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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 수원 이적①] 한국의 피구된 데얀, K리그 역대급 스토리가 탄생했다

작성일: 2018.01.04 13:1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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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유니폼을 입은 데얀 ⓒ수원삼성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K리그의 살아 있는 역사, 데얀 다미아노비치(37)가 수원 삼성 선수가 됐다. 수원은 4일 데얀과 최종 협상을 마치고 계약을 완료했다. 기간은 1년. 세부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선수 생활 의지가 강했던 데얀은 연봉을 대폭 줄였으나 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FC 서울 팬들에게는 속이 쓰린 일이지만, 침체된 K리그, 흥행성이 떨어지고 있는 슈퍼매치에는 희소식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스포츠조선이 데얀의 수원행 추진 보도를 했을 때만 하더라도 ‘가짜 뉴스’로 여겨질 만큼 충격적인 소식이다. 

데얀은 K리그에서 9시즌을 보냈다. 2012년 K리그 MVP.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K리그 득점왕. K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데얀은 몬테네그로 국가 대표로도 굵직한 경기에 나선 ‘탈 K리그급’ 선수다. 수원에서 K리그 10년을 채운다. K리그 역사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선수다.

데얀은 서울에서만 8시즌을 보냈다. 2004년부터 현재의 형태로 구단을 운영해 온 FC 서울의 역사에서 2008년부터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세 번의 리그 우승과 한 차례 리그컵 우승, FA컵과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 구단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절을 이끈 레전드 가운데 레전드다. 그런 점에서 리그 내 최대 라이벌인 수원의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은 ‘사건’이다. 

▲ 바르셀로나 팬들은 피구의 유니폼을 불태웠고, 경기장에서 돼지머리를 던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K리그의 피구가 된 데얀, 현실적인 이유+서운한 마음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에서도, 허무맹랑해보인 이적. 유럽 축구로 비유하면 FC 바르셀로나에서 5년의 시간을 보내며 팀 내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포르투갈 윙어 루이스 피구의 사례에 빗댈 수 있다. 

피구는 이후 바르셀로나 최고의 적이 됐다. 피구의 경우 바르셀로나와 재계약 협상에 난항을 겪다가 레알이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며 이적이 성사됐다. 계약 기간이 남은 상황이었다는 점이 데얀의 경우와 다르다. 같은 점은 피구도 데얀처럼 1차적으로는 원 소속 팀에 남고 싶었던 것. 

피구는 자신이 그동안 공헌한 것에 대해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껴 이적을 결심했고, 데얀은 계약이 만료된 가운데 서울이 새 계약 체결을 원하지 않아 새 팀을 찾아 나섰다. 중국, 일본 등 선택지도 있었지만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수도권 수원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이다.

서울 팬들은 수원을 택한 데얀보다, 데얀을 잡지 못한, 레전드에 걸맞은 예우를 하지 못한 서울 구단에 더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데얀은 이제 서울 최대의 적이 될 수 밖에 없다. 

▲ 이상호는 서울로 왔고, 데얀은 수원으로 간다 ⓒ한희재 기자


◆ 2003년 뚜따, 2017년 이상호…2018년 데얀은 더 묵직하다

데얀을 적으로 여기던 수원은 조나탄 이탈이라는 충격을 상쇄할 능력을 갖춘 선수이자, 라이벌 서울에 심리적 타격을 안길 선수를 얻었다. 2017년 시즌 ‘블루소닉’으로 불리던 이상호의 서울 이적에 충격을 받았던 수원 팬들은 한 시즌 만에 더 큰 복수를 하게 된 셈이다. 이상호는 2017년 시즌 개막전이 된 슈퍼매치에서 극적인 동점 골을 넣어 서울이 안방에서 무승부를 거두는 데 공신이 됐다. 

서울의 역사는 안양 LG 치타스 시대를 계승한다. 2002년 안양 소속으로 리그 26경기에 나서 13골 4도움을 몰아치며 맹활약했던 특급 브라질 공격수 뚜따는 당시 조광래 안양 감독과 마찰을 빚은 뒤 2003년 수원으로 이적했다. 

뚜따는 2003년 5월 안양과 대결에서 득점해 3-1 승리를 이끌었다. 안양을 자극하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수원에서 열린 두 번의 '지지대 더비'에서 모두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뚜따는 수원에서 기록이 다 좋았다. 31경기에 14골 6도움으로 20개의 공격 포인트를 채웠다. 

데얀도 황선홍 전 서울 감독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이 선수 생활 지속 의지를 보인데다, 2017년 시즌 리그 37경기에 나서 19골 3도움으로 득점 공동 2위에 오른 데얀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이유도 데얀을 빼고 새 판을 짜기 위해서였다. 데얀이 주저 없이 수원을 택한 심리적 배경이기도 하다.

데얀은 슈퍼매치의 사나이다. 슈퍼매치 통산 최다 골 주인공이 7골을 몰아친 데얀이다. 수원은 여기에 슈퍼매치 역대 최다 도움(7개)을 기록하고 있는 염기훈도 보유했다. 2017년 시즌 K리그 클래식 슈퍼매치에서 2무 2패로 열세를 보인 수원은 2018년 시즌 슈퍼매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서울은 U-23 대표 공격수 조영욱을 영입했고,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은 데얀을 내주고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고, 되었다는 것을 슈퍼매치에서 증명해야 한다. 데얀이 수원으로 향하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2018년 시즌 슈퍼매치는 역대급 관심 속에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데얀이 수원 유니폼을 입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는 날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인다. K리그와 슈퍼매치가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또 한번 축구 팬의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판이 깔렸다. 역사적인 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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