙였다.

승격을 눈앞에 둔 선수들이 자칫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상대의 경험과 경기 성향도 경계했다. 이정효 감독은 "오늘은 멘털이 중요하다. 용인은 경험 있는 선수들이 많고 이런 경기를 많이 치러봤기 때문에 힘으로 찍어 누르려 할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강하게 하자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수원의 출발은 매끄럽지 않았다. 선수들의 의욕은 넘쳤지만 패스가 번번이 끊겼고, 공격 전개 과정에서도 실수가 이어졌다. 상대 진영으로 공을 운반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좀처럼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기다리던 첫 골도 전반 33분 세트피스 상황에서야 나왔다. 두비츠카스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무거웠던 흐름을 바꿨다.

전반에만 부상자가 두 명이나 발생하는 돌발 상황도 수원을 괴롭혔다. 그러나 흔들릴 수 있는 순간에도 승격을 향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에는 르본이 환상적인 득점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전부터 강조했던 정신적인 무장이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 셈이다. 

수원은 2-0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3년 만의 K리그1 복귀를 완성했다. 이정효 감독에게 승격은 처음 맞이하는 성취가 아니다. 2022년 광주FC 지휘봉을 잡은 첫해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동시에 이뤄냈고, 이듬해에는 K리그1 3위라는 성적표까지 받아 들었다. 이번에는 수원에서 첫 시즌 만에 승격을 이끌었다. 팀의 이름은 달라졌지만, 부임 첫해 승격이라는 결과는 다시 한번 그의 지도력을 증명했다.

이정효 감독은 승격에만 만족할 리 없다. 수원이라는 구단이 짊어진 기대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팬들은 경기마다 청백적 우산을 흔들며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이날도 2만3135명의 팬이 수원의 승격을 현장에서 바라봤다. 이 염원에는 1부리그 복귀를 넘어 다시 정상에 서기를 바라는 꿈이 담겨 있다.

이정효 감독은 "오늘 승격하면 다음에는 우승을 바라실 것이다. 1부리그에서는 잔류를 원할 테고, 잔류하면 아시아 무대 진출을 기대할 것"이라며 "수원은 그런 팀이다. 항상 그런 기대치에 맞추고, 넘어서려고 우리 선수들과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격을 확정한 날에도 이정효 감독의 시선은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해 있었다. 선수들에게 강등의 기억을 꺼내 보인 것은 과거에 머물라는 뜻이 아니었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계하되,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라는 주문이었다. 

3년의 기다림 끝에 돌아온 수원은 이제 K리그1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