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없는 매트에 활짝 핀 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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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정상권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 5위에 올랐고 지난해 터키 세계선수권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개인종합 4위를 차지했다.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 12연속 메달 획득의 성과도 올렸다. 또한 지난해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문가들도 손연재가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니어 초기 시절부터 국제대회에 본격적으로 출전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시니어 1~2년 차에는 국제대회 10위권 진입이 목표였고 어느덧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리듬체조 강국 선수들과 메달 경쟁을 하는 위치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어느덧 손연재는 스무살을 넘었다. 리듬체조는 선수 본인의 철저한 관리와 체계적인 트레이닝으로 20대 중반까지 현역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손연재가 더 이상 국제대회에서 ‘어린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역 최강인 야나 쿠드랍체바(18)와 마르가리타 마문(20, 이상 러시아)은 물론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은 모두 손연재보다 어리다.
리듬체조 선수는 오랫동안 현역 생활을 하면 발목과 허리 무릎 그리고 고관절 등에 무리가 온다. 손연재는 예전부터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안고 있었다. 이달 초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종목별 결선 후프 종목에서 손연재는 왼쪽 발목을 다쳤다. 남은 종목을 모두 포기한 그는 국내로 들어와 치료와 훈련을 병행했다.
18일 열린 국가대표 1차 선발전(2015 제천 아시아선수권,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손연재의 연기를 보는 관계자들의 시선은 불안했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연재는 발목 부위에 테이핑을 하지 않고 월드컵대회와 차이가 없는 난도를 수행했다. 리본에서 잔 실수가 나왔지만 후프와 볼 곤봉에서는 모두 18점대를 돌파했다.
19일 진행된 2차 선발전에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손연재 측은 발목 부상이 악화됐다며 대한체조협회에 진단서를 제출했고 결국 추천 선발로 태극 마크를 유지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지만 이틀 연속 경기를 소화한 선수들과 형평성 문제로 논란이 일어났다.

손연재가 출전하지 않은 국내 대회는 그동안 '앙코없는 찐빵'이었다. 그러나 손연재가 없는 매트에 꽃이 피어났다. 주니어 시절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던 천송이(18, 세종고)가 마침내 포텐셜을 터뜨렸다. 천송이는 이번 선발전 1차 점수(63.800)와 2차 점수(61.450)를 합친 최종합계 125.250점으로 1위에 올랐다. 현 국가대표인 이다애(21, 세종대)는 122.150점으로 그 뒤를 이었고 이나경(17, 세종고, 118.650)은 3위에 올랐다.
체조계의 고민은 '손연재 이후의 한국 리듬체조'였다. 손연재와 다른 선수들의 수준 차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천송이는 손연재가 출전한 1차 선발전에서 63.800점을 받았다. 72.100점을 기록한 손연재와의 점수 차는 무려 8.300점이었다.
천송이는 지난해 국가대표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아시안게임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한 그는 1년 동안 파워와 체력을 기르며 각종 루틴과 난도를 향상시켰다. 1년 후를 대비해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했고 마침내 사막 같은 매트에 '천송이 꽃'을 피웠다.
그러나 천송이의 과제는 수두룩하다. 각 종목 점수가 17점을 넘어야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아직 천송이의 점수는 16점과 15점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천송이의 최대 장점은 173cm의 큰 키다. 국내 선수로는 드물게 키가 큰 것은 물론 양 팔과 다리도 길다.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 천송이는 힘을 기르고 체력을 쌓는데 초점을 맞췄다. 천송이는 "내 몸이라서 그런지 장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내 단점만 보인다. 주변의 선생님과 선수들은 키가 큰 것이 장점이라고 말씀해주신다"며 "큰 신장을 살리기 위해 유연성과 힘이 필요했다. 몇 개월동안 체력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덧붙었다.
좋은 본보기가 된 선배 손연재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천송이는 "(손)연재 언니가 국제대회에서 너무 잘해주고 우리들을 이끌어준다. 연재 언니 밑의 선수들도 중요하니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국내 리듬체조의 간판으로 활약해온 손연재는 체계적인 부상 관리가 절실한 시기다. 손연재의 2차 선발전 불참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내년 리우올림픽을 대비하려면 예전보다 한층 철저한 자기관리와 체계적인 부상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천송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대회 경험이다. 현재 국제대회에서 천송이의 존재감은 미비하다. 이번 선발전에는 총 9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손연재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선수층은 탄탄하지 못하다. 협회 및 리듬체조 관계자들은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손연재가 없는 한국 리듬체조'를 지금부터 설계해야 한다.
[사진] 손연재 천송이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영상] 국가대표선발전에서 활약하는 천송이 ⓒ SPOTV NEWS 배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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