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의 구멍 뚫린 레슬링 스펙…비주류 설움, 증오로 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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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이교덕 기자] 193cm 장신, 잘 빠진 몸매, 서글서글한 미소, 한 경기 파이트머니 5억5000만원. 이쯤 되면 '엄친아'다. 거기다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이다. 타이틀방어 8차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존 존스(27, 미국)도 아쉬워하는 '스펙'이 있다. 바로 레슬링 경력이다. |
케인 벨라스케즈, 크리스 와이드먼, 필 데이비스, 채드 멘데스 등 UFC에는 수많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1' 레슬러 출신들이 있다. NCAA 디비전1은 전미 대학생 중 가장 강한 레슬러들이 모이는 리그다. 존스는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아이가 생겨 대학교 때 레슬링을 포기했다. 돈이 필요했던 그는 2008년 종합격투기(MMA)에 데뷔하자마자 한 달 만에 4경기를 치렀다.
엘리트 레슬러들은 유대감이 강하다. 가슴 속에 훈장을 품고 산다. 그들 사이에선 때로는 '스펙', 즉 실적도 곧잘 따진다. 2008년 프로레슬링 WWE 출신 브록 레스너의 UFC 데뷔에 기존 파이터들의 반감이 적었던 것은 그가 NCAA 디비전1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CM 펑크와는 상황이 달랐다.
2010년 존스가 다니엘 코미어를 처음 만나 던진 농담이 "널 테이크다운 시킬 수 있다"였다. 농담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더라도, 코미어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는 NCAA 디비전1 출신 중에서 가장 강한 레슬러가 오를 수 있다는 미국 국가대표를 지냈다. 고교시절 뉴욕 주 챔피언에 오른 애송이가 전미 최강 레슬러의 자존심을 건드린 셈이었다. 4년 동안 이어진 갈등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존스도 MMA 레슬링에선 자신감이 있었다. UFC 182를 앞두고 코미어와 레슬링 승부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카운터에 능한 료토 마치다를 카운터로 잡고, 암바로 공격한 비토 벨포트에 하이키락을 돌려줬고, 레슬러 차엘 소넨을 레슬링으로 눌렀고, 하드펀처 글로버 테세이라와는 근접 타격전을 펼쳤다.
'상대가 강한 영역에 들어가 싸운다.' 존스를 돋보이게 하는 역발상인데, 이번 경기에선 레슬링 승부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코미어의 레슬링 스펙 따위는 뛰어넘겠다는 비주류의 오기였다.
물론 허튼소리로 치부하는 파이터들도 있었다. 2008년 코미어와 베이징 올림픽에 함께 출전한 ONE FC 웰터급 챔피언 벤 아스크렌은 트위터에 존스가 고교시절 뉴욕 주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사진을 올리며 비꼬았다. 이 정도 경력으로 되겠냐는 의미였다. 아스크렌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클린치에선 코미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영상편집 배정호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지난 4일 UFC 182 메인이벤트 1라운드, 존스는 코미어에게 테이크다운을 선사했다. 클린치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몸을 맞댄 상태에서 먼저 지친 것은 코미어였다. 존스는 4라운드에 두 번이나 더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자존심이 상한 코미어가 5라운드 존스를 뽑는 데 주력해, 테이크다운을 한 번 성공했지만 승부의 추는 기운 뒤였다.
경기 후 존스는 레슬링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밝혔다. 먼저 레슬링 코치 이즈라일 마르티네스를 통해 레슬러들에게 코미어의 경기스타일 정보를 입수했다. 마르티네스 역시 디비전1까지 가보지 못한 미국 레슬링계의 비주류였다. 그런 면에서 존스와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코미어가 대학시절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카엘 샌더슨과의 여러 경기도 분석했다. 샌더슨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4kg급 금메달리스트다.
존스 측은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코미어의 후반체력이 약점이라는 것이었다. 경기 후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존스는 "체력이 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3라운드부터 코미어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레슬링 코치 마르티네스는 존스를 자극하며 훈련시켰다. 레슬러들이 존스의 반대편에 섰다, 즉 코미어를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존스는 "마르티네스가 '실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는 레슬러들에게 네가 디비전1에 진출했다면 전미 챔피언이 됐을 것이라는 사실, 올림픽을 목표로 했다면 올림픽에 나갔을 것이라는 사실, 너의 재능을 레슬링이 아닌 MMA에 쓰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를 가지면서 너의 꿈인 레슬링을 포기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넌 위대한 레슬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모티베이션을 끌어올려줬다"고 밝혔다.
완승을 거둔 존스는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그리고 주류 레슬러들에게 뼈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우리의 목표는 코미어를 테이크다운 시키고 레슬링 커뮤니티의 존중을 얻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스는 MMA파이팅과 인터뷰에서 존스가 클린치에서 머리와 어깨 싸움, 팔꿈치와 손목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칭찬하면서 "존스가 느낀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코미어나 킹 모 등 레슬러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그들은 존스에게 무자비했다. 우리가 하부리그에서 활동하고 중간에 그만뒀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존스는 코미어를 향해선 경쟁심이 아닌 증오심을 불태웠다. 승패가 결정된 이후에도 "코미어를 존중하지 않는다",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이겼다면 이 자리에서 내게 험담을 내뱉었을 것이므로 미안한 감정은 없다"고 차갑게 말했다. 레슬링 스펙의 열등감에서 출발한 것인지 모르지만, 코미어에겐 유독 냉혈한이 됐다.
반면, 그가 이번 경기에서 확실히 증명한 것이 있다. 옥타곤 위에선 과거의 실적보단 현재의 실력으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이다. 이제 더 이상 레슬링 스펙에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완벽에 가까운 파이터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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