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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CRITIC] 김영권 사태의 진실…대표팀 주장만큼 언론도 신중해야 한다(영상)

작성일: 2017.09.02 14:51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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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글 한준 기자, 영상 배정호 기자] 이란전은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남겼다. 오랫동안 3만 이상의 관중을 모으지 못하며 기대감과 흥행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경각에 달린 이란과 9차전(8월 31일)에 6만 3천 124명의 입장을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장 이래 역대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6만여 관중은 저조한 경기력에 실망했고, 득점 없는 무승부에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는 주장 김영권(27)의 인터뷰 내용에 한 번 더 실망했다. 주장 김영권이 경기장 안에서 관중의 소리가 커서 소통하기 힘들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목이 쉬도록 응원한 팬들은, 자신들의 응원이 ‘방해’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김영권은 곧바로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발언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고, 다음날(1일) 우즈베키스탄전을 위해 출국한 인천국제공항에서 사과 인터뷰를 했다. “저의 의견은 당연히 나쁜 뜻이 아니었습니다.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이 소통하는 점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국민들의 응원에 대해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만약 나쁜 의도가 있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김영권의 발언 내용만 보면 팬들의 분노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팬들의 응원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했기에 그런 말이 나왔겠느냐며 대표 선수들의 정신 상태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터뷰 과정의 맥락이 생략되었기에 발생한 오해의 요소도 있다. 김영권은 ‘관중 소리 때문에 경기를 잘하지 못했다’고 토로하기 위해 그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모든 발언은, 대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반응으로 나온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김영권은 기자가 “특별히 팀워크에 대해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이라고 던진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한 뒤 대답했다. 

“경기장 안에서 관중 소리가 크다 보니까, 경기장 안에서 사실 소통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소리 질러도 잘 들리지도 않고. 소통을 계속 연습해왔는데, 그 부분이 잘 들리지 않아서 답답했고, 그리고 우즈벡 가서도 또 이런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알 수 있게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아요.”

김영권은 관중 소리에 대한 문제를 토로하려던 것이 아니라, 관중 소리가 큰 상황에서 팀 워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문제를 지적하고, 그 문제를 다음 경기에서는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던 ‘현상적’ 측면에 대한 답을 한 것이다. 

▲ ⓒ곽혜미 기자


평소 신태용 감독은 경기 중 소통을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U-20 대표팀을 이끌 때도 훈련 내내 “서로 말해!”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성인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출국 현장에서 신 감독도 김영권이 해당 발언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김민재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김영권에게 김민재를 잘 잡아 줘야 한다고 경기 전 지시했다. 수비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이 안 된다. 경험이 없는 민재를 영권이가 리드해야 했다. 계속 말을 하면서 플레이를 하라고 했는데 팬들에게 잘못 전달됐다.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란전이 잘 풀리지 않았고, 그 이유를 분석해야 했고, 실체적인 답은 경기를 뛴 선수들이 줄 수 있다. 관중 소리가 미친 영향은 이란전 고전의 다양한 이유 중 하나다. 선수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김영권은 그 숙제를 풀기 위해 ‘관중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관중 소리가 큰 상황에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더 훈련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잘려진 발언을 보고 흥분한 여론에게, 실체적 진실을 전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언론도 여론과 다름 없이 김영권 발언의 맥락과 진의를 짚기 보다 질타와 비난을 동조했다. 김영권이 대표팀 소집 훈련 기간 “중국화가 답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맥락이 잘린 채 편집되고 보도됐다. 가뜩이나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만연한 가운데 악성 댓글에 기름을 부었다. 

▲ ⓒ한희재 기자


당시 김영권의 발언 역시 질문과 답을 묶어서 봐야 한다. 질문은 이랬다. “중국에서 뛰는 수비수들이 수비 불안의 원인 제공자로 안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대표팀 밖에서 그런 평가를 보면서, 대표팀 어려운 상황을 보면서 어떤 생각 많이 들었나요?” 

