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이슈] 축구는 발전, 정치는 역행…이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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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소속 팀에서 경기를 뛴 두 선수가 '적성국 구단과 경기를 했다는 이유'로 국가 대표에서 퇴출됐다. 이란 국가 대표 마수드 쇼자에이(33)와 에흐산 하즈사피(27·이상 파니오니오스)가 그 주인공이다.
정치적 개입을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꾸준히 축구 주변을 멤돌고 있다. 축구도 결국엔 사람이 하는 일. 만남에 대한 여파는 이제 선수의 국가 대표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1차전 보이콧 했지만…"적성국과 경기를 해?" 이란의 주축 선수 퇴출
마수드 쇼자에이와 에흐산 하즈사피는 이란 국가 대표 유니폼을 벗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란 내부적으로 적으로 간주하는 '적성국' 이스라엘 구단과 접촉을 했다는 이유다.
두 선수는 지난 4일(이하 한국 시각)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차 예선 2라운드에 나서 나란히 풀타임을 뛰었다. 문제는 상대가 이스라엘 구단인 마카비 텔 아이브 였다는 것.
쇼자에이와 하즈사피도 문제를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 선수는 이스라엘 원정에서 열리는 1라운드를 '보이콧'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구단 측은 "클럽의 압박과 제제금에 직면 했지만, 둘은 뛰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1차전 결과는 좋지 않았다. 파니오니오스는 0-1로 지고 홈으로 돌아왔고, 쇼자에이와 하즈사피는 베스트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1차전 출전 거부는 참작되지 않았다. 결국 '국가 대표 퇴출'이라는 이란의 국가적 중징계를 맞게 됐다. 이란은 "다시 대표 팀에 소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시리아 알-카팁의 은퇴 선언, 그리고 복귀 이후 '딜레마'
축구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유망한 국가 대표 선수를 내몰기도 했다. 시리아 공격수 알-카팁(33)은 2012년 정치적 이유로 국가 대표 유니폼을 자진 반납했다.
고향인 카티아브를 폭격하고, 굶주리게 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그는 2017년 복귀하기까지 그는 활발히 뛸 수 있는 5년을 보이콧했다.

2018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다시 시리아 대표에 합류한 알-카팁은 주장 완장을 찼다. 지난 3월 한국을 상대해서도 풀타임을 뛰며 투지를 불태웠다.
문제가 해결돼 돌아온 건 아니다. 그는 대표 팀 복귀 후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5월 미국 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두렵다"는 말을 되뇌이며 언제 살해당할 지 모른다는 두려운 심경을 토로했다.
201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와 내전 속 시리아 축구는 '희망'으로 불린다. 하지만 동시에 그 투혼은 정부의 선전 무기로 사용되고 마는 상황이다. 민간인 폭격을 일삼는 정부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버리는 셈이다.
알-카팁은 개인 SNS로 하루에도 수 백개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가장 친구 마저도 그를 공격할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의 고민은 처음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서 5년이 지난 뒤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정치가 축구를 놓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은 개인 선택 아닌 '국가의 개입'...FIFA 어떤 결단 내릴까
정치적 이유로 선수의 대표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건 이란과 시리아가 같다. 하지만 다른 건 이란에선 국가가 나서 '개인의 기회를 박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란과 세계 축구 팬들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모하마드레자 다바르자니 이란 체육부 차관이 "(적성국을 상대로 뛴) 선수들을 국민들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이란 SNS는 정부의 개입을 비판하는 해시태그 '#NoBan4OurPlayers'로 빠르게 뒤덮이고 있다.
이제 시선은 FIFA를 향한다. 이란의 막무가내식 개입을 통제할 수 있는 건 FIFA 뿐이다. FIFA는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완벽한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규정을 가지고 있다. 앞서 쿠웨이트의 체육 관련 법률이 정부의 체육 단체 행정 개입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정됐을 때 FIFA는 쿠웨이트 축구협회 자격을 정지시켰다. 이후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시정 공지를 한 뒤, 기한을 어기자 국제 대회 출전 등을 불허했다.
정부의 직접 개입이란 면에서 사안의 복잡성이 있지만, 이는 FIFA 집행위원회에서 충분히 징계 논의를 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막바지인 상황에서 최종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이란은 이미 본선 티켓을 확보해 둔 상태. 당장 이란의 본선 티켓 박탈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란의 최종예선 9차전 상대는 한국이다. 오는 31일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그 안에 결론이 날 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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