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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임기영이 투 피치? 슬라이더도 주목하는 이유

작성일: 2017.11.21 09:48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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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임기영은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가 낳은 에이스다. 그의 대만전 7이닝 무실점 역투가 없었다면 대표팀은 치욕을 안고 귀국해야 했을 것이다.

임기영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투 피치 투수로 잘 알려져 있다. 춤을 추는 듯한 체인지업은 빠르지 않은 패스트볼의 구위까지 보완해주며 임기영의 주무기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대회가 끝난 뒤 정민철 대표팀 투수 코치는 조금 다른 말을 했다. "임기영의 슬라이더를 적재 적소에 던지며 좋은 결과를 냈다"고 했다.

슬라이더는 임기영이 주로 쓰는 구종이 아니다. 구사 비율이 매우 낮다. 하지만 정 코치는 임기영의 슬라이더에 주목했다. '왜' 였을까.

임기영이 투 피치 투수라는 건 대만 선수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알고도 못 칠 정도로 체인지업의 떨어지는 각이 자유 자재였다.

그 체인지업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준 구종이 바로 슬라이더였다는 것이 정 코치의 생각이다.

정 코치는 "기술적으로는 타자들의 스윙 궤적에 따라 서클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던진 게 좋았다. 그리고 눈에 많이 띄지 않지만 좌타자 상대로 높은 슬라이더를 가끔 섞어 던지면서 대만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던진 투구수는 적었지만 슬라이더를 던진 타이밍이 좋았다"고 말했다.

위의 그래픽에서 알 수 있듯 임기영은 안 좋았을 때(후반기)보다 좋았을 때(전반기)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더 높다. 전반기엔 9.95%였던 구사 비율이 후반기엔 5.33%로 떨어졌다. 구위에 대한 자신감과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반비례 함을 알 수 있다.

임기영은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한 편은 아니다. 좋았을 때 또 슬라이더 좌우 무브먼트는 양의 값을 보인다. 중심선을 가정했을 때 왼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음을 뜻한다.

좋았을 때는 슬라이더의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이 앞으로 나오고 회전수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좋았을 때 슬라이더 회전수는 2184rpm이었지만 안 좋았을 때는 2150rpm으로 떨어졌다.

임기영의 슬라이더는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완벽한 슬라이더는 아니지만 슬라이더도 던진다는 걸 상대가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만 생각하던 타자들은 낯선 궤적에 당황하게 된다.

정 코치의 말 대로 좌타자의 높은 코스로 슬라이더를 던지면 다음 구종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선택했을 때 타자들을 속이기 쉬워진다. 시선을 흐트러트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배짱이 아니면 그 슬라이더를 높게 던지기 어렵다. 자칫 크게 맞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이드암 투수가 좌타자를 상대로 익숙하지 않은 구종을 타자 가깝게 던진다는 건 보통의 심장으론 어려운 일이다. 너무 몸쪽으로 들어가면 몸에 맞는 볼이 나오고 가운데로 몰리면 장타 위험이 있다.

하지만 임기영은 그걸 어렵지 않게 해낸다. 그가 진짜 강심장 투수라 불릴 수 있는 이유다.

임기영은 한국시리즈와 APBC를 통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 획득이다. 그가 더 무서워 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다. 내년 시즌의 임기영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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