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PG를 넘어 위대한 1번으로’, 막 올린 커리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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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는 높이 싸움’ 편견 깨트린 조던의 위대함
조던이 두 번의 3연패를 거두는 동안 함께했던 빅맨은 크게 4명이다. 빌 카트라이트, 호레이스 그랜트, 데니스 로드맨, 룩 롱리 정도가 있다. 모두 좋은 빅맨들이긴 했으나 최고의 로포스트 자원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선수들이었다. 농구가 ‘높이 싸움’이라고 본다면 다소 불리한 여건으로 볼 수 있다.
코비 브라이언트도 샤킬 오닐이 떠난 이후 파우 가솔을 만나기 전까지 봄농구에서 고전했다. 폴 피어스도 케빈 가넷이란 걸물과 호흡을 맞추기 전까지는 ‘침묵의 봄’을 보냈다. 제이슨 키드도 더크 노비츠키라는 리그 역사상 최고의 스트레치 빅맨과 조우하고서야 첫 우승 반지를 손에 낄 수 있었다.
그만큼 농구는 높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A급 빅맨의 존재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조던이 이뤄낸 ‘센터 없는 우승’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었는지 우회적으로 알 수 있다. 조던은 그리 강하지 못한 빅맨진으로 팀을 연속 우승 반열에 올려놓은 유일무이한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 조던과 커리의 ‘평행이론’, 유전자를 이어받은 슈팅
커리의 로포스트 파트너 앤드루 보거트와 드레이먼드 그린은 카트라이트, 그랜트가 연상되는 ‘쏠쏠한 수비형 빅맨’들이다. 이따금 공격에서도 훌륭한 기여를 보여준다. 그러나 한계가 명확한 선수들이다. 커리는 이들을 이끌고 골든스테이트를 ‘67승팀’으로 가꾸어냈다. 2006-2007시즌 댈러스 매버릭스 이후 8년 만에 나온 진기록. 시즌 전 대략 10년 주기로 탄생하는 67승팀의 주인공이 골든스테이트가 될 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커리는 역대 포인트가드 가운데 가장 탁월한 슈팅 정확도를 갖춘 선수로 꼽힌다. 올 시즌 필드골성공률 48.7% 3점슛 성공률 44.3% 자유투 성공률 91.4%를 기록했다. 슈팅 하나만큼은 당대 최고로 꼽혔던 아버지 델 커리보다 뛰어난 수치다.
최고의 슈팅머신을 판별하는 기준에 ‘180클럽’이란 게 있다. 필드골, 3점슛, 자유투 성공률이 각각 50-40-90% 이상을 기록한 선수를 가리킨다. 올해 커리는 필드골에서 아쉽게 1.3% 모자라 180클럽에 가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커리는 리딩에만 전념하는 정통파 포인트가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커리만큼 폭발력을 갖춘 선수가 이 정도 성공률을 보인다는 건 상대 수비에게 악몽이다. 이번 시즌 그의 평균 득점은 23.8득점. 올 시즌 정확도와 폭발력을 모두 갖춘 최고의 요격기는 ‘무적의 황금전사’ 커리였다.
▲ 전통을 거부한 신개념 PG
커리는 플레이메이킹과 패싱에 치중했던 전통적인 1번상에 반기를 든 선수다. 그는 새로운 포인트가드 모델을 제시했다. NBA는 보수 성향이 강한 리그다. 2000년대 제이슨 윌리엄스나 90년대 케빈 존슨, 팀 하더웨이 등은 ‘스코어링 1’ 성향의 가드들이었다. 이들은 곧잘 동시대 맞수들보다 한 수 아래 평가를 받았다. 팀 승리보다 개인 성적에 더 신경 쓰는 1번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는 곧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는 사령관이란 편견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화려한 패서’ 이미지가 강했던 윌리엄스는 드래프트 동기 마이크 비비와 안드레 밀러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언론은 “(백업 1번인) 바비 잭슨이 미덥지 못하다면 차라리 디박에게 리딩을 맡기는 게 나을 것”이라며 촌평했다. 현재 조아킴 노아의 원조로 불리는 ‘포인트센터’ 블라디 디박의 BQ가 훌륭하기는 했으나 팀 내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고 있던 윌리엄스에게는 다소 가혹한 질타였다.
존슨과 하더웨이도 제이슨 키드, 게리 페이튼은 물론 에이버리 존슨과 마크 잭슨보다도 못한 평가를 듣곤 했다. 페이튼을 제외하면 모두 점프슛 능력은 부족하나 최고의 게임리딩 능력을 갖췄던 클래식 포인트가드들이었다. 사실 페이튼도 통산 30%대의 3점슛 성공률과 70%대 자유투 성공률을 기록한 무난한 슈터였다. 전문가들은 ‘득점 먼저, 패스는 그 다음(Score first, Pass second)’을 추구하는 1번에게 냉혹했다.
그러나 커리는 소속팀 골든스테이트를 67승으로 이끌었다. 67승은 워리어스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승수다. 빼어난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동시에 이룬 ‘코트 위 감독’이 바로 커리였다. 그는 신개념 포인트가드의 명확한 정의를 몸소 구현했다.
