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웃음 잃은 신태용, 호소하는 김호곤, 벼랑 끝 대표 팀
작성일: 2017.10.16 06: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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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신태용 감독은 친구고, 오래 전부터 같이 했고. 어려서부터 같이 자라고 생활해서 잘 아는데, 너무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면이 많은 친구인데. 요즘 같아선 그런 성격이 변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요. 워낙 아픔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의기소침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과 대화를 나눈 지난 10일.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스플릿 라운드 미디어데이 분위기는 심각했다. 당일 오전 조진호 부산아이파크 감독의 별세 소식이 들렸고, 승부의 세계 안에서 성적에 따라 비판과 비난의 도마 위에 임기를 보장 받기 어려운 감독들의 스트레스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이기도 한 서 감독은 러시아와 친선경기를 지휘하는 신태용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 감독의 모습에서, 그가 받고 있는 극한의 스트레스를 읽고 우려했다.
대표 팀의 10월 A매치 일정은 10일 모로코전을 끝으로 마무리됐고, 대표팀 스태프와 선수단은 12일 해산했다. 신 감독의 귀국은 3일 뒤인 15일 오전에 이뤄졌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베이스캠프를 답사하고, 외국인 전술 코치와 피지컬 코치 선임을 위한 면접 일정이 있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과 독일과 러시아를 거쳐 15일 오전 돌아왔다.
당초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간략한 결과 보고를 하려던 신 감독과 김 위원장은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축사모)’이 입국장에서 시위를 벌이자 인터뷰 장소를 축구회관으로 변경하고, 오후 2시로 일정을 미뤘다. 여독과 시차로 피로가 적지 않았을 일정. 사실 그 보다 심적 부담과 압박이 더 컸다.
앞서 서 감독이 우려한대로, 취재진 앞에서 밝고 당당하며 거침 없던 신 감독은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내내 무표정한 모습으로 답했다. 한숨도 내쉬었고, 어떤 질문에는 “지금 꼭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최종예선 두 경기를 치르고, 두 번의 평가전을 치르는 등 부임 후 세 달여 만에 마치 청문회와 같은 삭막한 분위기의 인터뷰를 하게 됐다.

◆ 웃음 사라진 신태용 감독, 12월 동아시안컵에서 결과 요구 받아
여론의 우려와 질타 속에도 신 감독은 유럽 원정 평가전 일정에서 소득이 충분하다고 했고, 본선 결과로 평가 받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일단 이번에 2연전 하면서 저한테 도움이 됐다고 말씀 드렸다. 11월부터는 우리가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선수로 조직력을 (만들겠다.) 우리가 소집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제 큰 변화보다 중심이 되는 선수를 가고 추구하고자 하는 축구 강하게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럽에 가서 면접을 본 외국인 코치들도 11월에 합류시켜서, 모든 부분을 하나가 되어서, 코칭스태프부터 단결해서 선수들에게 강하게 주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론이 안 좋다는 것은 인정한다.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로 내년 6월이 월드컵이다. 평가전을 잘하고 월드컵 가서 못하는 것 필요가 없다. 이번 유럽 원정이 끝나고, 11월 국내 2연전할 때도 부를 수 있는 최고 좋은 팀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래야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느낄 수 있다. 평가전을 잘해서 희희낙락하며 월드컵 전패하는 것 보다, 지금은 매를 많이 맞더라도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 내년 3월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 팀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팬들이 느끼는 부분에서 결과를 못 가져올 수 있지만, 그것 보다 마지막까지 로드맵을 잘 준비하면 지금은 힘들고 인정 못 받아도 마지막 6월엔 꼭 인정 받을 수 있는 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 감독이 본선까지 이어질 과정 안에 외풍을 온전히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2월에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은 일본, 중국, 북한을 상대하고, 경기에 임하는 상대의 조건과 상황이 다르지 않아 경기력과 결과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비판 여론을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동아시안컵도 중요하다. 유럽 선수들이 못 오더라도. 11월에는 좀 더 조직력에 초점을 두고, 성적까지 준비해야 한다. 동아시안컵 대회도 그냥 나가는 대회가 아니다. 결과 가져올 수 있는 대회로 만들도록 준비하겠다.”
동아시안컵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어떻게 감당하겠냐는 취지의 질문이, 신 감독이 즉답을 하지 못하고 반문해야 했던 질문이었다. 신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는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본선에서 평가 받겠다는 애초의 발언과는 배치되지만, 동아시안컵은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설 수 밖에 없는, 신 감독의 시험대가 됐다.