중국슈퍼리리그에서 오랜기간 활동했고, 지금도 하고 있고, 함께 하고 있는 동료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중국화 논란과 수비 불안의 원인 제공자라는 지적에 대해선 항변하고,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김영권은 “저도 밖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웠고, 팀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경기를 응원하고 지켜봤는데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마음이 아팠고”라며 부진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자신이 소집되어 뛰지 않은 경기지만 일원의 마음을 갖고 응원하며 지켜봤다는 말로 대표팀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영권은 “계속 중국화 논란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선수들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린 것 같아요. 저희 중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잘 할 때도 못 할 때도 있었지만, 잘 할 때가 많게끔 저희들이 운동장 안에서 보여줘야죠”라고 했다. 지금은 FC도쿄로 이적했지만, 장현수과 홍정호, 김기희, 김주영, 김영권 등은 모두 올림픽 대표팀이나 월드컵 대표팀, K리그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했고, 이를 통해 거액을 투자하는 중국슈퍼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수비 불안은 골문 바로 앞을 커버해야 하는 수비수 만의 책임은 아니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의 시작은 최전방 공격수에서 시작된다. 공격진과 미드필드진에서 수비를 걸러주지 못하면 최후방 수비수들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선택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물론 수비수들 자체의 실책과 부진도 있었지만, 수비수들이 중국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하나의 의견일뿐 객관적으로 검증된 결론은 아니다. 

▲ ⓒ한희재 기자

중국에서 뛰고 있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각국의 대표팀에서 여전히 건재한 활약을 하는 경우도 있고, 수비수들의 경우 상대 팀의 국제적 수준의 공격수를 상대하며 발전하는 측면도 있다. 국제적인 명장의 지도를 받으며 발전하는 이점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슈러리그 팀드르이 AFC챔피언스리그 성적과 경기력이 발전하고 있고, 여기엔 한국 선수들의 공로도 적지 않다. 김영권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집 기간 좋은 경기력을 통해 중국화 논란을 일축하고,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의지를 표했다. 

“이번 이란전이랑 우즈벡전은 꼭 중국화 논란이 아닌 중국화가 답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겠죠.”

김영권이 중국화 논란에 대응해 광저우헝다를 떠나 다른 리그로 향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답이었을까? 김영권은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잘했으니,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수비 불안을 해결해준 '답'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을 뿐이다. 

김영권은 광저우에서 뛰면서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두 번이나 경험했고, 2015년에는 중국 우한에서 열린 EAFF동아시안컵에 주장으로 참가해 우승을 이끌었다. 중국에 진출했다는 이유로 실력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 적이 없다.

신태용 감독은 이란전을 마친 뒤 “득점을 하지는 못했지만 무실점 경기를 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했다”고 했다. 김민재와 짝을 이룬 김영권은, 앞선을 지킨 ‘전 중국리거’ 장현수와 수비의 중심을 잡으며 분전했다. 이란에 위험한 상황을 내준 것은 아니지만, 무실점 수비를 펼친 점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 했다. 

질문과 대답, 그리고 해당 발언이 나오게 된 전체 상황을 살펴보고 김영권의 발언을 보면 눈물을 흘리며 국민적 사과를 해야 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김영권은 평소 인터뷰에서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말하는 선수다. 평이하고 뻔한 대답 보다, 솔직한 발언으로 성실하게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선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을 마치고, 당시 브라질 현지 믹스트존에서 인터뷰했던 김영권의 모습을 기억한다. 얼굴은 상처투성이였고, 눈시울이 붉었다. 실패로 끝난 월드컵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송함을 말했다. 김영권의 국가 대표에 대한 책임을 의심할 부분은 없었다. 그는 경기 중 어느 때보다 열심히 몸을 던졌다. 벨기에전 결과는 0-1 패배, 조별리그 탈락. 결실을 맺지 못했으나, 투혼이 없는 건 아니었다. 

▲ ⓒ곽혜미 기자


이번 사건에서 김영권이 범한 실수라면, 이번 대표팀에서 단지 한 명의 선수가 아니라 주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을 더 깊이 생각해야 했던 점이다. 더구나 대표팀이 갖가지 논란과 비판을 받으며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긴장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자신의 성격보다 더 무겁고, 신중하게 말해야 했다. 

대표팀 주장은 대표팀의 생각을 대표해서 말하는 역할도 갖고 있다. 자신의 발언이 어떻게 편집되어, 어떻게 언론을 통해 전달될지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고민해야 했다. 언론이 선수의 모든 발언을 이처럼 질문 전체, 발언 전체, 그리고 맥락 전체를 담아 기사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로 세계 축구 무대에 진입한 이후 30년 간 가장 큰 위기 상태에 빠져있다. 선수단은 물론, 언론도 더 신중해야 한다. 기자는 대표팀의 홍보 직원도, 응원단도 아니지만, ‘적’도 아니고 ‘남’도 아니다. 대표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팀이고, 기자와 언론 역시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지금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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