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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스승' 니폼니시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남긴 메시지

작성일: 2017.06.15 09:0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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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폼니시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57승 38무 53패.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이 당시 부천 유공 그리고 부천SK를 지도하며 남긴 성적이다. 우승은 1996시즌 아디다스 컵 우승이 유일하다. 그러나 니폼니시 감독이 한국 축구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았다. 이른바 '니포 축구'로 불리며 패스와 조직력을 강조한 공격 축구로 K리그에 변화를 몰고 왔다. 1998시즌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났던 니폼니시 감독이 부천FC1995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선생. 사전적으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또는 학예가 아주 뛰어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선생'을 뜯어보면 먼저 선(先)과 날 생(生)의  조합이다.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먼저 태어난 사람 또는 먼저 앞서 간 사람을 뜻한다.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은 단순한 축구 감독을 넘어 축구와 인생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축구는 물론 인생에서도 앞서 살아가면서 얻은 지혜를 나누는 선생이었다.

니폼니시 감독은 지난 11일 3박 5일의 일정을 마치고 러시아로 돌아갔다. 그는 "러시아에서 할 일이 있어 방문 기간이 짧아졌다"며 아쉬워했다. 2016년 톰 톰스크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전임 감독 자리는 맡고 있지 않다. 러시아 내 나이키 프로젝트에서 감독을 맡고 있지만 2달 정도 일하는 ‘아르바이트’라고 했다.

니폼니시 감독이 축구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다져온 생각들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논의에 단초가 될 수 있었다. 비행기로 10시간이 걸리는 먼 곳에서 온 니폼니시 감독은 오히려 ‘판’ 밖에 있어 새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니폼니시 감독은 “다시 만나게 돼서 감사한다. 여러분에게 행운과 건강이 있길 바란다. 여러분의 학업에, 사업에, 가정에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라며 한국 축구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덧붙여 “한국 축구 발전하길 바랍니다. 저는 먼저 러시아에 돌아가 한국 대표 팀을 기다리겠습니다”라며 한국 대표 팀이 러시아 월드컵에 진출하길 기원했다. 거의 20년 만에 돌아온 니폼니시 감독은 여전히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 프로 축구의 존재 목적: 팬을 위해 존재한다

"선수들에게 '나를 위한 축구를 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축구는 스탠드에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K리그의 위기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중은 2012년 실관중 집계를 시작한 뒤 평균 관중 7500명에서 8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북 현대, FC서울 등 기업 구단의 경우 1만 명 이상의 관중을 기록하기도 한다지만 몇몇 시도민 구단들의 경우는 5000명이 채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 시즌에도 13라운드까지 마친 가운데 평균 관중은 7631명이다.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K리그를 누비는 선수는 물론이고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은 존재 목적을 기억해야 한다. '축구 선수'가 직업이 될 수 있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관중을 즐겁게하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니폼니시 감독은 "11명 좋은 축구 선수가 있어도 스탠드가 비면 무슨 의미가 있나. 팬들이 올 땐 재미와 흥미가 있어야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폼니시 감독이 패스를 위주로 공격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는 이유다.

현실적인 문제는 인정한다. 승리하지 못하는 팀은 인기를 잃는다. 더구나 인기를 잃기 전에 지도자는 자리를 먼저 잃게 될 것이다. K리그에 수비를 먼저 튼튼히 하는 팀이 많은 이유다. 'K리그는 수준이 떨어지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만에 찾은 경기장에서 수비만 하다가 0-0으로 마치는 경기를 봤다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골이 무작정 터지는 난타전이 좋은 축구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K리그는 빠르고 공격적이야. 팬들을 위한 구단들의 배려도 좋아"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

▲ 손녀 딸과 한국을 찾은 니폼니시 전 부천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지도자의 존재 목적: 승리 외의 가치도 있다

지도자들은 성적의 압박에 시달린다. 니폼니시 감독도 "감독은 현실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90분 후엔 결과를 받아들기 때문"이라며 인정했지만, 그는 분명히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하고, 보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중 뿐 아니라 선수도 즐거워야 한다. 그리고 축구 선수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공도 중요하다. 지도자는 단기적 성공이 아니라 축구계 전체의 성공을 위해 승리와 함께 다른 가치도 함께 좇아야 한다.

"일단 1,2부 리그 체계를 갖추면서 프로 선수 숫자가 늘었다. 그러나 선수 뿐 아니라 인프라 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지금 러시아 해설자로 활동하고 협회에서도 일을 하는데, 러시아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모색을 하고 있다. 유소년 축구가 중요하다."

팬들을 위한 축구가 현재 K리그가 팬들을 위해 다가가려는 시도라면, 유소년 축구는 미래를 향한 투자다. 유소년부터 축구를 시작한다고 해서 모두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소년부터 체계적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K리그의 수준을 높일 것이다. 니폼니시 감독은 고 강조했다. 승리에 매몰되지 않고 선수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소년 지도자가 생각해야 할 것은 축구 선수 개인을 만드는 것이지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자유를 줘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최윤겸 강원FC 감독은 10일 스승인 니폼니시 감독을 만나기 위해 부천종합운동장을 찾아왔다. 그는 "너무 뵌지 오래됐다. 일찍 오지 못해 죄송하다. 정말 반갑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니폼니시 감독 부임부터 코치로 활동했다. 1997년 당시 부천SK는 꼴찌를 차지하는 등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애틋한 사제의 정은 '성적'이 만들어 준 것은 아니었다.

# 언론의 존재 목적: 축구계의 동반자로서 언론

니폼니시 감독은 언론의 임무도 강조했다. 그는 "팬들의 의견을 팀에 운영하고 있는 구단 관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감독이 전체에게 설명할 수 없으니 기자를 거쳐 전달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널리스트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구단의 이야기를 팬에게 전하고, 팬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니폼니시 감독은 "비판하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사명"이라고 말하면서도 "지적할 땐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폼니시 감독은 "감독-기자 관계는 방향이 비슷하고 협업이 돼야 한다. 축구에 종사하는 기자, 감독 모두 전문가로서 사명을 다해야 한다. 서로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자의 임무는 다르지만 축구를 사랑하고 발전을 위한다는 목표는 갖는 동반자다. 니폼니시 감독은 언론을 때로 비판하면서도 협력하는 존재라고 봤다. 

스포츠 저널리즘은 분명히 존재한다. 사실을 따라가는 취재 능력, 종목에 대한 이해, 선수와 관계자에 대한 존중 등 스포츠 기자로서 덕목은 분명히 존재한다. 스포츠의 특성 때문에 언론도 흥미 위주의 기사가 자주 흘러나오곤 한다. 축구계의 동반자이자 전문가인 언론인이라면 곱씹어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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