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도미넌트' 진야곱, 노경은과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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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야곱은 지난 1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2피안타(9탈삼진, 1볼넷) 무실점 데뷔 이후 최고의 쾌투를 선보이며 시즌 3승(2패)째를 따냈습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제구난이 이 날 만큼은 없었습니다. 경기 전 진야곱의 취약한 제구와 상대 선발이 헨리 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열세였던 경기였으나 진야곱은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2008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1차 지명으로 데뷔한 진야곱은 2007년 4월 계약금 2억원에 계약한 뒤 더욱 괄목성장하며 두산의 기대를 높였습니다. 지명 전만 해도 포심 최고 140km대 초중반이었는데 계약 후 구속이 급격히 늘었고 2007년 8월 대만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에서는 최고 154km까지 던지며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네요. 한 일본 구단 스카우트들이 찍은 스피드건에는 156km까지 찍혀 야구 관계자들을 놀라게도 한 진야곱입니다.
그러나 데뷔 후 진야곱은 오랫동안 잠재력을 발산하지 못했습니다. 데뷔 첫 해 33경기 2승1홀드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했던 진야곱은 시즌 초반 140km 이상의 공도 드물게 던져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그러나 그해 9월 초순 잠실 한화 3연전에서는 상대 4번 타자 김태균을 상대로 152-150-151km의 광속구를 세 개 연속으로 던지며 가능성을 비췄습니다.
2009년부터 진야곱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투구 밸런스가 붕괴, 제구력까지 무너지는 모습으로 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당시 퓨처스팀 투수 재활 코치였던 김진욱 전 감독은 “야곱이는 선천적으로 어깨 힘이 탁월한 선수다. 그러나 허리 부상으로 인해 제 밸런스를 잡지 못한다는 것이 계속 안타깝다”라며 아까워했던 바 있습니다. 오랫동안 1군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진야곱은 시즌 초반 고질적 제구 난조를 떨치지 못하다 11일 도미넌트 스타트로 비로소 제 이름을 확실히 알렸습니다.
노경은의 야구 인생 항로와도 얼핏 비슷한 진야곱의 프로 생활 궤도입니다. 노경은 또한 성남고 출신으로 2003년 두산의 1차 지명으로 입단했으나 팔꿈치 부상, 제구 난조로 2010시즌까지 두각를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2010년에는 허리 부상까지 겹쳐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지요. 그러다 2011년 6월 김진욱 감독이 1군 불펜코치로 보직을 옮기면서 노경은의 잠재력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6월 노경은은 김진욱 감독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성장했습니다. 셋업맨으로 제 구위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던 노경은은 6월6일 잠실 SK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SK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와 열띤 투수전을 펼쳤습니다. 이후 노경은은 두산 선발진에서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믿음을 주는 투수로 2012시즌 12승, 2013년 10승을 거뒀습니다. 물론 지난해 심리적인 불안 등이 겹치며 부진했습니다만 올 시즌은 권토중래의 자세로 마무리로서 다시 일어서는 중입니다.
진야곱도 좌완으로서 손쉽게 140km대 후반의 포심을 구사하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투구폼 또한 닮았습니다. 노경은도 백스윙 후 손을 얹었다가 던지는 듯한 투구폼인데 진야곱의 투구폼도 노경은과 비슷합니다. 묵직한 포심 외에도 노경은은 최고 144km에 이르는 슬라이더를 자랑하는 데 진야곱의 슬라이더도 빠르고 움직임이 좋은 편입니다.
비슷한 유형의 투수코치를 만난 것도 공통점이라 볼 수 있겠네요. 노경은의 야구 은사인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현 kt 투수코치는 장점 특화와 투수 동기부여에 강점을 지닌 지도자들입니다.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는 독설을 하기도 하지만 가능한 좋은 부분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먼저 칭찬을 한 뒤 보완점을 이야기하는 화법의 지도자입니다. 그런데 최근 새로 1군 투수코치로 온 한용덕 두산 투수코치도 비슷한 유형입니다.
한화 시절 암흑기 성적으로 빛을 못 보았을 뿐 한용덕 코치는 2012년 말 한화 감독 대행으로 이시찬 등 발 빠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주루를 권장하는 등 좋은 경기력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투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용덕 코치도 장점을 먼저 살리고 기를 북돋워주는 스타일의 코치로서 두산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좋은 유망주가 정말 많은 팀”이라며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칭찬했습니다. 진야곱은 한용덕 코치에 대해 “제게 류현진(LA 다저스)만큼 좋은 공을 던진다고 하시더라”라며 칭찬 지도를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노경은과 진야곱은 기본적인 성품도 착하고 성실한 선수들입니다. 꾀를 부리기보다 우직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 선수들인데요. 진야곱의 경우는 허리 부상을 당하고도 자신이 매일 해왔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트레이너진을 놀라게 한 적도 있습니다. 노경은도 한때 야구가 안 될 때는 무턱대고 달려들다 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던 스타일입니다. 두 선수 모두 곁에서 보면 안타까운 장면을 많이 연출했던 바 있습니다.
우직한 성향으로 인해 한때 둘은 구단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야곱의 경우도 오랫동안 허리 부상으로 인해 실전 등판조차 하지 못하다보니 팀에서 “차라리 잠시 야구를 잊고 돌아올 수 있도록 현역병으로 입대시켜야 하나”라고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진야곱은 경찰청에서 2시즌을 복무하며 실전 감각을 유지했고 성과도 올렸네요. 노경은도 여러 번 야구 은퇴 위기를 맞았으나 버티고 버텨 1군의 주력 투수로 자리 잡은 케이스입니다.
한 때 이들을 일컬어 두산 팬들 조차 '틀린 선수'라는 비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점을 다르게, 그리고 좀 더 예의주시해서 지켜보면 이들은 '틀린 선수'가 아니라 '다른 선수'들입니다. 비범한 구위를 지녔고 그 구위를 1군 무대에서 보여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쏟았던 선수들입니다. 5년 선배 노경은에 이어서 이제야 제 잠재력을 떨치기 시작한 진야곱. 진야곱의 프로야구 선수로서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사진] 진야곱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영상] 진야곱 11일 도미넌트 스타트 ⓒ SPOTV NEWS 영상편집 박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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