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베트남 원정'서 K리그가 배워야 할 '축구의 숨은 가치들'
작성일: 2017.08.01 06:0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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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올스타는 29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 기념 2017 K리그 올스타전 베트남 대표팀과 경기에서 0-1로 졌다.
경기 외적으론 만족스러운 것을 찾기 어려운 경기였다. 진지한 베트남과 휴식기를 쪼개 나온 K리그 올스타의 경기는 애초부터 성사되지 말아야 할 경기였는지도 모른다. 선수들은 치열한 순위 경쟁 가운데 베트남까지 날아가 경기를 치러야 했다.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없었고, 몸을 사려야 했고, 체력도 몽땅 쏟을 수가 없어 경기력은 저조했다. 패배를 떠안아 괜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오랫동안 동남아시안게임을 준비했던 베트남은 경기 내용에서 급조된 'K리그 올스타'를 압도했다. K리그 올스타가 자존심은 구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베트남과 경기에서도 배울 점이 있었다. K리그에선 오히려 눈에 쉽사리 띄지 않았던 '축구의 본질적인 요소'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1. 동기부여와 승리욕, 리그가 가장 뜨겁다
K리그 올스타가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의욕'의 차이였다. 한창 K리그를 치르는 중에 베트남, 그것도 22세 이하(U-22) 대표 팀과 경기를 치렀다. 대체 무엇을 위한 경기였는지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알기 어려웠다. '축제' 올스타전을 치르러 와서 A매치처럼 경기를 치러야 할 분위기가 돼 버렸다.
반대로 베트남은 동남아시안게임 출정식을 겸했다. 출정식에선 기세도 올려야 했고, 선수들도 '한 수 위'라고 여겨지는 한국의 선수들을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끝까지 한국 선수들을 따라붙으며 자신들의 경기력을 점검하려고 했다.
자세의 차이가 곧 경기력 차이로 나왔다. K리그 올스타는 공수 간격이 넓게 벌어지고, 느슨한 맨마킹으로 수비적 약점을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한 발짝 더 뛰어야 할 동기부여가 사실상 없는 상태였다. K리그,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지키라는 말로는 선수들을 뛰게 만들 수 없었다.
축구장에서 주로 드리블, 속임 동작, 주력, 헤딩 등 기술적, 신체적 능력이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축구에서 중요한 한 가지 요소는 정신력이다. 승리하려는 욕구가 경기력을 결정한다. 이미 정신력, 투혼 같은 말은 구시대의 단어로 여겨지지만 여전히 축구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팀과 타의에 의해 피치에 선 팀과 경기력에서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K리그가 재미있는 이유는 우승을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의미가 더해진다고 해도, 결국 가장 즐겁고 치열한 경기는 우리 곁에 있는 'K리그'에서 벌어지기 마련이다. 당장 2일부터 K리그가 재개된다.
2.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조직력의 중요성
베트남은 두 줄로 수비 라인을 세우고 조직적인 수비를 펼쳤다. 개인기가 뛰어난 한국 선수들을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언급한 대로 선수들의 투지가 더해지면서 베트남은 견고한 수비를 구축했다.
반대로 K리그 올스타는 투박했다. K리그 올스타는 1시간 정도 훈련을 한 뒤 경기장에 나섰다. K리그 올스타가 유난히 부진했던 경기를 펼친 이유다.
현대 축구는 끊임없이 조직화되고 있다. '원맨 팀'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최소 '뛰어난 선수'를 조직적으로 보좌할 정도는 돼야 한다. K리그 올스타는 시간 부족 속에 이렇다 할 조직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하다 못해 '뻥 축구'를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공을 연결할지, 누가 공을 받으러 갈지는 정해야 한다. 나름의 조직력을 갖추는 일을 1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지도자는 없다. 어떤 감독이든 시즌 전 팀을 천천히 만드는 것은 나름의 '약속'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K리그 올스타는 수비에서 단번에 남겨주는 긴 패스나 측면 개인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공격을 펼쳤다. 지나치게 단순했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공격 방식이기도 했다. 베트남도 점차 한국이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충분히 대비하고 경기를 운영했다. 조직적인 베트남과 개개인이 움직였던 K리그 올스타. 경기력의 차이는 당연했다.

3. 응원, 팬들의 중요성
경기장 분위기도 한 몫했다. A 대표 팀의 경기도 아니건만 미딩 경기장엔 수많은 팬들이 찾아왔다. 베트남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할 때마다 환성이 쏟아졌다. 베트남 선수들도, 팬들도 즐거웠을 것이다. 축구 선수들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K리그 올스타는 자신들을 아끼는 'K리그 팬'들의 응원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이름은 K리그 올스타전인데 팬들의 응원은커녕, 베트남의 응원만 경기장을 울렸다. 상주 상무의 공격수 김호남은 지난 6월 FC서울전을 마친 뒤 "서울에만 오면 힘이 나는 것 같다"며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것이 행복이다. 팬들의 성원이 선수에겐 힘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관중이 많아 '뛸 맛'이 난다는 설명이었다.
'프로' 축구는 관중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경기장에 많은 관중이 들어차면 경기하는 선수들도, 지켜보는 관중들도 신이 난다. 또한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축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K리그 올스타 팀을 이끈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 K리그가 발전할 수 있는지를 다같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견을 밝히자면 너무 부정적이지 않고,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K리그를 사랑하는 팬 분들이 즐기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썩 좋지 않은 경기력에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K리그 저변 확대와 외국 진출이란 '방향'은 좋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매일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한국의 축구 팬이다. 집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는데, 손님부터 초대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올스타전'이란 '이벤트'를 즐긴 K리그 팬들이 없다는 것이 가장 뼈아픈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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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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