◆ ‘거짓말 논란’ 김호곤의 호소, 경기력으로 답해야 하는 대표 팀
거스 히딩크 감독 측의 제안을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가, 정식 제안으로 볼 수 없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면서 신뢰를 잃은 김 위원장은 이날 재차 자신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며 믿어 달라고 했다. 더불어 자신의 몇몇 실책으로 흔들리게 된 대표 팀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논란의 소용돌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책을 경기력으로 꼽았다. 결국 모든 의심과 논란의 근원이 부족한 경기력에 있다고 진단했다.
“(비판의 배경이) 경기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두 경기를 남겨놓고, 신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러다 보니 그 두 경기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두 경기를 치르고, 진출권 획득하면 시간이 있기 때문에 차근히 준비하자고 했다. 4경기를 치렀는데 썩 좋지 않기 때문에 (비판이 큰 것 같다.) 신 감독 입장에선 선수 파악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원정에서 해외파만 소집한 것을, 저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경기력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속히 국민 신뢰 쌓기 위해선 경기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하루 아침에 잘 안 이뤄 진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노력은 많이 하는데 당장 결과 보다는 월드컵을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런 시련을 겪으면서 팀의 문제점이나 개선점 찾아내는 게 중요하고, 지금 그걸 찾는 중이기 때문에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제 생각으론 11월 A매치 두 경기, 그 다음 동아시아 대회 12월, 그 다음에 1,2월 2주의 훈련, 이게 끝나면 3월 평가전에는 틀림없이 우리 팀의 조직력이 어느 궤도에 오를 것 같다. 팀에 확실한 윤곽이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좀 어렵지만 지켜봐 주시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협회 전체가 모든 지원을 해서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하지마, 김 위원장이 약속한 경기력으로 증명할 시점이 내년 3월이라는 점은, 불신으로 가득한 여론이 과정이라는 이유로 조건 없이 기다리기에 긴 시간이다. 김 위원장의 말은 원론적으로 틀린 말이 없지만, 신태용호 출범 이후, 대표 팀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극적인 실망과 불신을 자초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중심을 다시 잡기 위해선, 호소 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대표 팀은, 국민적 지지와 성원, 응원 없이 온전한 경기력을 내기 어렵다. 팬을 열 두 번째 선수로 부르는 이유다. 지금 대표 팀은 열 두 번째 선수가 하나로 뭉치지 못해 온전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그런 점에서 대표 팀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가지 말씀 드릴 것은, 제가 이번에 보니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경기가 나쁠 때는 비난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제부터는 자신감이 극도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바꿀 시기라고 본다. 선수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용기를 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울러 우리 신 감독이 저로 인한 문제로 일어난 것 때문에 상당히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런 비난은 저한테 해주시고, 아울러 신태용 감독의 변함없는 여러분의 신뢰와 성원 부탁 드린다.”
호소가 공허한 것은. 대표 팀에 대한 여론, 협회에 대한 시선이 이 지경으로 치달을 때까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몽규 협회장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회장님은 전폭적 지원하라고 하셨다. 발표 못할 것도 있다. 관심을 많이 갖고, 우리와 통화도 하고 보고도 하고 있다. 아무 문제가 없다. 경기력을 끌어올려서 신뢰 쌓는 게 급선무다. 협회는 월드컵에 총력지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호소가 국민과 팬들에게 닿기 위해선, 이날 명확하게 전할 필요가 있었던 외국인 코치 선임을 매듭짓고, 11월에 좋은 평가전 상대를 잡는 등 행정적으로 결과를 내는 것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 평가 시점에는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이 말한대로 대표 팀 경기력의 개선도 보여야 햔다. 12월 동아시안컵의 경기력이 10월의 실망감을 극복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면 호소는 무용해질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고 그만둔다고 해결될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도 기술위원장을 맡을 때는 상당한 각오를 갖고 맡았다”며 직무를 잘 수행하는 것으로 답하겠다고 했다. “일단 기술위원장이기 때문에 제가 아직까지 할 일이 많고, 이왕 맡은 거 월드컵에 잘 갈 수 있게 하는 게 임무다. 만일 내 역할이 더 이상 필요 없고, 대표팀에 보탬이 안 된다면 그러며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 그렇지만 제가 그런 시기가 아니라고 느끼고 있다. 그 말씀 잘 알아 듣겠다.”
신 감독에 대한 평가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12월 동아시안컵이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이 대회에서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했고, 김 위원장도 논란을 극복할 유일한 길이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것뿐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신 감독이 중심이 된 현 대표 팀은 여전히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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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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