앞서 말했듯 NBA는 보수 성향이 짙다. 커리는 1959-1960시즌 윌트 챔벌레인(당시 필라델피아 워리어스)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MVP를 받은 워리어스 선수가 됐다. NBA 기자와 해설가, 칼럼니스트 등 130명으로 구성된 투표인단은 팀 성적이 받쳐주는 20득점-7어시스트-2스틸 가드를 외면할 수 없었다. 4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득점왕’ 러셀 웨스트브룩, ‘두려운 털보’ 제임스 하든과 큰 격차를 보이며 수상했다. 2위 제임스 하든과 1위표에서 4배 이상 격차가 나는 완벽한 승리였다.
올 시즌 3점슛 286개를 터트리며 자신이 2년 전 세웠던 한 시즌 개인 최다 3점슛 기록을 경신한 커리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7경기에서 평균 28.4점 6.8어시스트 1.4스틸을 쓸어담는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특히 2라운드 1차전까지 5연승을 거머쥐는 동안 커리는 평균 31.4득점 7.2어시스트를 올렸다. 서부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골든스테이트는 1라운드에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를 4연승으로 따돌렸다. 2라운드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기 전까지 이들의 승승장구를 막아낼 팀은 없어 보였다.

올봄 커리가 가장 빛난 경기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 3차전. 골든스테이트가 뉴올리언스 원정에서 희대의 역전극을 연출한 경기다. 4쿼터를 시작할 때 점수 차는 20점이었다. 슈퍼스타의 필수 덕목인 ‘클러치 본능’이 커리에게도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커리는 경기종료 17초 전 역전 드라마의 예고를 알리는 3점슛을 성공시켰다. 2.7초를 남긴 상황에서는 역전 3점슛을 집어넣어 훗날 두고두고 입에 오를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조던의 ‘The Shot’, 레지 밀러의 ‘밀러 타임’, 폴 피어스의 ‘내가 경기를 끝냈다(I called the game)’ 등 슈퍼스타로 기억되는 선수들에게는 항상 ‘이야기’가 있다. 앤서니 데이비스가 조연을 맡은 ‘뉴올리언스 대역전극’은 커리의 NBA 극장 첫 번째 이야기로 소개될 가능성이 크다.
2라운드 1차전에서도 커리의 ‘타짜 본능’은 계속됐다. 3쿼터 7분경 골든스테이트의 빅맨 콤비 그린과 보거트가 파울 관리에 실패해 벤치로 물러났다. 마크 가솔, 잭 랜돌프가 건재한 멤피스 빅맨진을 생각하면 남은 17분은 분명 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타짜에게 위기는 곧 기회였다. 커리가 곧바로 3점슛을 림에 꽂으며 점수 차를 20점으로 벌렸다. 상대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영양가 만점의 외곽포였다.
이어진 2차전과 3차전에서 커리는 마이크 콘리, 토니 알렌, 제프 그린, 코트니 리의 거친 수비에 고전했다. 멤피스는 랜돌프와 가솔까지 ‘커리 봉쇄’에 가담하며 그의 폭발력을 떨어트리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양 팀의 높이 싸움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창(멤피스)과 방패(골든스테이트)의 대결 양상이다. 그만큼 4승 선점의 향방은 백코트 싸움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멤피스가 왜 리그 최고의 화력을 지닌 커리 수비에 전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패 뒤 2연승으로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골든스테이트는 ‘5월 농구’ 첫 위기를 맞았다. 현재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예상치 못한 고전에 시달리고 있다. 멤피스에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주도권을 내준 상태. 특히 3차전에서는 골 밑 싸움에서 밀리며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커리도 비록 23점을 올리기는 했으나 4쿼터에 단 2득점으로 묶이면서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MVP의 자존심을 다쳤다. 커리의 최대 장점인 3점슛도 이날 성공률 20%에 머물렀다. 여러모로 풀리지 않는 게임이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4차전에서 다른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커리는 코비의 뒤를 이을 NBA 차세대 아이콘이다. 과연 그는 지금의 ‘2라운드 위기’를 극복하고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본래 역사의 현장에는 혼돈만이 존재한다. 당사자들은 잘 모른다. 시간이 많이 흘러야 그때 그 장소가 역사적인 시간이었으며 공간이었음을 지각할 수 있게 된다. 커리는 클래식 포인트가드만이 팀에 승리를 안겨준다는 전문가들의 편견을 깨부쉈다. ‘새로운 포인트가드 모델’을 제시하며 현대 농구에 작은 이정표를 세웠다. 이미 한 줄의 역사를 쓴 것이다. 좋은 가드에서 위대한 야전사령관으로 진화한 커리는 ‘2015년 봄의 오라클아레나’가 ‘커리 왕조’의 서막이었음을 팬들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 시간이 조금 흐르면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커리는 또 한 번 새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사진] 스테판 커리 ⓒ Gettyimages
[영상] 골든스테이트 VS 뉴올리언스 (4.24) ⓒ SPOTV NEWS 편집 박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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