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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챔피언스컵 영상] 이재영-하혜진 맹활약으로 설득력 얻은 '2군 운영'

작성일: 2017.09.06 06:06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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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국내 대회만 하면 절대로 발전할 수 없어요. 많은 후배가 국제 대회를 경험해보기를 원합니다. 앞으로 2군 제도 운영 같은 시스템이 생겨서 후배들이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여자 배구 부동의 주전 미들 블로커인 양효진(현대건설)의 말이다. 현재 그는 빡빡한 국제 대회 일정으로 부상이 생겨 아시아선수권대회 도중 조기에 귀국했다. 만약 한국 여자 배구 선수층이 조금이라도 두꺼웠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었다.

현재 한국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랜드 챔피언스 컵에 출전 중이다. 선수 구성은 주전 선수 6명이 빠졌다. 김연경(중국 상하이)과 양효진, 김희진 김미연 염혜선(이상 IBK기업은행)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국제 대회 경험이 없었던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2016~2017 시즌 V리그를 마친 뒤 어깨와 무릎 부상에서 재활에 전념한 이재영(흥국생명)이 가세했다. 여기에 하혜진 전새얀 (이상 한국도로공사) 등 태극 마크를 달아보지 못했던 선수들도 합류했다.

그랜드 챔피언스 컵은 한국에게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대회다. 이달 중순 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을 앞둔 한국은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2진 멤버로 출전했기에 그랜드 챔피언스 컵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5일 일본 메트로폴리탄에서 열린 한일전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밀릴 것으로 여겨졌다.

▲ 2017년 FIVB 그랜드 챔피언스 컵 일본과 경기를 앞두고 홍성진(왼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이재영 ⓒ FIVB

그러나 국제 대회 경험이 없던 젊은 선수들은 의외로 선전했다. 특히 하혜진의 선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경기에서 그는 두 팀 최다인 20득점을 올렸다. 오랫만에 코트에 선 이재영은 16점을 기록했다.

2014~2015시즌 1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하혜진은 프로 리그 4년 째다. V-리그에서 세 시즌을 치렀지만 여전히 확실한 주전으로 나서지 못했다.

'왕년의 거포' 하종화의 딸인 그의 '공격 본능'은 아버지 못지않았다. 하혜진은 시원한 백어택 공격으로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서 주눅 들지 않고 대범하게 때리는 공격은 '라이트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여자 배구에 '가뭄의 단비'였다.

이재영은 지난해 리우데저네이루 올림픽 이후 1년 만에 코트에 복귀했다. 오랜 공백이 있었고 여전히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일본으로 출국 전 그는 "현재 몸 상태는 60~70% 정도다. 여전히 통증은 있지만 대부분 팀 훈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주전 세터로 나선 이재은(KGC인삼공사)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시간이 길지 않았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경기 운영으로 젊은 공격수들의 어깨에 날개를 달았다. 리베로 나현정(GS칼텍스)의 몸을 아끼지 않은 디그도 한국 선전에 힘을 보탰다.


만약 이 선수들이 이번 대회뿐만이 아닌 다른 국제 대회에서 경험을 쌓았다면 어땠을까. 현재 프로 리그 2군 제도 운영에 대한 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빡빡한 국제 대회 일정을 똑같은 선수들이 계속 출전하는 점은 문제가 있다. 선수층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미래 한국 여자 배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2군 제도는 필요하다.

유애자 SPOTV 해설위원은 "하혜진은 국내 리그에서 발휘하지 못했던 기량을 펼쳤다. 이 선수는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등에 밀려 코트에서 많이 뛸 기회를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런 선수들은 벤치에만 머물러 있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회를 주며 성장의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하혜진 같이 벤치에만 머무르며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은 많다. 외국인 선수에 밀려 자신의 가능성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선수들은 적지 않다. 특히 아포짓 스파이커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유 위원은 "올해 국제 대회에서 윙스파이커(레프트) 자원은 어느 정도 보강됐다. 문제는 아포짓이다. 김희진의 뒤를 받쳐줄 공격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하혜진 같은 인재가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 2017년 FIVB 그랜드 챔피언스 컵 일본과 경기에서 스파이크하고 있는 하혜진 ⓒ FIVB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중국 그리고 태국의 저력은 두꺼운 선수층에서 나온다. 일본과 태국은 대표 팀에 상비군 시스템을 만들어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이들 팀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뒤 젊은 선수들을 꾸준하게 국제 대회에 내보내며 미래를 대비했다. 결국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마쳤고 올해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도 하혜진 같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애초에 키웠다면 '국가 대표 혹사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재영 같이 부상으로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을 위해 대표 팀 상비군의 존재는 필요하다.

홍성진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도 2군 운영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은 23~24살까지 젊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한다"며 "예전에는 이 나이대 선수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지금은 어린 선수에 속한다. 현재 세터가 없는 점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프로 팀은 당장 눈앞의 성적만 보면서 어린 선수들을 키우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뒤늦었지만 한국은 이번 그랜드 챔피언스 컵에 젊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 경험을 할 기회를 줬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없었다면 하혜진 같은 선수를 재발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를 볼 때 프로리그 2군 운영은 절실하다. 또한 부상 선수들이 몸을 만들어 회복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대표 팀 상비군 운영도 필요하다. 한 배구 관계자는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는 암울하다. 밑으로 갈수록 선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운동을 하려는 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일도 있지만 중요한 점은 선수들을 제대로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탄탄한 선수층을 못 만들라는 법은 없다"며 현 배구 시스템을 꼬집었다.

[영상] 이재영, 하혜진 그랜드 챔피언스 컵 활약 하이라이트 ⓒ SPOTV 미디어서비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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